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미래통합당의 기록적인 4·15 총선 참패를 두고 언론에서는 매체 성향을 막론하고 한국 보수정치 몰락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선거기간 있었던 막말파동, 공천갈등 등을 참패 원인으로 꼽기도 하지만 구시대적 프레임에 따라 무조건 반대만 외치는 '발목잡기'식 보수 정치가 결국 시대의 외면을 받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미래통합당의 구시대적 프레임 한가운데 이른바 '조중동'을 중심으로 한 보수언론이 늘 있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겨레는 17일 사설 <심판받은 통합당, '정부 발목잡기'로는 미래 없다>에서 "통합당 안에서 참패의 원인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n번방 호기심' 등 황교안 대표의 실언, 세월호 망언과 세대 비하 막말 등을 주요한 패인으로 꼽는다"면서 "그러나 '정권 심판'을 요구한 통합당이 외침에 '야당 심판'으로 응답한 민심을 선거 전술의 패착으로 돌리는 건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반대만 거듭해 온 '구태 의연한 보수'에 대한 심판이라고 봤다. 대다수의 주요 언론 역시 이와 같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전국 단위 선거 4연패라는 보수정당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패배를 단순히 선거전술의 실패로만 설명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한겨레는 "국민들의 눈에는 통합당이 유령과 싸우는 뒤처진 집단으로 비쳤을 것이다. 조중동의 낡은 프레임에 더 이상 끌려다니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장 최근 사례로 코로나19 국면에서의 보수언론 보도를 들 수 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은 코로나19 국면 초기부터 '중국 봉쇄론'을 주창하며 정부가 중국의 눈치를 보고 있고, 이 때문에 국내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한 것이라는 공세를 펼쳤다. 밀입국 가능성을 높여 방역망에 구멍이 뚫릴 가능성이나 확진자 대부분이 국내 환자로 나타나고 있었던 당시 상황은 보수언론의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코로나19 명칭은 '우한 폐렴'을 고집했다. '중국 눈치보기' 프레임의 연장선이다. WHO와 전문가는 병명에 특정 지명 등을 붙여 부르는 것은 혐오와 차별을 유발할 수 있다는 강조했다. 그러나 보수언론은 해외 언론들도 지명을 붙여 부르고 있다며 정부가 유독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신종 코로나' 등의 명칭을 쓴다고 비판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보도자료에서 실수로 '대구 코로나19'라고 표기해 사과하자 보수언론은 '우한 폐렴이 혐오면 대구 코로나는 더 큰 혐오'라는 식의 자기모순적 정부 비판을 내놨다.

선거 직전에는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총선용 현금살포'로 규정했다. 선거 당일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은 '금권선거' '관권선거' 프레임을 집중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국회 추경안 통과 전에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자들에게 미리 신청을 받으라고 지원의 속도를 강조한 데 대한 보수언론의 반응이었다. <굳이…선거전날 지원금 꺼내든 대통령>, <野 "4·15 부정선거 될 판, 이럴거면 집 한채씩 줘라">, <총선 직전… 대전 가구당 최대 70만원, 강원 1인당 40만원>, <전국서 與 돈 선거 혈안, "與 뽑으면 재난지원금 준다"까지>, <선거 전날 문 대통령 "재난지원금 신청받아라" 통합당 "이런 관권선거는 처음"> 등의 기사와 사설이 이어졌다.

지난해 '4+1 협의체'의 검찰개혁 입법과 선거법 개정에 대해서는 '무법폭주 국회', '입법독주' 등의 표현으로 제1야당을 배제한 법안처리라며 나무랐다. 국회법에 따라 진행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국면을 '무법폭주 국회'로 규정짓고, 거대정당의 과잉 대표성을 완화하고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을 도와 민심 그대로의 국회를 구성하자는 선거법 개정의 취지를 '제1야당이 불리하다', '정의당에만 유리하다'는 식으로 외면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에 대해서는 '고용참사와 양극화 쇼크로 드러난 거대한 허구'(2018년 8월 27일 중앙일보 사설),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소득층 지갑을 두껍게 하겠다는 정책이 정반대 결과를 냈는데도 밀고 가겠다고 고집'(조선일보 2018년 8월 27일 사설) 등의 공세를 펴며 '오기와 독선'의 정책을 폐기하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 중 그나마 이행된 최저임금 인상 정도만을 두고 이를 경제지표 하락의 직접적 원인으로 연결지어 단정했다.

집값 안정을 위한 부동산 규제에는 '세금폭탄', '공급확대론'을 매번 꺼내들었다. 정부는 고가주택 보유자, 다주택자 등을 겨냥한 규제로 투기수요를 억제하고,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켜 서민 주거를 보호하겠다는 정책목표를 분명히 했다. 이들 정책이 때를 놓쳐 '사후약방문'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진보 진영 중심으로 일고 있지만, 보수언론은 매번 '시장에 맡기라'는 식의 주장을 펼쳤다.

'주택공급확대론'은 투기 수요만을 늘린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공급확대 정책의 실패 사례가 대표적이다. 재개발, 재건축, 분양가 상한제 완화 등을 통한 주택공급 확대는 투기수요를 부추겨 집값을 상승시켜왔을 뿐이라는 것이다.

한겨레 4월 17일 사설 <심판받은 통합당, ‘정부 발목잡기’로는 미래 없다>

한겨레는 "통합당은 남북 화해 움직임에 '친북 좌파', '중국 눈치보기' 프레임을 덧씌우며 훼방을 놓았다. 집값 폭등, 최저임금 인상, 조국 사태엔 부동산 규제 완화, 소득주도성장 폐기, 윤석열 지키기로 맞불을 놓았을 뿐 공감할 만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4+1 협의체'의 검찰 개혁 입법과 선거법 개정엔 '국회 폭력'으로 맞섰다"며 "전세계가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높이 평가할 때도 '중국 봉쇄론'을 되뇌고, 고통받는 국민들을 위한 긴급 재난지원 예산조차 '총선용 현금 살포'라고 공격했다"고 설명했다.

한겨레는 "통합당의 이런 행태는 '모든 게 문재인 정부 탓'이라는 '조중동'의 프레임을 그대로 따르면서 퇴행적 모습을 반복해온 당 지도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며 "이제라도 약자에 대한 배려와 공동체를 생각하는 '따뜻한 보수'로 거듭나야 한다. 정부 발목잡기로는 절대 민심을 얻을 수 없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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