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관련 정치권 논의가 21대 총선 종료 이후 일주일째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조선일보는 '금권선거' 프레임을 다시 꺼내 들었다. 여당이 선거 때 긴급재난지원금을 활용해 놓고 선거가 끝나자 그 책임을 야당에 넘기려 한다는 주장이다.

22일 더불어민주당은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해 소득과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되, 자발적 반납분은 기부금으로 인정해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안을 제시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여야가 합의하면 해당 안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여당이 일종의 절충안을 도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일보 4월 23일 사설 <선거 때 코로나 지원금 활용하고 이제 그 책임은 야당에 떠넘기나>

하지만 미래통합당은 정부입장이 바뀐 것이라면 당정이 새로 합의한 내용에 맞춰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추경안을 수정 제출하라고 날을 세웠다. 현재 국회에는 소득하위 70%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한 추경안이 제출돼 있다. 또 통합당은 적자국채 발행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급범위를 전 국민 대상으로 넓히려면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통합당에 당론이 소득하위 70%인지, 100% 지급인지를 명백하게 밝히라고 압박했다. 통합당이 총선 전 '전 국민 50만원 지급'을 공약해놓고 선거 이후 애매한 태도와 반대입장을 보이자 명확한 입장을 요구한 것이다. 이 원내대표는 "100% 지급 공약이 여전히 유효하다면 곧바로 국회 논의에 착수하는 한편 정부 설득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며 "반면 70% 지급으로 바뀌었다면 민주당도 거기에 맞는 대응을 검토하고 입장을 정리해가기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와관련해 23일 조선일보는 사설 <선거 때 코로나 지원금 활용하고 이제 그 책임은 야당에 떠넘기나>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야당 결정에 따라 바꾸겠다는 것"이라며 "총선에서 180석의 압승을 거둬 못할 일이 없게 된 여당이 103석으로 쪼그라든 야당의 결정을 따라가겠다고 한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지금 긴급재난지원금 오락가락은 정부와 여당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공은 정부·여당에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민주당이 총선을 의식해 기재부 팔을 비틀어 지급 범위를 70%로 늘렸고, 선거 막판 전 국민 지급을 약속한 민주당이 기재부를 압박하며 100%안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여당은 재난지원금을 총선에서 최대한 활용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투표 하루 전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자들에게 미리 통보하고 신청을 받으라'고 했다"며 "선거에 써먹을만큼 써먹었는데 선거가 끝난 뒤엔 책임을 야당에 넘기려 한다. 선거에 참패하고 지도부마저 없어진 야당을 따르겠다고 한다"고 '금권선거' 프레임을 내세웠다.

조선일보 4월 15일 종합 01면

조선일보는 지난 15일 총선 당일 지면에서 '금권선거' 프레임을 꺼내 들었던 바 있다. <굳이… 선거전날 지원금 꺼내든 대통령>, <정부, 아동쿠폰 넉달치 몰아주고… 與 지자체장들도 현금투하>, <총선 직전… 대전 가구당 최대 70만원, 강원 1인당 40만원>, <野 "4·15 부정선거 될 판, 이럴거면 집 한채씩 줘라"> 등의 보도들을 통해 정부·여당이 총선 직전 '코로나 지원금 뿌리기'에 '올인'하고 있다고 썼다. 사설 <전국서 與 돈 선거 혈안, "與 뽑으면 재난지원금 준다"까지>에서는 "'긴급재난지원금'이란 명분을 거부하기 힘들다는 점을 이용해 아예 대놓고 돈으로 표를 사려고 한다"고 했다.

긴급재난지원금에서 '긴급'의 의미가 퇴색되어가고 있다는 우려가 짙고, 전국민 지급 공약을 사실상 뒤엎은 한국당에 이목이 쏠리는 것과는 상반되는 주장이다.

같은 날 경향신문은 사설 <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자발적 기부', 야당도 협력하라>에서 "공은 야당으로 넘어갔다"고 총평했다. 경향신문은 "당정이 새 합의안을 발표하기 전 심재철 통합당 원내대표는 '적자국채 발행은 안된다고 했고, 지급액수와 범위는 당정의 합의해오라. 그대로 받아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며 "결국 당정에 요구한 합의안이 나오자 '국채 발행' 문제로 빗장을 걸고 답을 또 미룬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불과 10여일 전 1인당 50만원씩 재난지원금을 주겠다 해놓고 말을 바꾼 제1야당이다. 벼랑에 몰려 지원금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겐 하나하나가 총선 패자들의 변덕과 아집으로만 보일 것"이라며 "통합당은 신속하고 대승적으로 결단하는 '책임정치'를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겨레는 사설 <'자발적 기부' 결합한 재난지원금, 야당도 수용을>에서 정부·여당안에 대해 "총선 전 여야 모두 전 국민 지급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점이나,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지원의 긴급성을 고려할 때 차선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평했다. 이어 한겨레는 "당정 간의 이견이 해소된 만큼 야당도 더는 반대할 명분이 사라졌다"며 "통합당이 적극적으로 협조하기를 바란다. 국회는 긴급재난지원금 마련을 위한 추경예산안 심의를 서둘러 신속한 집행을 도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신문은 사설 <2·3차 추경과 재난지원금 100% 지급, 신속 처리돼야>에서 "정부와 여당이 긴급재난지원금 지급대상을 100%냐, 70%냐로 핑퐁게임을 하더니 마침내 전 국민(가구)에게 100% 지급으로 결정했다니 다행"이라며 "마침 통합당은 총선 과정에서 국민 1인당 50만원 지급을 주장했으니, 국민을 우롱한 것이 아니면 말바꾸기를 하지 말고 여당에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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