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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환성·김광일 PD 2주기, 유족들은 '시간이 멈췄다'고 말한다2주기 추모제 '멈춘 시간'… "EBS의 사과는 없고 열악한 제작환경은 지속돼"
송창한 기자 | 승인 2019.07.15 08:36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고 박환성·김광일 독립PD 2주기 추모제 현장에는 김명중 사장 명의의 EBS 추모 화환이 놓였다. 1년 전 1주기 추모제 당시 EBS는 유족들과 한국독립PD협회의 초청장 발송에도 불구하고 화환마저 보내지 않았다. 이는 정부부처와 타 방송사들이 대표자 명의로 보낸 추모 화환들과 대조를 이루며 유족들의 분노를 샀다.

EBS의 화환은 입장변화의 신호일까. 혹은 그간 진척을 보인 상황이 있었을까. 그렇지 않다. 현재까지의 EBS 공식 입장을 해석하면 '조의를 표하지만 사과는 없다'이다. '위로금과 법적·행정적 비용을 지원했다'는 것이다. 진상조사 작업은 EBS의 태도 변화로 멈춘지 오래다. 두 사람의 죽음으로 방송시스템이 개선되기 바랐던 유족들은 2년 전 '멈춘 시간' 속에 두 고인을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다. 추모제 현장에 덩그러니 놓인 EBS의 화환이 씁쓸한 이유다. 

2017년 EBS '다큐프라임-야수의 방주' 촬영을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떠난 두 독립PD가 열악한 제작환경 속에 세상을 떠난 지 2년, 13일 인천 부평문화사랑방에서는 '멈춘 시간'이라는 제목으로 이들을 기리는 두 번째 추모제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고 박환성 PD의 동생 박경준 씨는 "형을 볼 낯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형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바통을 이어받고, 소송을 진행했지만 아무런 결과를 얻지 못했다"며 "두 PD의 직접적인 사고 원인은 교통사고였지만, 그 사고가 발생하도록 한 것은 EBS다. 독립PD, 방송스태프들의 근무 환경이 개선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변화가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고 박환성 PD는 2017년 7월 무렵 EBS가 프로그램 제작비를 삭감하려 했다고 폭로하고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제작비는 삭감되기 일쑤, 삭감된 제작비를 메우기 위해 정부지원금을 따 내도 '간접비' 명목하에 상당 부분의 지원금을 앗아가는 방송사의 외주제작 관행을 끊어내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촬영차 남아공 떠난 그는 운전기사도 고용할 수 없는 열악한 현실 속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사고차량에는 이들이 채 먹지 못한 햄버거와 콜라가 뒹굴고 있었다.

이후 유족들은 EBS 임직원 2명을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소했지만, 사건은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됐다. 박환성 PD가 남아공으로 떠나기 전 EBS의 간접비 요구에 대해 진상조사를 요구한 공정거래위원회 민원 역시 무혐의로 심사가 종료됐다.  

지상학 영화인총연합회 회장은 추도사에서 "그대들의 죽음은 사고사가 아니라 잘못된 방송시스템이 만들어 낸 타살이라는 지적에 공감한다.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이 어찌 사고사겠나"라며 "그들이 카메라로 세상을 바꾸려 했듯 잘못된 방송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유가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이날 추모제에서는 고 김광일 PD의 부인 오영미 작가가 사나리오를 집필한 단편영화 '멈춘 시간'이 상영됐다. 영화는 고 박환성·김광일 PD가 남아공으로 출국하기 이틀 전 동료들과 모여 불공정한 방송시스템과 독립 제작자들의 열악한 환경을 털어 놓고 이야기하는 내용이다. 

13일 인천 부평문화사랑방에서 열린 고 박환성·김광일 독립PD 2주기 추모제에서는 고 김광일 PD의 부인 오영미 작가가 사니리오를 집필한 단편영화 '멈춘 시간'이 상영됐다. '멈춘 시간'의 배우들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오 작가는 영화에 등장하는 '3시 45분'을 가리키는 시계를 언급하며 "두 분이 돌아가신 시간이 새벽 3시 45분이다. 멈췄지만 멈춰지지 않았다는 생각에 시나리오를 썼다. 그래서 (영화 제목이) '멈춘 시간'"이라며 "남아공으로 떠나기 2일 전 이야기를 나눈 것을 모티브로 삼았는데, 두 분이 마지막으로 (불공정 방송시스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인 날이었고 그것을 기록으로 남기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 작가는 "1주기가 지나고 2주기가 되기까지, 관심은 사그라들었고, 열악한 제작환경은 지속되고 있다. 나아지고 있다는 말이 나오지만 현실적으로 부족하다"며 "2주기를 맞아 두 분의 뜻과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고자 했다. 두 사람은 아직 우리 주위에 살고 있다. 다른 독립 PD들도 같은 상황을 겪고 있다. 이런 것들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 제작을 하게 됐다"고 했다. 

단편영화 '멈춘 시간'의 모티브가 된 2017년 7월 6일 고 박환성·김광일(가운데) PD의 모습. 영화는 고 박환성·김광일 PD가 남아공으로 출국하기 이틀 전 동료들과 모여 불공정한 방송시스템과 독립 제작자들의 열악한 환경을 털어 놓고 이야기하는 내용이 담고있다. (사진=고 박환성 PD 페이스북)

추모제 종료 후 두 PD를 잘 알고 지냈던 한 독립PD는 EBS의 추모화환을 바라보며 "우리가 지금 바라는 건 다른 게 아닌 EBS의 사과다. EBS는 사과도 하지 않고 추모화환은 왜 보냈는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유족들이 우선적으로 바라는 바 역시 EBS의 사과다. 오 작가는 지난달 영화 촬영 현장에서 미디어스에 "EBS에서 우리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한 적이 없다. 두 PD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 EBS의 사과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 박환성·김광일 PD 사건의 협상 주체로 참여했던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재차 EBS의 사과를 촉구했다. 언론연대는 12일 논평을 내어 "EBS는 박환성 PD와 유가족들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분쟁의 책임을 박환성 PD에게 전가하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EBS가 하루 빨리 진심어린 사과와 명예회복 조치를 통해 유가족의 마음을 위로하기를 촉구한다"고 썼다.  

이어 언론연대는 "박환성 PD가 끝까지 바로잡으려 했던 저작권 문제나 열악한 제작비 구조는 크게 변한 게 없다"며 "독립PD들과 화해하여 상생의 길을 함께 만들어가길 바란다. 더는 늦출 수 없는 공영방송 EBS의 과제다. EBS 구성원들의 책임 있는 자세와 김명중 사장의 현명한 결단을 기다린다"고 촉구했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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