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상균, 이하 방문진)가 MBC 자회사 접대 의혹이 불거진 김광동 이사에 대한 조치와 관련해 방문진 차원의 유감표명을 하기로 결정했다. 방문진 다수이사들은 김 이사의 행위가 해임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었지만 동료이사에 대한 해임결의를 하게 될 경우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해임건의 등의 김 이사 개인에 대한 조치는 하지 않았다.

10기 방문진의 마지막 공식일정이었던 만큼 김 이사는 방문진 이사 임기를 채우게 됐다. 김 이사는 마지막 이사회에서도 자신에 대한 MBC 감사는 '표적감사'이자 조작감사이며, 자신도 인정한 접대 내용과 관련 비용은 업무관련 일정상의 통상적인 접대였고, 방문진이 관련 논의를 반복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명예훼손이자 인권유린이라고 주장했다. 사과나 유감표명은 없었다.

김광동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사진=연합뉴스)

19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10기 방문진의 마지막 정기이사회에서는 접대 의혹이 불거진 김광동 이사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김광동 이사는 마지막 소명에서도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자신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는 방문진을 비판했다.

김 이사는 "MBC 감사의 보고 내용은 허위사실과 조작된 내용을 수도 없이 나열했던, '부적절한 접대'라며 저 개인을 목표로 한 일방적 공격이었다"며 "그럼에도 이런 보고를 기초로 '조치'논의를 반복하는 것은 공영방송의 감사조직을 동원하여 허위조작에 의한 표적감사를 공모한 것에 해당한다. 다수이사가 소수 이사를 대상으로 펼치는 의도적 명예훼손이고 인권유린"이라고 주장했다. MBC 감사의 내용이 허위로 점철된 표적감사이며, 방문진 다수 이사들이 MBC 감사와 '공모'를 해 이같은 감사결과가 나오게 됐다는 주장이다.

이어 김 이사는 "타인의 도덕적 문제를 거론하고 짓밟는 것이 마치 본인들은 상대적으로 도덕적인 것 같나. 즐기시는건가"라며 "결국 권력의 강압과 노조의 폭력행위로 재구성된 방문진 다수 이사가 본인에 대해 내리는 오늘의 결정을 저는 '영광'으로 여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이사의 이와 같은 입장 표명에 다수이사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하지 않은 김 이사를 질타했다.

이진순 이사는 "유쾌하냐고 하셨나. 말할 수 없이 불쾌하다. 사안 자체가 정치적 가치판단의 문제가 아닌 윤리적·도덕적 수준에서 공공기관 이사가 갖춰야 할 윤리원칙을 가지고 얘기하는 자리"라며 "끝까지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본인의 비리를 드러낸 감사를 표적감사라고 얘기했다. 대단히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유기철 이사는 "아무리 그렇다고 다수이사가 소수이사를 공격한다느니, 감사와 표적감사에 공모를 했다고 하니 참담하다"며 "사과를 하고 가야한다. 자기가 한 잘못을 말 안하고 세상 탓을 한다"고 질타했고, 최강욱 이사는 "없는 일을 가지고 명예훼손을 했다는 말인가. 끝까지 방문진 전체 이사를 모독했다. 돌아가서 반성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방문진은 해당 사건과 관련해 김 이사 개인에 대한 조치가 아닌 방문진 차원의 유감입장 표명을 결정했다. 동료이사에 대한 해임결의를 할 수 있다는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방문진은 입장표명에 김 이사 접대 의혹 사건과 관련한 사과, 재발방지를 위한 윤리규정지침 강화 약속 등을 담을 예정이다.

그러나 다수이사 중 일부는 해임결의를 주장하기도 했다. 이완기 이사는 "딜레마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나쁜 전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방통위가 임면권을 가지고 있지만 방문진은 나름의 판단이 있어야 한다"며 "MBC의 관리감독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방문진 이사의 처신 기준은 굉장히 엄격해야 한다. 소명을 들었지만 반성의 기미가 전혀 없다. 상징적인 의미로라도 방통위에 건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 이사는 "방문진이 해당 논의를 한 달 넘게 논의하고 있는데, 방통위는 우리가 논의를 하든 안하든 논의를 했어야 했다"며 방문진 의견이 나오기 전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방통위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진순 이사도 "방문진 이사의 임면권을 방통위가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조치는 해임건의"라며 "차기 방문진 이사에 대한 심사 과정이 있고, 일정 때문에 이사분들께서 고민중이신 것 같은데 저는 소수의견이라도 상관없다. 저는 김 이사에 대해 방통위에 해임건의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이사회에서는 소수이사들에 의해 최승호 MBC 사장에 대한 해임결의 안건이 올라왔으나 안건 상정 절차를 밟지 않았고, 해임을 논의할 안건이 아니라는 다수이사들의 판단에 의해 논의가 종결됐다. 김상균 이사장은 "당사자 최승호 사장의 소명을 받아서 안건을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이사회 마지막 날 안건을 넣었다. 이를 다 아는 분들이 현재 상황과 맥락에 전혀 맞지 않는 안건을 상정했다. 채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