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지난달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인터넷은행법)안이 다시 국회 본회의에 오르게 됐다. 이른바 'KT특혜법'으로 불리는 해당 법안은 긴급재난지원금 관련 추가경정예산안과 함께 본회의에 오른다.

27일 국회 여야는 오는 29일 오후 9시 국회 본회의를 열어 긴급재난지원금 추경안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이와 함께 여야는 성착취 영상거래('n번방') 사건 재발방지법, 인터넷은행법, 산업은행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사진=연합뉴스)

이 중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은 인터넷은행 대주주의 자격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인터은행법은 공정거래법,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은 사업자는 인터넷은행 대주주가 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은 인터넷은행 대주주의 한도초과 지분보유 승인 요건에서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을 삭제하는 내용이 골자다.

시민사회를 비롯해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같은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을 'KT특혜법'이라고 비판해왔다. 2018년 10월 금융위원회는 자산 총액 10조원 이상인 대기업이라도 정보통신기술(ICT) 자산 비중이 50%를 넘으면 인터넷전문은행을 소유(지분 34%)할 수 있도록 인터넷은행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후 지난해 1월부터 해당 시행령이 시행됐고, 이에 케이뱅크(K bank) 지분 10%를 보유한 KT는 지분을 34%까지 늘리기 위해 금융당국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KT가 공정거래법상 담합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점을 들어 심사를 중단했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것이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이다.

민주당과 통합당은 애초 인터넷은행법 개정안 처리에 합의, 법안이 법사위를 통과하면서 본회의 처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됐으나 지난달 5일 국회 본회의에서 전격 부결됐다. 당시 본회의장에서는 민주당, 정의당, 민주통합의원모임 소속 의원들의 반대 의견이 쏟아졌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대주주 자격을 심사하는 대상 법률에서 공정거래법을 빼는 것은 KT라는 특정 기업을 위한 분명한 특혜"라며 "인터넷전문은행법이 불법기업의 면죄부가 되어선 안된다"고 말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우리 사회의 공공성과 사회·경제적 약자 앞에 여당과 제1야당이 한편이 되어 버리는 것이 20대 국회의 가장 큰 비극이다. 민주당은 공공성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이 점을 뼈아프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고, 채이배 민주통합의원모임 의원은 "이번 개정안은 독과점, 갑질, 담합 등 공정거래법을 위반해 공정한 시장질서를 해친 자도 은행 대주주가 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라고 반대 표결을 촉구했다.

인터넷은행법 개정안 표결 결과는 재석의원 184명 중 찬성 75명, 반대 82명, 기권 27명으로 부결 처리됐다. 통합당은 합의위반이라며 본회의장을 집단 퇴장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이 부결된 데 대해 공식사과하고 총선 이후 열리는 회기에서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5일 국회 본회의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부결됐다. (사진=연합뉴스)

이 원내대표의 개정안 재상정 약속에 시민사회는 민주당에 대한 비판을 이어나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등 8개 단체는 공동성명을 내어 "통합당은 약속과 다르다고 회의를 보이콧하며 국민을 기만하는 무책임한 행태를 보이고 있고, 민주당은 일말의 수치심조차 버리고 납작 엎드리는 모습으로 화답했다"면서 "국회의원들 다수가 부결시킨 법안을 당론으로 밀어붙여 통과시키겠다는 것은 명백히 위헌적인 발상"이라고 했다.

한편, KT는 인터넷은행법 개정안 부결로 자회사인 BC카드를 통해 케이뱅크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절차를 밟고 있다. BC카드는 최근 모회사인 KT가 보유한 케이뱅크 지분 10%를 사들이고, 케이뱅크가 오는 6월 18일을 주금납입일로 추진 중인 5949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지분을 34%까지 늘리겠다고 공시했다. KT는 BC카드의 지분 69.54%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채이배 민생당 의원은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미 KT는 케이뱅크 출자를 포기하고 자회사인 BC카드가 출자하기로 결정했다"며 "미통당은 추경안을 볼모로 인터넷은행법을 통과시킬 것을 요구했고 민주당은 이런 말도 안 되는 요구를 수용했다. 저는 다시 끝까지 이 불공정하고 부당한 시도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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