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조선·중앙·동아일보 등의 '8·15 광화문 집회' 홍보광고와 사랑제일교회·전광훈 목사 대국민 입장문 광고에 대한 심의 민원이 제기됐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는 관련 광고에 대한 모니터링 과정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인 감염병 대유행 국면에서 음모론까지 담긴 이례적 '의견광고'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27일 조선·중앙·동아·문화·국민일보 등 5개 신문사의 광복절 집회 광고를 신문윤리위원회에 독자불만처리 접수하고, 광고자율심의기구에 인쇄매체광고 심의 민원을 26일 접수했다고 밝혔다.

20일 조선일보 32면, 중앙일보 32면, 동아일보 30면에 실린 '사랑제일교회 및 전광훈 목사 대국민 입장문'(위)과 8월 14일자 조선일보 28면, 32면 전면광고

신문광고윤리강령은 신문광고가 ▲독자에게 이익을 주고 신뢰를 받을 수 있어야 하며 ▲공공질서와 미풍양속을 해치거나 신문의 품위를 손상해서는 안되고 ▲그 내용이 진실하여야 하며 과대한 표현으로 독자를 현혹시켜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광고자율심의규정 제1조(목적)는 '광고윤리를 확립하고 광고의 자율성과 신뢰도를 진작시키며 사회적 책임을 제고하기 위해'라고 명시돼 있다.

민언련은 "언론은 세계적 감염병 대유행(코로나19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해 정확한 정보 전달과 사실 보도로 국민의 불필요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방역체계를 철저하게 검증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그러나 이들 신문사는 언론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함은 물론이고, 방역에 악영향을 끼치는 광고를 서슴없이 실었다"며 "공익에 반하는 신문사의 이런 무책임한 행위는 우리 사회에서 다시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심의 민원 취지를 설명했다.

민언련은 "5개 신문사의 대대적 광고 게재는 언론이 광화문집회 주최 측의 확성기 역할을 하며 방역 위기를 초래하는데 일조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며 "코로나19 사태처럼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재난 상황에서 일방적 주장에 대한 사실 확인과 검증 없이 허위사실이 포함된 광고를 싣는 것은 언론으로서 매우 무책임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15일 광화문 집회가 있기 전까지 한달 간 조·중·동 등 5개 언론사는 관련 광고를 총 42회 게재했다. 이 중 조선·중앙·동아일보는 36회 광고를 실었고, 특히 조선일보의 경우 15회로 가장 많이 게재했다. 조선일보와 국민일보에는 집회 하루 전날 집회 홍보와 각 지역별 버스 담당자 연락처가 적시된 '모이자!' 포스터가 전면광고로 게재됐다. 조선일보는 전 목사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로 선출된 2018년부터 전 목사 등 보수개신교계의 '애국집회' 광고와 정부규탄 의견광고를 실어왔다. 20일 조선·중앙·동아일보에 실린 사랑제일교회-전 목사 대국민 입장문의 내용은 현재 수사기관이 '가짜뉴스'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인 '코로나19 통계 음모론'이다.

2018년부터 조선일보에 실린 전광훈 목사, 한기총 관련 광고

그간 한국사회에서 '의견광고'와 관련된 논란은 종종 발생했다. 대표적으로 2015년 기사의 논조와 반대되는 박근혜 정부 국정교과서 광고가 한겨레신문에 게제됐을 당시 논란이 일었다. 당시 한겨레 독자들의 절독운동이 일었고, 내부에서는 비판 성명이 게재됐다. 한겨레는 내부 토론회를 개최하고 의견광고 게재 기준에 대한 가이드라인 마련에 착수했다. 같은 해 이뤄진 민중총궐기 집회에 대해 "불법집회, 폭력시위는 법칙주의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는 박근혜 정부의 의견광고가 28개 신문에 게재됐을 때, 한겨레는 이 광고를 싣지 않았다.

신문사가 주요 광고주인 대기업의 눈치를 보고 이들 기업에 대한 비판 의견광고를 게재하지 않았다는 논란이 제기된 사례도 있다. 1997년 한겨레신문에 게재하기로 했던 무역협회노조의 의견광고가 주요 광고주인 LG그룹의 로비로 빠진 사례, 2000년 5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대한항공운항승무원노조의 의견광고를 싣기로 했다가 파기한 사례, 2001년 10월 동아일보 초판에 실린 SK비판 의견광고가 배달판에서 빠진 사례 등이다.

2003년 언론중재위원회 웹진에 실린 '의견광고의 법적 책임에 관한 고찰'에서 이승선 충남대 교수는 의견광고 게재에 대한 매체사의 책임에 대해 "의견광고는 일반 수용자의 액세스권의 일환으로 신장되고 확대되어야 하는 광고로서의 영리적 성격을 지니고 있지만 언론 메시지 내용의 일부이기 때문에 그 책임은 궁극적으로 매체사에게 돌아간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의견광고의 제1차적인 향유 주체는 양심의 귀속주체인 개인이지만 표현 활동을 전문적·제도적으로 영위하는 특수 목적집단으로서 언론기관이 존재하는 이상 법인인 언론기관도 정신적인 자유로서의 의견광고의 향유 주체"라며 "동시에 의견광고의 의뢰자와 함께 의견광고의 게재에 따른 책임과 의무를 분담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겨레 2015년 10월19일자 1면

이번 광화문 집회 관련 신문광고 논란에 대해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하다 못해 편의점에서도 불량한 식품이거나 유통기한 지나서 상한 게 있으면 제조사 뿐 아니라 유통사에도 책임이 있는데, 의견광고를 유통한 미디어사의 책임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광고는 일반 기사보다 기준이 덜 엄격한 게 사실이다. 신문 등 미디어사가 편집면과 구분해 광고면을 별도로 관리하기 때문에 언론사가 '우린 지면만 빌려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도 "광고에 문제가 있을 경우 그 내용을 유통시켜 문제가 발생하도록 하는데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볼 수 있어 미디어사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의견광고는 특히 신문이 가지고 있는 신뢰를 바탕으로 그 의견을 수용하는 측면이 있다. 정말 믿기 어려운 언론사에 실리는 광고와 조선·중앙·동아 등 사회적으로 여론을 형성해오던 미디어에 실리는 광고는 독자들이 받아들이는 게 다르다"면서 "코로나19 감염 사태가 집회참가자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국민들에게도 감염될 수 있는 대단한 위험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광고를 실어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도록 한 것은 언론사로서 엄중한 책임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일단 광고내용이 대단히 문제적이다. 코로나19로 모두가 힘겨워하고 조심스러워하는 시기에 일반독자들이 사실과 다른 내용을 신문의 영향력과 신뢰도를 바탕으로 보게 되는 것"이라며 "레이아웃을 통해 기사와 광고가 구분되어 있다 하더라도 독자들이 영향력 있는 언론사에 실린 광고 메시지를 받아들일 때는 그 경계가 모호해진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하물며 일반기업에서도 주요 언론에 광고를 했다고 하면, 해당 광고를 어떤 언론사에 했다고 거듭 알린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언론사가 광고를 실을 때 이 광고가 자사와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 고민하고 자체심의를 통해 신중히 게재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며 "법적 처벌은 언론자유 침해 소지 등으로 어렵겠지만 이 같은 광고 유통에 대한 언론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언론자율감시기구인 신문윤리위의 위원 구성을 보면 대부분이 신문협회, 신문방송편집인협회, 기자협회 등 언론계 협회 추천을 통한 언론사 대표와 언론인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정선구 중앙일보 광고사업본부장(한국신문협회 광고협의회 회장), 서영아 동아일보 논설위원 등 이번 광화문 집회 광고 논란과 관련한 직간접적 이해당사자도 윤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신문윤리위 구성은 자율기구라는 속성 때문에 언론계 인사들이 들어가 있지만 이번 경우만 하더라도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는 꼴이 될 수 있다"며 "학계, 시민사회 등 외부인사들을 통해 위원회 구성의 다양성을 높여 공정성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교수는 "신문윤리위 구성에 있어 학계, 시민사회 등 신문사 바깥의 사람들로 구성하는 게 공정성 측면에서 나을 수 있고, 신문사 속사정을 잘 아는 현장인력들로 구성되는 것도 나쁜 건 아니다"며 "다만 추천받은 사람들의 공적 마인드가 중요하다. 추천단체나 이해관계에 따라 활동한다면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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