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KBS '저널리즘토크쇼J' 비정규직 프리랜서 부당해고 논란과 관련해 방송 패널로 참여했던 임자운 변호사가 KBS 정규직 노동조합의 무대응을 지적했다.

임 변호사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방송사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 나의 가장 큰 불만은 정규직 노조의 무대응"이라고 밝혔다. 임 변호사는 "방송사의 인력 상당수가 비정규직으로 운영되는 건 당장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 치자.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문제에 관해 대단히 선진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도, 어떤 이유에서건 어렵다 치자"며 "그래도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최소한이라는 게 있지 않나. 지금도 계약서조차 쓰지 않는 프리랜서가 허다한데, 이게 남일인가"라고 반문했다.

13일 KBS '저널리즘토크쇼J' 방송에서 임자운 변호사는 KBS 프리랜서 부당해고 논란과 관련해 방송사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없다는 점을 비판했다.

임 변호사는 "기껏 제작해 놓은 프로그램이 방송도 못 되고 날라가면 비정규직 인건비도 날라간다는데, 정규직은 월급받으니 이게 또 남일인가"라며 "이런 기본적인 문제들로부터 바로잡자는 내부 규정 만들고 시행하자, 우리도 감시하겠다! 이런 요구는 당연히 할 수 있고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비판했다.

이어 임 변호사는 지난 13일 방영된 '저널리즘토크쇼J'의 마지막 방송에서 자신이 한 발언 중 주어가 빠진 발언이 있었다며 그 내용을 다시 적었다.

임 변호사는 "지금 KBS 다수 노조, 과거 정부에서 방송민주화 투쟁했던 분들이다. 비정규직 노동인권 문제에 입닫고 있다가, 다시 정치권력이 편집권에 개입하려 들면 그때는 또 함께 투쟁하자 할 텐가. 투쟁이 본인들 일자리가 아닌 정말 '민주언론' 위한 것이었다면 사내 비정규직 문제에도 당연히 목소리 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고 전했다.

임 변호사는 "KBS라는 큰 회사에서 10년 넘게 정규직 사원으로 근무했다면 당연히 그 문화에 잔뜩 젖어 있기 마련"이라며 "중요한 건, 그런 문제제기가 나왔을 때 그 발언이나 행동에 대한 평가를 누가, 어떤 기준으로 하도록 하느냐다. 스스로의 가치관, 혹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동료의 가치관으로 평가하게 하는 건 쳇바퀴로 들어가는 일이다. 그 가치관에 '저널리즘원칙'이나 '직업윤리' 같은 딱지를 붙인다 한들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임 변호사는 "언제든, 어떤 문제든, 완전히 다른 처지의 사람들에게 물을 수 있어야 하고, 그들의 평가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며 "그걸 주저하다가는 누구나 자신이 처한 조직의 잘못된 문화에 스스로를 가둬버리게 된다. KBS에서 새로운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을 만들려는 분들이 그 한계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지난 11월 23일 KBS <저널리즘 토크쇼J> 공식 카페에 올라온 프리랜서 PD의 글

지난달 19일 '저널리즘토크쇼J' 제작진은 보도자료를 통해 시즌2를 종료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후 '저널리즘토크쇼J' 페이스북 페이지에 한 프리랜서 PD가 "20명 남짓의 프리랜서 노동자들은 갑작스러운 계약종료(사실상 해고 통보)를 일방적으로 통보받은 상태"라고 폭로하면서 부당해고 논란이 촉발됐다.

프리랜서 PD는 "부당한 계약 종료 사실을 알려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는 제가 일했던 곳이 대한민국 최고의 방송국 KBS였기 때문"이라며 "노동자 정신의 근간인 전태일 열사 이야기를 방송으로 만들며, 그 방송을 만드는 노동자들은 부당하게 해고하는 이 구조적 모순이 아무렇지 않게 존재하는 곳이 지금의 KBS"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KBS 측은 "개편 방침이 결정되자마자 스태프들에게 개편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여러 여건상 더 많은 시간적 여유를 주지 못 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나아가, 프로그램 재개 때 기존 스태프 상당수와 다시 일하겠다는 방침과 스태프가 한국방송 내 다른 프로그램에서 일하기를 원할 경우 이를 알선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며 회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선제적으로 다짐했다"고 반박했다.

'저널리즘토크쇼J' 제작진 31명 중 21명의 비정규직·프리랜서들은 KBS 측의 공식 사과와 재발방지책 마련을 촉구하는 내용의 요구서를 KBS 보도국에 전달했다. 이들은 제도개선책으로 표준계약서 작성 의무화, 스태프 업무 범위 명시·이행, 프로그램 개편·폐지 시 고지·협의 의무화 등의 내용을 담은 '프로그램 단위 인력 운용 규정' 마련을 요구했다. KBS는 유관부서에서 해당 요구서를 검토 중이다.

한편, 지난 9일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국내 공공부문 방송사 비정규직·프리랜서 규모 비율이 약 42%에 달한다. 공영방송인 KBS(서울·지역)와 MBC(서울)의 경우 프리랜서 인력현황을 제출하지 않아 통계에서 빠진 수치다. 이들 비정규직·프리랜서의 임금은 정규직 대비 3분의 1 수준이다. 표준계약서를 활용하는 곳은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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