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조선·동아일보가 '8·15 광화문 집회' 정당화에 나섰다. '애국시민들의 나라걱정을 극우로 몰면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이와함께 극우 논쟁이 불붙었다.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다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차명진 전 새누리당 의원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극우' 설전을 벌였다. 진 전 교수는 "여러분의 오른 쪽에 아무도 없으면, 바로 여러분이 극우라는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조선일보 최보식 선임기자는 28일 칼럼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우파 정당의 비겁함>에서 "통합당이 재빠르게 분위기에 올라타 광화문 집회를 '극우'와 '썩은 피'로 공격"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권에 화난 이런 민심의 분출을 '극우'로 몰아도 되나"라고 주장했다.

8월 28일자 조선일보 최보식 칼럼·동아일보 김형석 칼럼

최 선임기자는 "광화문 집회가 방역 부담을 준 것은 사실이다. 통합당이 여기에 엮여 지지율이 내려갔을 수 있다"며 "이런 현실적인 입장을 이해해도, 그날 장대비 속의 광화문 인파가 통합당으로부터 이 같은 모욕과 조롱, 비난을 받아야 하나"라고 두둔했다.

최 선임기자는 정부의 교회 소모임 금지 해제, 여행쿠폰 발행, 임시공휴일 지정 등을 언급하며 정부책임론을 부각, "그런 정권이 광복절 집회 직전에 코로나 확산 우려를 내세우니 설득력이 없었다. 정권 반대 집회를 차단하려는 술책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라고 썼다.

그는 "박근혜 석방을 위해서, 혹은 4·15 부정선거 의혹을 주장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백주에 테러를 자행하는 극우 세력은 아닌 것"이라며 "우파 정당의 위기는 끝까지 싸워서라도 지켜야 할 가치를 잃어버린 데서 비롯됐는지 모른다. 집회 참가자들은 현 정권보다 등 뒤에서 '극우'라고 칼을 꽂은 통합당에 더 배신감을 가졌을 게 틀림없다"고 썼다.

같은 날 동아일보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은 칼럼 <국민이 정부를 더 걱정한다>에서 "코로나19 사태를 걱정하지 않는 국민이 어디 있는가. 자신의 생명과 연결되는 병마를 종식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갖지 않는 국민은 없다"며 "그 위험을 무릅쓰고 비를 맞으면서 광화문광장으로 운집했던 애국시민들의 심정을 현 집권자들이 정치 수단으로 삼거나, 정책의 방향 전환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 명예교수는 "그들도 우리 국민의 한 사람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현 정권에 대한 성실하고 책임 있는 자기반성과 애국적인 선택"이라며 "선의의 국민들은 절대로 정부와 여당의 적도 아니며 버림받아서도 안 된다. 그런 국민들이 따르지 않는다고 멀리하거나 적대시한다면 현 정권은 국민들로부터 버림을 받는다"고 했다.

조선일보 2019년 10월 7일 <[최보식이 만난 사람] "현 정권 세력은 제정신 아니다… 우리는 재앙을 막아야 한다">

보수언론, 특히 조선일보의 이 같은 논조는 일관됐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10월 7일 전 목사 인터뷰 기사 <"현 정권 세력은 제정신 아니다… 우리는 막아야 한다">를 실었다. 최 선임기자는 당시 해당 기사에서 "3년 전 국정 농단 촛불집회의 구호는 '이게 나라냐'였지만, 이번에는 '이건 나라냐' 구호가 보였다. 박근혜 정권을 극복하고 진전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퇴행했다는 뜻"이라며 "참석자 연령대는 낮아졌고 특히 주부가 눈에 띄게 많았다. 주부들이 몰려나온 것은 결코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 문 대통령에게 머리끝까지 화가 났구나, 7시간 가까이 집회 현장을 돌며 관찰한 내 결론"이라고 썼다.

조선일보는 통합당에 원내 투쟁이 아닌 '아스팔트 투쟁'으로 돌아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달 부동산 입법처리 과정에서 여권의 '속전속결' 국회운영 방식에 대한 비판과 함께 제1야당의 발목잡기식 태도가 도마에 올랐을 때, 조선일보는 <필리버스터도 안했다, 野性 포기한 야당>(7월 31일) 기사를 내놨다. 조선일보는 통합당이 ▲필리버스터 ▲장외투쟁 ▲안건조정위원회 ▲의원직총사퇴 등의 태도를 취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당시 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이 옛날하고는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에 무조건 의원들이 밖으로 뛰어나가서 장외투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능사가 아니다"라며 원내 투쟁 가닥을 잡았다. 통합당은 20대 국회에서 스무차례가 넘는 보이콧과 장외투쟁으로 얻은 총선참패를 경험한 바 있다. 광화문 집회 전까지 통합당은 적극적인 원내 투쟁, 새 정강정책 발표, 광주 5·18 민주묘지 '무릎사과' 등을 통해 민주당 지지율을 역전했다.

한편, 27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차명진 전 의원은 자신을 비판한 진중권 전 교수를 겨냥해 "왜 아무 데나 극우, 국가주의라는 딱지를 붙였을까"라며 "그에게는 중심되고 일관된 역사 인식이 없다. 자유우파와 전체주의가 구분이 안된다"고 페이스북에서 주장했다.

이에 진 전 교수는 '차명진의 4거지악'이라는 글을 올려 ▲사회에서 만류하는데도 감염 위험이 높은 집회에 참석해 감염돼 자신에게 죄를 지은 점 ▲집회 참석을 만류한 어머니 가슴에 못을 박아 가족에게 못할 짓을 한 점 ▲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국가재정에 부담을 준 점 ▲정치적-종교적 광신자들의 난동에 참여해 보수진영에 정치적 타격을 준 점 등을 언급했다. 진 전 교수는 "여러분들의 오른 쪽을 보라. 거기 누가 있던가"라고 반문하며 "오른 쪽에 아무도 없으면 바로 여러분이 극우라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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