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약자보다는 강자의 편에 서고는 한다. 우리 사회만이 아니라 인간이 사는 세상은 보통 약자보다는 강자의 편에 서고는 한다. 조언마저 날카로운 비수가 되는 피해자. 그 아픈 상처를 오히려 들쑤시는 말들은 또 다른 가해자가 되어 피해자를 공격하고는 한다.

피해자만 피해자인 사회;
데이트 폭력 피해자 예은 통해서 본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비난받는 사회

아이돌에 대한 과도한 애정은 혹은 악랄한 공격으로 이어지고는 한다. 대중을 상대로 하는 직업은 언제나 그 대중에 의해 흔들릴 수밖에 없는 조건에 놓여 있는 게 현실이다. 오&박의 대표인 제5열의 멤버가 열애 중이라는 소문이 뜨면서 논란은 시작되었다.

오&박 앞을 시끄럽게 하던 팬들의 분노는 열애설이 사실무근이라는 기사가 나온 이후 조용해졌다. 사실관계와 상관없이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는 이들에게 근거가 될 수 있는 거짓말은 곧 진실이 되기도 하니 말이다. 그렇게 조용해진 기획사 사무실에는 1인 시위를 하는 헤임달이 등장한다.

JTBC 금토드라마 <청춘시대2>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 탁자 위에 눌어붙은 음식물 흔적이 모든 것을 뒤흔들었다. 부당 해고를 당한 것이나 다름없는 계약 해지 강요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5년이라는 흔적. 함께 먹던 음식의 흔적이 전부라는 사실은 헤임달을 더욱 분노하게 했다.

고두영이 가석방되었다. 그 소식을 듣는 순간 하메들이 긴장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 사건 현장에 예은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하메들 모두가 함께 했기 때문이다. 만약 예은을 공격하는 이가 고두영이라면 벨 에포크에 살고 있는 모든 이들이 범죄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 말이다.

공포가 지배하는 그 상황이 때로는 그들에게 행복을 주기도 한다. 진명을 제외한 모든 하메들은 고두영이라는 존재로 인해 특별한 확신을 가지는 이유가 되었으니 말이다. 섹시함으로 승부하려다 뜬금없이 터진 소리 하나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었던 은재.

은재는 고두영이 등장했다는 말을 종열에게 해준다. 그 사건을 알고 있고 그 사건으로 인해 연인이 되었던 그들에게 고두영이라는 존재는 특별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 순간 나온 종열의 본심에 은재는 행복했다. 여전히 자신을 걱정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순간 수많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고두영이 혹시 자신을 공격하더라도 종열이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는 확신이 은재에게는 있다. 그런 믿음은 불안 속에 행복을 선사하는 이유가 된다. 당사자인 예은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제는 자신의 옆에 있는 호창에게 이 상황을 이야기하지만 도움이 되지 않는다.

JTBC 금토드라마 <청춘시대2>

호창이 예은을 좋아하고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는 사실만은 명확하다. 하지만 너무 솔직한 호창으로 인해 오히려 행복한 예은은 그래서 더 든든하다. 힘으로 상대를 지배할 수는 없지만 누구보다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존재라고 예은은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원이라고 다르지 않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성민에게 호신술을 배운다. 고두영의 등장이 이들을 흔들기는 했지만, 그건 이유가 되었고 보다 친근하게 행복해지는 과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호신술이 필요하다고는 하지만 지원은 성민과 그렇게 함께 하는 것 자체가 행복이니 말이다.

홀로 당당하게 고두영을 찾겠다고 나선 은이 곁에는 장훈이 있다. 그들에게도 이런 불안은 기회로 작용했다. 고두영의 아파트를 찾은 둘은 그곳에서 의외의 난타전을 펼친다. 성민과 장훈 모두 서로를 모른다. 그리고 문제의 고두영의 얼굴도 모른다.

서로를 모른 채 서로 고두영이라 생각해 싸움을 시작하는 성민과 장훈. 한 편이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에도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들 앞에서 강한 남자라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은 지원과 은이를 사랑하고 있다. 그렇게 고두영의 압박 속에 행복한 그들은 의외의 변수에 혼란스러워진다.

고두영은 이미 가석방 직후 캐나다로 갔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걱정되어 건넨 은재의 위로는 예은에게 상처가 되었고, 그렇게 싸움은 시작되었다. 감정 싸움으로 치닫던 그들을 멈추게 만든 것은 예은의 엄마였다. 변호사에 의해 모든 상황을 전해 들은 예은 엄마는 곧바로 벨 에포크를 찾아 집으로 가자고 서두른다.

JTBC 금토드라마 <청춘시대2>

문제는 이 과정에서 피해자인 딸을 윽박지르는 모습이다. 피해자임에도 여자가 행실이 나빠서 그런 것이라며 질책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어떻게 하느냐며 예은을 탓하는 그녀의 엄마. 그건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자가 여자의 적이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모든 잘못의 원인이라는 이 지독한 편의주의는 결국 피해자를 더욱 상처 입게 만든다. 어쩔 수 없이 집으로 가려는 예은을 붙잡은 것은 은재였다. 지독하게 싸우던 그들이지만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강했던 두 사람은 그렇게 헤어질 수 없었으니 말이다.

누구도 자신의 삶을 대신하지 못한다. 그게 어머니이든 친한 친구든 결코 자신의 삶을 대신할 수 없고 책임질 수도 없다. 피해자를 더욱 곤혹스럽게 만드는 사회적 분위기. 그런 상황에서 더욱 주눅 들어 자신을 자학하게 만드는 문화는 이제는 사라져야만 한다.

진짜 범인을 찾기 위한 여정은 이제 시작이다. 하지만 범인은 정해져 있다. 예은의 친구인 경아가 지원을 찾아 경찰에 신고할 것인지 묻는 장면에서 해코지를 한 범인이 유경이라는 사실을 확신하게 된다. 범인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과정에서 확인하게 되는 그들의 삶이 곧 핵심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흥미롭기만 하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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