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는 이유로 국가로부터 1억 원이 넘는 형사보상금을 받게 됐다. 검찰 출신 김 전 차관의 행위와 그를 둘러싼 사건 수사는 검찰의 기소 편의주의와 제 식구 감싸기 폐단을 드러내는 대표 케이스로 꼽힌다. 김 전 차관의 형사보상금 수령이 검찰개혁 필요성을 증명한다는 언론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 8일 서울고법 형사4-2부는 관보를 통해 김 전 차관에게 구금에 대한 보상으로 1억 2510만 원을, 비용에 대한 보상으로 899만 5천 원을 지급한다는 형사보상 결정을 공지했다.

김 전 차관은 2006~2008년 건설업자 윤중천 씨로부터 1억 3000만 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 2006~2007년 13차례의 성접대를 받은 혐의, 2003~2011년 건설업자 최모 씨로부터 4900만 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2013년 1차 수사, 2014년 2차 수사 때 '김학의 동영상'을 확보했으나 영상 속 남성을 특정하지 않았으며 무혐의 처분했다. 김 전 차관에 대한 강제수사나 대면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2019년 검찰과거사위원회 권고 등에 따라 검찰은 재수사에 나섰지만 시작부터 공소시효 문제가 불거졌다. 윤 씨로부터 받은 성접대와 뇌물 사건은 공소시효가 지났다. 1심 재판부는 공소시효 만료와 직무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김 전 차관의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1심 재판부는 영상 속 남성이 김 전 차관이라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김 전 차관이 최 씨로부터 받은 뇌물 사건 중 공소시효가 남은 '휴대폰 사용요금 174만 원 대납'을 뇌물로 인정해 징역 2년 6개월, 벌금 500만 원, 추징금 4300만 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 2021년 김 전 차관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2022년 8월 김 전 차관에 대한 무죄가 확정됐다. 김 전 차관은 기소·재판 과정에서 구속·석방·재수감을 거치며 약 14개월 동안 수감됐다.
윤석열 총장 체제 검찰은 성접대 사건 재수사를 앞두고 출국을 시도한 김 전 차관을 막았다는 이유로 문재인 정부 고위 공무원들을 수사·기소했다. 김 전 차관을 긴급 출국금지한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현 조국혁신당 의원),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이규원 전 검사(현 조국혁신당 전략위원장)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지난해 11월 2심에서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지난 9일 경향신문은 사설 <성접대 무혐의에 형사보상금, 김학의는 부끄러움 모르나>에서 "김 전 차관 사건엔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와 표적 수사·기소 등이 망라돼 있다. 검찰의 총체적 문제를 집약해 보여준다"며 "김 전 차관의 형사보상금 수령은 검찰이 제 역할을 방기하면 사회정의가 얼마나 뒤틀리는지, 검찰개혁이 왜 필요한지 보여준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김 전 차관이 무죄를 확정받은 이유는 "비리를 저지르지 않아서가 아니라 검찰이 제때 제대로 수사하지 않아서"라며 "그렇게 법의 단죄를 피한 김 전 차관이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청구해 국고에서 거액의 형사보상금까지 챙기는 것이다. 해도 해도, 이런 부조리가 없다"고 했다.
같은 날 동아일보 신광영 논설위원은 칼럼 <1억3000만 원 형사보상금 받는 김학의 전 차관>에서 "김 전 차관 관련 사건은 의혹이 제기된 2013년부터 10년 넘게 숱한 수사와 재판이 이뤄졌지만 유죄 판결이 난 건 건설업자 윤 씨뿐"이라며 "사법시스템이 그렇게 낭비된 것도 모자라 김 전 차관에게 국민 세금으로 1억 원이 넘는 형사보상금까지 쥐여 주게 됐다. 애초에 검찰이 김 전 차관을 제때 제대로 수사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윤 씨를 담당했던 재판부는 '(검찰 수사가) 대부분 석연치 않은 이유로 좌절됐다. 검찰이 2013년 적절히 공소권을 행사했다면 피고인이 적절한 죄목으로 법정에 섰을 것'이라며 부실 늑장 수사를 질타했다"며 "수사기관의 직무 유기는 우리 사회에 이토록 값비싼 비용을 떠안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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