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당정대가 긴급 회의를 갖고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체제를 유지하기로 한 것에 대해 여러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의지가 작용하지 않았다면 이루어질 수 없었던 일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당이 정부조직법에서 해당 내용을 제외한 이유는 이렇다. 금융위원회에서 국내금융정책 기능을 제외하는 것과 관련한 법안의 처리는 국회 정무위에서 처리해야 한다. 그런데 정무위원장은 국민의힘 소속이다. 따라서 상임위에서 관련 법안 처리를 위해서는 신속처리안건을 지정하는 수밖에 없다. 이러면 최대 180일을 소모해야 하는데, 그 기간 동안 해결해야 할 일이 만만찮다. 미국과의 관세협상이 있고 관련해서 자본시장이 좋지 않은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크다. 이런 상황에 금융을 담당하는 주무부처가 불확실성에 싸여 있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선 이미 예상됐던 일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특검법 개정안 처리 국면에서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수사 기간 연장 제외, 금융감독위 관련 법안 처리’의 조합으로 야당과 합의한 안이 뒤집힌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당시 정청래 대표가 안을 뒤집지 않았다면 금융위를 쪼개 금융감독위로 만드는 개혁은 실행될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지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열린 한국경제설명회 투자서밋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열린 한국경제설명회 투자서밋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단편적으로만 보면 그렇게 볼 수 있겠지만 입체적으로 사안을 볼 필요도 있다. 애초 이재명 대통령의 판단은 무엇일까? 긴급 당정대 회의 직전까지 더불어민주당은 원안 고수 입장이었다. 그러던 것이 회의 직후 입장이 바뀌었다면 대통령실의 입장이 어느 정도는 작용했을 거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시각에서 상황을 보자. 애초에 이재명 대통령이 경제 관료들에 대해 가졌던 문제의식의 핵심은 예산편성권과 관련된 것이다. 그런데 이는 기획재정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분리하는 것으로 이미 달성된다.

금융위의 국내금융정책을 기획재정부에 이관하는 것은 첫째로 금융위 권한을 나눈다는 명분에 따른 것이지만, 둘째로 예산 기획 기능을 잃게 되는 기획재정부를 달래는 측면 역시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재정경제부로 재편될 기획재정부에 국내금융 기능을 더하는 게 긍정적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거다. 국내금융정책은 애초 ‘모피아(MOFIA)’라는 조어의 근거가 되는 ‘재무부(Ministry of Finance)’가 실력을 행사할 수 있는 힘의 근원이기도 했다. 이런 구도에서 기획예산처-재정경제부 구도는 단순히 과거로 돌아가는 것에 불과할 수 있다. 그 과거의 시점에서도 경제 관료의 기득권은 깨진 적이 없다.

이재명 대통령이 정권을 운용하는 동안 금융위원회의 필요성을 새로 인식했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 금융위원회는 부동산 대출 규제를 핵심으로 하는 부동산 대책 등의 입안 과정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토론형의 회의 과정에서도 금융위원회 인사가 주목받는 일이 여러 차례 있었다. 극복하지 못할 큰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면 있는 자원은 최대한 활용하는 게 이재명식 실용주의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런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을 전제하면 국정기획위가 금융위 조직개편 관련 과제를 국정과제로 선택했다 하더라도 실제 논의에서는 진도가 나가지 않는 상황이 이어졌을 수 있다. 그간 금융위 관련 인사를 봐도 축소될 조직이라고 생각되기 어려운 방향으로 인사가 진행돼왔다는 평가가 있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CG) [연합뉴스TV 제공]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CG) [연합뉴스TV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이런 인식을 갖고 있었다면, 김병기 원내대표가 합의했던 특검법 개정안과 이를 둘러싼 정국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수 있다. 당시 지배적인 해석은 정청래 대표가 강성 지지층의 반발 여론 때문에 합의안을 뒤집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 입장에서 ‘특검 수사 기간 연장 제외(김병기 원내대표의 ‘실질적 15일 연장론’은 보고가 되지 않았다고 전제)-금융감독위 관련 법안 처리 협조’ 조합의 합의안은 매력적이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다시 해석해보자. 이재명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금융위원회 개편 필요성에 대한 근거가 약한데, 이를 위해 특검 수사 기간 연장을 양보하는 것에 어떤 메리트가 있겠는가?

이 사정이 이재명 대통령의 100일 기자회견 코멘트로 나오게 된 것이라고 보면 여러 과정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당시 이재명 대통령은 “내란 특검을 연장 안 하는 조건으로 정부조직법을 통과시켜주기로 했다면서, 그게 ‘이재명이 시킨 것 같다’는 여론이 있다”, “내란의 진실을 규명해서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서 다시는 대한민국에서 내란이라는 군사 쿠데타 벌어지는 일 결코 있으면 안 된다”, “‘이 당연한 걸 어떻게 맞바꾸나’하는 게 제 생각”이라면서 “정부조직법 안 한다고 일 못 하는 거 아니다”, “좀 천천히 하면 된다”, “패스트트랙을 하면 6개월 뒤면 되지 않나. 한 달 뒤나 6개월 뒤나 무슨 차이냐”라고 했었다.

결국 금융위 개편 논의로 봐도 그렇고 특검법 개정안 논의로 봐도 그렇고, 상황은 ‘충정로 대통령’이나 ‘여의도 대통령’이 아니라, 이재명 대통령 의도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3통령’설은 오히려 현실을 왜곡하는 설명 방식일 수 있다. 이 점에 주목해야 향후의 정국 변화도 제대로 된 설명이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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