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위원회 내년도 예산이 당초 정부안 대비 34억원 증액된 2472억원으로 확정됐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민간 자율 팩트체크 지원 예산과 재난방송 상황실 구축 예산이 추가·신규 편성됐다.

방통위는 2일 국회 본회의 의결을 통해 총 2472억원 규모의 '21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이 최종 확정됐다고 밝혔다. 정부안 2439억원보다 1.4% 증액된 규모로 전년도 예산 2599억원 대비 약 127억원이 감액 편성됐다. 다만 개인정보보호위원회(사업비·인건비 88억원), 문화체육관광부(아리랑TV 인건비 109억원)로 예산 197억원이 이관되면서 사실상 방통위 예산은 전년 대비 77억원(3.2%) 증액된 셈이다.

(사진=미디어스)

정치권 안팎에서 논란이 일었던 민간 자율 팩트체크 지원 예산은 17억원 증액된 총 27억 4천만원으로 확정됐다. 방통위는 "이를 통해 금년 구축 예정인 팩트체크 시스템 기능을 고도화하고, 다양한 팩트체크 교육·홍보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내년도 방통위 예산안 심사에서 정치권 여야가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은 허위조작정보 방지를 위한 민간 팩트체크 활성화 지원 예산이었다. 국민의힘은 팩트체크 오픈 플랫폼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며 전액삭감을 요구했다. 정부가 지원하는 예산으로 플랫폼이 운영되었을 때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게 국민의힘 측 주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주도'가 아니라 언론계 요구에 의해 재정적 마중물 역할을 시작하게 된 것이라며 예산 증액을 주장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전문역량인과 관심있는 국민들이 팩트체크에 참여해 의견을 개진하는 과정을 구현하려는 것"이라며 "우려가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니지만, 오픈 플랫폼이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이 반영 가능하다.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KBS, MBC, SBS, EBS, YTN, MBN, 연합뉴스, 한겨레, 뉴스타파, 뉴스톱, 미디어오늘 등의 언론사가 참여하고 있는 오픈플랫폼 '팩트체크넷'측은 정부가 팩트체크 검증대상 선정, 과정, 결과에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방통위는 국회 심의 과정에서 재난방송 상황실 구축 예산 15억원을 신규로 확보했다. 이에 대해 방통위는 "그간 모니터링 장비와 인력 부족 등으로 재난상황 발생 시 적시 대응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며 "재난방송 상황실을 구축하게 됨에 따라 방송사·유관기관 등과 신속하게 재난 정보를 공유하고, 체계적인 재난방송 모니터링을 실시하는 등 재난방송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사진=연합뉴스)

'n번방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예산은 증액 편성됐다. 불법 음란물 유통방지를 위해 웹하드 사업자에 대한 자동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인터넷 사업자에 부과된 '불법 촬영물 차단 기술적 조치' 의무에 대한 평가체계를 마련하는 데 드는 예산이 16억 4천만원 증액된 27억 6천만원으로 편성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디지털성범죄 자동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 방통위-방통심의위-경찰청-여성가족부 간 성범죄물 DB 공조시스템 구축에는 12억원이 증액 편성됐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비대면 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미디어교육 예산은 총 41억원 편성됐다. 정부는 포스트 코로나 후속대책의 일환으로 관계부처 합동 '디지털 미디어 소통역량 강화 종합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방송콘텐츠 경쟁력 강화 예산은 총 723억원이다. 지역·중소방송 지원 예산 40억 3천만원, 공동체라디오 2억원, KBS 대외방송 78억 4천만원 등은 전년도와 동일한 규모다. 다만 아리랑TV와 국악방송에 대한 제작비 지원 규모는 전년 대비 5% 가량 감액되었다고 방통위는 설명했다.

아리랑TV·국악방송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 지원 논란은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인 두 방송에 방발기금을 지원해야하는 근거가 부족해 매년 국회에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이관·감액된 관련 지원 예산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민주당 윤영찬·이광재 의원 요구로 58억원 증액될 조짐을 보였으나, 최종적으로 원안이 통과됐다. 방통위는 내년 아리랑TV 230억원, 국악방송 63억원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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