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위원회 팩트체크 플랫폼 사업 지원 예산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가까스로 통과했다. 과방위 여야는 정부 지원 팩트체크 센터에 대한 입장을 좁히지 못했으나, 최종적으로 관련 예산을 일부 증액해 의결을 마쳤다.

12일 오후 과방위 전체회의에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과방위 소관 정부부처의 내년도 예산안이 상정됐다. 예산안 중 과방위 예산결산소위원회에서 여야가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은 팩트체크 관련 예산이었다.

방통위는 내년도 '인터넷 환경의 신뢰도 기반 조성 사업' 명목 예산으로 10억 4천만 원을 편성했다. 팩트체크 시스템 구축, 팩트체크 전문역량 강화, 팩트체크 오픈플랫폼 운영 등을 목적으로 편성된 예산이다. 과방위 예산소위에서 더불어민주당은 23억 7천만원 증액, 국민의힘은 전액삭감을 주장해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팩트체크 오픈플랫폼의 공정성을 문제 삼아왔다. 정부가 지원하는 예산으로 플랫폼이 운영되었을 때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게 국민의힘 측 주장이다.

'팩트체크넷'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플랫폼 구축은 방송기자연합회가 맡았다. 이날 방송기자연합회, 한국기자협회, 한국PD협회 등 언론단체는 '팩트체크넷'이라는 이름의 오픈플랫폼을 출범시켰다. 현재까지 KBS, MBC, SBS, EBS, YTN, MBN, 연합뉴스, 한겨레, 뉴스타파, 뉴스톱, 미디어오늘 등의 언론사가 참여하고 있다.

과방위 국민의힘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전 세계 민주주의 어떤 국가에서도 정부주도로 팩트체크를 하는 곳은 없다. 국민을 교육시키겠다는 국가 사회주의 의도가 아니고서야 이런 사업이 있나"라며 "정부가 세금으로 편향적인 시민단체를 내세워 정부여당 입맛에 맞는 뉴스와 그렇지 않은 뉴스를 가려내겠다는 저의를 드러낸 것이 우습다"고 했다. 이어 박 간사는 한상혁 방통위원장과 신태섭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이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대표 출신이고, 플랫폼을 주도하는 언론 현업단체들도 민언련이 주도하고 있다며 편향성 문제를 주장했다.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은 "국민의힘 전체 의견이 이 예산은 전액삭감해야 한다는 것으로 맞춰졌다"며 "이 예산이 확보되면 비판세력에 재갈을 물리는 결과가 된다. 정부여당 입김대로 여론형성이 되는 데 대해 국회가 방조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조명희 의원은 팩트체크를 운영하는 JTBC, 서울대 팩트체크 센터 등에서 정부주도의 팩트체크 센터 추진에 대해 명시적인 반대의견을 개진해왔다고 전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정부주도'가 아니라고 맞받았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은 "정부가 나서지 않았다. 언론 협회에서 2017년 먼저 사업을 제안하고 정부에서 마중물을 부어달라고 해 시작된 것"이라며 "정부 주도는 절대 아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예산소위에서 논의할 때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운영면에서 편향되지 않도록 거버넌스를 구성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안은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윤영찬 의원은 "지금 팩트체크 진행 주체가 언론인들로 되어 있다. 언론인들이 정부가 지원했다고 정부 말을 듣는다는 건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며 "정부는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이 구조를 유지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정필모 의원은 "팩트체크는 영리사업이 아니라 재정적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 재정이 어떻게 쓰이는지, 팩트체크가 객관적 기준에 의해 공정하게 이뤄지는데 대한 검증이 반드시 필요하고 국제적 기준인 IFCN(국제 팩트체킹 네트워크) 인증을 통해 우려를 불시기킬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왼쪽)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서울대 팩트체크센터는 직접 팩트체크 하는 기관이 아니라 언론사 팩트체크 결과를 모아주는 플랫폼 역할밖에 하지 못하고, JTBC 팩트체크팀은 기자 2~3명 밖에 안 돼 사실상 우리나라에 규모있는 팩트체크 플랫폼은 없다고 봐야한다"며 "전문역량인과 관심있는 국민들이 팩트체크에 참여해 의견을 개진하는 과정을 구현하려는 것이다. 우려가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니지만, 오픈 플랫폼이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이 반영 가능하다.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팩트체크넷 측에 따르면 해당 사업은 2017년 방송기자연합회가 정부와 국회에 제안해 시작됐다. 방송기자연합회는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공모에 참여했다.

팩트체크넷은 정부가 팩트체크 검증대상 선정, 과정, 결과에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최종 권한이 기자에게 있고, 팩트체크 결과물은 각 언론사 뉴스콘텐츠로 생산돼 IFCN 원칙을 준수하여 기사와 동일하게 송출된다는 것이다. 또 소위 '진보', '보수' 등 정치적 성향 구분 없이 회원 언론사 전체에 플랫폼 참여를 요청했고, 시민 팩트체커의 경우 방송기자연합회가 해마다 실시하는 팩트체크 양성과정·교육 이수자를 대상으로 선발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팩트체크넷 측은 유럽연합(EU)이 공적 기금을 통해 ‘InVID 프로젝트', 'SOMA 프로젝트' 등 팩트체크 활성화 지원에 나선 상황이라며 '정부 예산으로 팩트체크 하는 나라는 없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이원욱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위원장이 12일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박성중 간사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과방위는 여야 간사 협의 끝에 '부대 의견'을 다는 조건으로 관련 예산 일부 증액에 합의했다. 부대의견은 '방통위는 팩트체크기관 운영현황에 대해 과방위에 6개월 단위로 정기보고를 하고, 위원회 요구 시 수시 보고를 하여야 한다'는 내용이다. 관련 예산은 팩트체크 시스템 구축 예산을 일부 늘려 총 14억원 규모로 증액됐다.

한편, 국민의힘 과방위원들은 여야 간사 합의로 의결된 관련 증액 예산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며 이미 의결된 안에 대해 방통위 원안대로 다시 통과시킬 것을 주장했다. 뒤늦게 박성중 의원이 자당 의원들의 반대의견을 모아 원안대로 국회 예결위에 넘기자고 다시 제안에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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