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토크쇼 J>가 장자연 사건을 다뤘던 언론을 들여다봤다. KBS를 예외로 하지는 않았다. 장자연 사건을 대하는 언론의 문제, 즉 침묵의 카르텔을 말하고자 했다.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이번 주 방송 내용을 걸러내면 남게 되는 결론이 그렇다는 의미다. 언론은 보도를 통해서 의제를 제기하기도 하지만, 침묵함으로써 이슈를 잠재우기도 한다. 언론이 장자연 사건에 침묵해야 했던 이유, 시민들은 다 아는데도 언론만 짐짓 모른 체 했던 그 침묵을 깨우려 한 것이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언론은 서로를 비판하지 않는다는 카르텔을 통해 해자를 만들어 스스로를 성역으로 보호해왔다. 돈과 권력에 지배당하거나 혹은 자발적 굴종을 통한 선택적 정의의 태도를 숨겨왔던 것도 그 카르텔을 통해 가능했다. <저널리즘 토크쇼 J>가 언론이라는 성역의 해자를 건너려는 첫발을 뗀 것이다.

KBS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J>

카르텔에 의해 보호받고, 보호하는 검은 거래는 언론이 오늘날 기레기가 된 중요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의 발전으로 언론은 의제설정의 독점력을 잃게 되었고, 시민들은 언론이 쌓은 침묵의 카르텔을 뚫고 들어가 진실을 찾아낸다. 언론의 오보가 쉽고 빠르게 발견되고 비판받게 되는 것이 그 증거이다.

결국 장자연 사건의 해결도, 그 의미도 바로 언론의 카르텔을 밝혀내는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기에 <저널리즘 토크쇼 J>의 이번 주 주제는 그 자체로 미디어 비평을 제대로 해보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의지가 있다고 될 일은 아니지만 한국이라는 매우 황폐한 언론지대에서 그것만이라도 어디냐고 할만도 하다.

언론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지켜온 침묵의 연장선에 의한 왜곡은 참 많다. 가까운 사례로는 TV조선 기자가 드루킹 사무실 불법침입해서 태블릿PC를 가져간 사건을 많은 언론이 ‘반출’이라고 표현했단 점이다. KBS 9시 뉴스만 ‘절도’라는 표현을 썼다. 만약 일반인이 똑같은 행위를 했다면 고민 없이 절도라고 했을 것이다. 비록 대부분 이 사건을 보도했지만 절도를 절도라 하지 못하는 것도 언론들끼리 감싸주려는 침묵의 테두리 안에 있는 것이다.

KBS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J>

그뿐 아니다. 특검까지 설치된 드루킹 사건은 모든 언론이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매일 중요하게 보도했다. 반면 지방선거 직전 한겨레신문에 의해 보도된, 자유한국당의 전신 한나라당부터 새누리당까지 당조직이 매크로를 사용해 여론조작을 했었다는 보도에는 매우 소극적이어서 이제는 아예 사라진 이슈가 돼버렸다.

언론들은 드루킹 사건이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김경수 경남도지사와의 연루 가능성에 매혹돼 한 달 이상 집중보도를 했다. 그런 의혹을 사실이라고 가정한다고 하더라도 당 외의 인물인 드루킹이 매크로를 사용한 것과, 당내 조직이 직접 매크로 작업을 한 것은 당연히 후자를 더 엄중하게 다뤄야 할 사안이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침묵이다.

한국 언론은 아직도 여론을 언론이 끌고 가고, 언론이 의제설정을 독점하고 있다는 오만에 빠져 있다. 실제로 많은 기자들이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서 기사를 발굴하는 현실은 알고도 모를 일인 것이다. <저널리즘 토크쇼 J>가 가고자 하는 길은 매우 멀고 험하다. 그만큼 한국 언론이 너무 황폐해졌기 때문이다. 잘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가다가 좌절할까 더 걱정이다.

KBS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J>

이번 주 <저널리즘 토크쇼 J>는 주제 설정에 비해 내용은 소극적이었고, 빈약했고, 치열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희망마저 없었다고 할 수는 없다. 논란의 지난주 방송에 대해서 <저널리즘 토크쇼 J>는 10분 넘게 피드백을 했다. 주로 반성의 내용을 담았다.

가장 논란이 되었던 최욱 씨는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렇지만 고개를 숙여야 할 사람이 최욱 하나였는지는 <저널리즘 토크쇼 J> 제작진의 양식에 숙제로 남겨둘 일이다. 정세진 아나운서가 지난주 방송에 대한 시청자 비판을 나름 성실히 전달한 것으로 사과와 반성을 대신해달라는 의미일 것이다. 아직은 사과에 서툰 모습이었지만 최소한 자신들의 부족함과 문제를 숨기지 않고 드러낸다는 것에서 희망을 보게 된다. 방송의 오만을 다는 아니어도 내려놓으려 한다.

그리고 정세진 아나운서의 마지막 말에서 어쨌든 <저널리즘 토크쇼 J> 제작진의, 아직은 거칠어도 미디어비평을 하는 이유와 지향을 읽을 수 있었다. 정 아나운서는 “언론의 관행은 여러분이 바꿀 수 있습니다”라는 말을 클로징으로 남겼다. 그 의미를 곱씹게 된다. <저널리즘 토크쇼 J>를 계속 지켜볼 이유가 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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