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지난달 부결된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이 28일 다시 발의돼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다. 인터넷은행 대주주의 한도초과 지분보유 승인요건에서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을 삭제하는 해당 법안은 공정거래법 위반전력 중 '담합' 전력을 삭제하는 내용으로 수정, 발의됐다.

KT의 케이뱅크(K bank) 대주주 적격 심사는 '담합' 혐의로 인해 심사가 중단된 상태다. 하지만 여야가 긴급재난지원금 추가경정예산안과 함께 인터넷은행법을 처리하기로 합의하면서 대기업이 공정거래법 위반에도 인터넷은행 대주주에 오를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29일 정의당 추혜선 의원, 민생당 채이배 의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참여연대, 민주노총 등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터넷은행법 개정안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제1당과 2당 지도부가 법안 처리에 합의했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명분도 없는 법개정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9일 정의당 추혜선 의원, 민생당 채이배 의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참여연대, 민주노총 등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터넷은행법 개정안 철회를 촉구했다. (사진=미디어스)

앞서 27일 국회 여야 지도부는 29일 오후 9시 본회의를 열어 긴급재난지원금 추경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이와 함께 여야는 성착취 영상거래 사건 재발방지법, 인터넷은행법, 산업은행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지난달 5일 본회의에서 부결된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은 인터넷은행 대주주의 한도초과 지분보유 승인요건에서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을 삭제하는 내용이 골자다.

시민사회를 비롯해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같은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을 'KT특혜법'이라고 비판해왔다. 2018년 10월 금융위원회는 자산 총액 10조원 이상인 대기업이라도 정보통신기술(ICT) 자산 비중이 50%를 넘으면 인터넷전문은행을 소유(지분 34%)할 수 있도록 인터넷은행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기존 은행법은 10%까지만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를 허용하고 있다.

이후 지난해 1월부터 해당 시행령이 시행됐고, 케이뱅크 지분 10%를 보유한 KT는 지분을 34%까지 늘리기 위해 금융당국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KT가 공정거래법상 담합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점을 들어 심사를 중단했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것이 인터넷은행 대주주의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을 삭제하는 내용의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이다.

28일 발의돼 정무위를 통과한 법안은 인터넷은행 대주주의 공정거래법 위반 중 '담합' 전력을 삭제하는 내용으로 수정됐다. KT의 담합 혐의로 케이뱅크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중단된 점, 기업들의 공정거래법 위반 사례 중 상당수가 '담합'인 점 등을 고려하면 'KT특혜법', 자산 10조 이상 대기업의 인터넷은행 소유라는 본질은 달라지지 않은 셈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채이배 의원은 "다시 더 노골적인 KT특혜법을 개정하겠다는 건 헌법기관을 무시하는 반민주적 행위"라며 "공정거래법상 가장 악질적인 위반행위인 담합에 대해 대주주 자격을 주겠다는 건 국민의 돈을 안전하게 지켜야 할 은행을 거의 범죄 기업에 맡기겠다는 것과 같다"고 규탄했다.

채 의원은 "법사위 간사로서 끝까지 막아내고 안된다면 본회의에서 막아내겠다"면서 "3월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시킨 의원들이 지금 올라온 더 노골적 법에 찬성한다면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과 신념, 자존심을 버리는 일"이라고 반대 표결을 호소했다.

국회 정무위 소속 추혜선 의원은 "정무위 2년동안의 인터넷은행법을 복기해보면 도대체 왜 우리가 이런 과정을 겪었는지 아직도 이해가 안간다"며 "의원들의 반대표를 생각해보면, 박근혜 정부에서 무리하게 KT에 인터넷은행을 줬고 과도한 특혜라는 것이 드러났는데 문재인 정부에서 지난 정부의 과오를 법까지 바꿔가며 지키려는 의도에 대해 납득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5일 국회 본회의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부결됐다. (사진=연합뉴스)

참여연대 박정은 사무처장은 "이 개정안이 왜 KT특혜법인지 여야 의원들이 익히 알고 있음에도 부결된 것을 다시 처리하겠다고 한다. 이런 집요함과 의지를 서민들 삶을 위해서 발휘한 적이 있는지 20대 국회에 묻고 싶다"고 규탄했다.

경실련 박상인 정책위원장은 "이 법안의 저의는 단지 KT에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을 보면 담합 위반 사례가 가장 많다"며 "이런 맹점을 치밀하게 계산해 악용해서 법안을 처리하고 있다. 인터넷은행이 향후 살아남지 못할 때 재벌들에게 넘기기 위한 치밀한 사전작업"이라고 규정했다. 인터넷은행법 개정안 부결로 자회사인 BC카드를 통해 케이뱅크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이른바 '플랜B' 절차를 밟고 있다.

민변 백주선 민생경제위원장은 "인터넷은행법은 처음부터 은행이라면 반드시 지켜야 할 은산분리 원칙을 깨뜨렸고 나아가 산업자본에게 지분 34%를 허용하는 파격적 특혜를 제공했다"며 "이 법안마저 오늘 통과된다면 이번 총선에서 집권여당에게 180석을 밀어준 국민의 참뜻을 대단히 크게 위반하는 것이다. 21대 국회 첫발부터 국민의 기대와 희망을 져버리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택근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재난지원금 지급에 인터넷은행법을 끼워넣어 KT 특혜를 준다는 것은 '1+1' 끼워넣기식 국민 우롱 행위"라며 "21대 국회에서 180석 권력을 거머쥐었다고 이런 횡포를 벌이는 것인지 참담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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