[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이달 예술인고용보험이 시행됐지만 보도국 작가는 “예술의 범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지난 6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10년간 MBC 보도국 소속으로 일했던 두 명의 작가에 대해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방송사 보도국 작가 상당수가 주 5일 이상 출근하고 주 40시간 이상 일하며, 정규직 직원으로부터 업무 지시를 받는 등 노동자성을 나타내는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이하 방송작가노조)는 30일 ‘보도국 작가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온라인 설문조사는 지난 10일부터 16일까지 방송작가노조 조합원, 비조합원, 전국 방송사 보도국 근무 작가 12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보도국 작가 83%가 주 5일 이상 방송사에 출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퇴근 시간이 일정하다는 응답은 93.5%에 달했다. 보도국 작가 절반인 51%가 '주 40시간 이상' 방송사에서 상근으로 일하고 있다고 답했다. 출퇴근 시간 결정은 ‘제작관행’(37.4%), ‘사측과 작가의 협의(26%), 사측과 일방적 통보(24.4%) 순으로 집계됐다. 출퇴근 시간을 작가 개인의 자율 의사에 의해 결정했다는 답변은 7.3%에 불과했다.

(자료제공=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

그러나 작가들이 체결한 계약서는 프리랜서 계약인 ‘업무위탁계약서’와 ‘집필표준계약서’가 대부분이었다. 보도국 작가 10명 중 8명 이상이 ‘정규직 사원과 동일한 장소, 지정된 본인의 자리’에서 일했다. 또한 방송사에서 ‘개인 PC와 공영PC를 모두 미제공’(43.1%)하는 등 불합리한 노동조건이 확인됐다.

뉴스 제작 전과정을 통합해서 관리할 수 있는 보도정보시스템을 사용하는데, 보도국 작가 4명 중 3명은 해당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었고, 2명 중 1명꼴로 아이디를 갖고 있다고 응답했다. 방송작가지부는 “프리랜서로 분류하면서도 실제로는 사내 업무망에 접근해 일할 수 있게 하는 권한을 부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된 업무지시자가 누구인지 묻는 질문에 90%가 기자, PD, CP, 앵커, 데스크, 팀장 부장 등의 ‘회사 정규직’이라고 응답했다. 지시자의 지시 내용을 본인이 변경해 수행할 권한이 있냐는 질문에 72.4%가 ‘없다’고 답했다.

(자료제공=전국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작가 고유 업무로 볼 수 있는 ‘출연자 섭외 및 원고작성’ 외에 수행한 업무는 출연자 의전 (72.4%), 프로그램 제작을 위한 협조 업무 보조 (35%), 촬영 동행 (22.8%), 리포터·영상편집자 등 채용면접 보조(7.3%) 등이다. 방송작가의 주 업무 외에 보도국 프로그램 제작 및 행정지도까지 작가가 관여한 셈이다.

원진주 방송작가지부장은 “보도국 작가는 방송작가 중에서도 노동자성이 가장 높다고 할 수 있지만 프리랜서로 위장 채용돼 마땅히 누려야 할 노동권을 박탈당해왔다”며 “이번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보도국 작가 근로자성 인정 투쟁을 더욱 적극적으로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방송작가노조는 이날 성명에서 “12월 10일 시행된 ‘예술인고용보험’에서 ‘보도분야는 예술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보도국 작가는 적용대상에서 제외됐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MBC 보도국 작가의 근로자성에 대해 각하 판결을 내린 바 있다”며 “보도국 작가가 예술인도 아니고, 근로자도 아니라면 이들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라며 비판했다.

이어 “뉴스에서는 노동문제, 비정규직 문제를 연일 보도하면서도 보도국 내에서 상시지속 업무를 하는 작가들을 프리랜서로 위장 채용하여 부품처럼 사용하고는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함부로 해고하는 방송사는 부끄러워해야 마땅하다. ‘프리하지 않은 프리랜서’는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방송작가노조는 방송사에 비정규직들과 근로계약을 맺는 등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관계부처인 고용노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 보도국 작가들의 노동실태를 조사해 책임 있는 자세로 노동환경 개선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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