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수사와 함께 지속돼 온 검찰과 언론 간 유착 논란이 KBS 취재·보도에 대한 문제제기로 절정을 맞은 모양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가 문제를 제기한 이래 양측의 해명과 반박이 오가면서 KBS가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자산관리인 김경록 한국투자증권 차장을 인터뷰 해 놓고도 보도하지 않았다는 유 이사장 측 최초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가려졌다.

이에 쟁점은 언론이 확보한 피의자 등 수사 대상자의 진술을 교차검증하기 위해 수사기관에 확인을 요청하는 것은 적절하느냐는 취재윤리상의 문제, 인터뷰 보도 시 인터뷰이의 진술 취지를 언론은 얼마만큼 반영해야 하는가라는 보도상의 문제 정도로 좁혀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KBS가 이번 취재·보도 과정에 대해 외부 인사로 구성된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조사를 실시하고, 분야별 담당기자들을 망라한 특별취재팀을 꾸리겠다는 입장을 발표하자 KBS 내부에서는 기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김 차장 인터뷰 보도는 김 차장의 '의견'에 해당하는 부분과 증거인멸 혐의에 있어 피의자 신분인 김 차장이 위태로워질 수 있는 관련 부분을 제외하고, '사실'이라는 뼈대만을 골라내 검찰에 교차검증한 후 보도했기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KBS가 취재기자 및 담당부서 책임자를 대상으로 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조사위원회·특별취재팀 구성을 결정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KBS의 후속조치에 대한 내부 기자들의 반발은 의견수렴 절차가 부재했고, 공정방송위원회 등 내부절차를 넘어선 결정이라는 점에서 합리성을 갖는다. KBS가 당시 보도에서 집중했던 주요내용들 역시 조 장관이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입장들과 상반된다는 점에서 핵심 보도 가치로 꼽을 수 있다.

하지만 해당 보도에 문제가 없다는 식의 주장은 피의자·참고인 신분의 취재원에 대한 보호 문제와 함께 김 차장 주요 진술을 배제했다는 점에서 사실확인이 선택적으로 이뤄진 것 아니냐는 지적을 야기한다. 김 차장은 사모펀드와 관련된 기존 언론 보도와는 달리 KBS와의 인터뷰에서 '정 교수가 5촌 조카에게 사기를 당한 것 같다', '조국 민정수석 취임 후 공직자윤리법 위반을 하지 않기 위해 투자처를 변경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발언했다.

KBS '뉴스9' 9월 11일 <[단독] 사모펀드 초기 투자 어떻게?…“정경심, 5촌 조카가 코링크 운용한다 말해”> 보도화면 갈무리

KBS가 취재원 보호에 충실했느냐는 물음은 김 차장의 주장에서 비롯된다. 김 차장은 유 이사장과의 인터뷰에서 KBS와 인터뷰 한 9월 10일, 인터뷰 직후 검찰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던 도중 우연찮게 보게 된 검사의 컴퓨터 대화창에서 'KBS랑 인터뷰할 때 무슨 얘기 했는지 털어놔'라는 문구를 보고 언론과 검찰이 매우 밀접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해당 주장의 진위여부는 확인할 수 없지만, 검찰이 김 차장의 KBS 인터뷰 사실을 당일 곧바로 알았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에 대해 KBS 법조반장은 "검찰도 바보가 아니라면 '정 교수가 자산관리인에게 코링크 제안서를 들고 갔다'는 내용을 저희가 어디서 취재했을지 눈치 챘으리라 생각한다. 자산관리인을 만나 들은 이야기냐고 해서, 그렇다고 얘기하기도 했다"며 "이 부분이 잘못이라면, 자산관리인의 주장을 아무런 확인도 없이 그냥 내보내야 했던 걸까, 차라리 그렇게 할 것을 괜히 발을 동동 구르며 귀찮게 그랬나보다"라고 했다.

KBS 사회부장은 "물론 우리가 자산관리인과 인터뷰했다는 사실을 갖고 검찰이 조사 과정에서 자산관리인을 압박했다면 유감스러운 일이며 우리도 검찰에 항의해야 할 일이다"라고 했다. 단순히 "괜히 귀찮게 그랬다"거나 "유감스러운 일, 항의해야 할 일"이라고 말하는 것만으로 언론의 취재원 보호가 충분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을까.

김 차장은 인터뷰 거의 대부분을 KBS가 보도 결론으로 내놓은 조 장관 측 공직자윤리법·자본시장법 위반 가능성을 부정하는 데 할애했다. '정 교수가 5촌조카에게 사기를 당했다', '조 장관은 모르는 것 같다' 등의 주장을 펴는 데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정 교수가 자산관리인에게 코링크 제안서를 들고 갔다' 등의 조 장관 측에 불리한 설명이 함께 나왔다. 이 중 KBS는 조 장관 측에 불리하게 작용할 증언만을 인용해 보도했는데, 이는 조 장관 측이 밝힌 입장과 '다르다'는 사실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 차장의 증언들이 사실인지에 대한 입증은 불가했다. KBS 교차검증 과정에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검찰, 법무부, 정 교수 등은 모두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혐의를 입증해야 하는 검찰과 이를 반박해야 하는 조 장관 측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은 자산관리자 위치에 있는 김 차장의 증언 안에서도 나타났다.

향후 재판에서 가려질 문제이지만 KBS는 "만일 5촌 조카가 펀드 운용에 직접개입했고 정 교수가 이를 알고도 돈을 맡겼다면", "조국 장관이 배우자 정 교수로부터 이 같은 투자 계획을 전달받았다면" 등의 가정을 통해 자본시장법·공직자윤리법 위반 가능성만을 보도했다. 주장이 크게 엇갈리고 사실확인이 어려울 때 보도에 반론을 담는 것 역시 사실과 진실에 접근하기 위한 언론의 책무일 것이다. 이 지점에서 KBS의 해당보도가 이른바 '검찰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은 이번 논란을 계기로 KBS가 검찰 프레임에 매몰됐던 것은 아닌지 지금이라도 차분히 되돌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격앙된 반응'보다는 '자기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게 정 전 사장의 조언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