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토크쇼J>에 대한 관심이 꽤 컸다. KBS가 야심차게 론칭한 시사보도 프로그램 중에서 주중 프로그램인 김원장의 <사사건건>과 더불어 연착륙이 예상됐다. 그러나 <저널리즘 토크쇼J>는 2회 만에 기대치를 대폭 떨어뜨렸다. 애초에 기대치가 아주 높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2회는 ‘혹시나’를 ‘역시나’로 확인해주었다는 평가를 할 수밖에 없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2회의 <저널리즘 토크쇼J>는 총체적 부실과 투지 없는 말랑한 비평이었다.

우선 KBS가 선거 직전에 김부선 씨 인터뷰를 내보낸 것은 이재명 당선인 측의 문제제기를 받아들이는 편이 맞다. 예민한 사안에 대해 반론도 없이 일방적으로 보도한 것은 분명 공정성에 문제가 있었다. 그런 무리를 딛고도 보도를 할 정도로 중대하다는 판단이었다면, 이후라도 심층 보도가 뒤따라야 옳다. 그래야 KBS가 판단한 중대성에 대한 행위 입증이 가능하다. 또한 이재명 당선인의 대변인이 출연했다면 김부선 씨 입장을 대변할 누군가도 있었어야 했다. 그래야 기계적 균형이라도 맞출 수 있었다.

<저널리즘 토크쇼J> 1회는 미디어비평의 불모지에 새싹을 틔웠다는 것 이상의 기대감을 주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 기대 속에 2회를 시청자들이 더욱 기다렸던 것은 <저널리즘 토크쇼J>가 이번 주 다룰 소재가 소위 ‘이재명 인터뷰 논란’인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저널리즘 토크쇼J>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인터뷰를 선공개했다. 선거 이후 최대 이슈로 떠오른 일이기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KBS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J>

결론부터 말하자면 팩트체크가 전혀 되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이슈의 본질도 비켜 가고 말았다. 이재명 논란에 접근하는 방법부터 틀렸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당선인과 김부선 씨와의 논란은 사생활이 핵심이 아니었다. 첫째는 이 당선인이 그 관계를 부인한다는 측면 즉, 거짓말을 했냐는 것이었고, 둘째는 그 사실을 부인하는 과정에서 김부선 씨에게 협박을 했다는 문제 제기인 것이다. 특히 두 번째 사실로 인해 일부에서는 이 일이 미투와 다르지 않다는 주장을 한다.

물론 <저널리즘 토크쇼J> 패널 중에 한 사람은 이 문제를 지적했다. 최욱 씨는 이 일의 본질이 거짓이냐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했지만, 곧바로 KBS의 인터뷰에 “증거가 전혀 없었다”는 식으로 자신이 제기한 문제를 스스로 부정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물론 <저널리즘 토크쇼J>는 탐사보도 프로그램이 아니다. 때문에 이재명 스캔들을 깊이 다룰 수도 없고, 그러라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팩트를 걸러도 좋다는 것은 아니다. 비평이야말로 팩트에 기반해야 힘과 무게가 실리는 것은 아니겠는가.

<저널리즘 토크쇼J>가 팩트를 놓친 것은 더 있었다. 최욱 씨는 방송에서 당선인에게 이렇게 불편한 질문을 한 적이 있냐고 몇번이나 반복해서 문제를 제기했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최욱 씨를 무시한 것인지, 아니면 이재명 당선인에게만 언론이 가혹했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한 의도된 침묵이었는지 궁금하다. 아니 애초에 그런 사실조차 파악하지 않고 녹화에 임한 최욱 씨 본인을 비롯한 패널과 진행자가 준비 없이 녹화장에 나왔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KBS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J>

다섯 명의 진행자와 패널들 중에서 14일 김경수 경남도지사 당선인의 인터뷰를 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것인가? SBS, JTBC 등 김경수 당선인과 인터뷰를 한 매체들은 드루킹 문제를 질문했고, 김경수 당선인은 피하지 않고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다. 믿을 수 없지만 그래도 진행자와 패널들이 모두 몰랐다고 가정하더라도, 피디나 작가들이 그 상황에서 녹화를 중단해서라도 팩트를 체크했어야 했다. 인터넷 검색을 하면 몇 분이면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최대한의 이해한다고 해도, 방송 준비가 총체적으로 부실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또 한 가지 <저널리즘 토크쇼J>가 이재명 당선인 논란을 다루면서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으로서 절대 놓치지 말았어야 하는 것은 당시 언론의 태도였다. 곤란한 질문을 피하겠다는 이 당선인의 태도를 비판하는 말은 있었지만, 곤란한 질문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방송사에 대한 비판은 없었다. 이재명 인터뷰 논란은 언론도 함께 욕을 먹어야 마땅한 일인 것이다. 그걸 놓쳤거나 혹은 외면했다면 <저널리즘 토크쇼J>가 하겠다는 미디어비평의 본질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언론 카르텔이 강력한 한국에서 언론이 언론을 비판하는 일은 매우 드물기도 하거니와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비평이 곧 적을 만드는 일이지만 특히 미디어비평은 매우 가까운 곳에 적을 만든다는 점에서 더 어려운 환경인 것을 모를 바 아니다. 그래서 미디어를 비평하려면 소위 왕따를 각오하지 않고는 제대로 될 수가 없다. 그런 각오가 없다면 <저널리즘 토크쇼J>의 비평은 ‘주례사’ 수준에서 맴돌다 말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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