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현태 칼럼] 기후 변화 대응과 재생에너지 확대가 글로벌 에너지 정책의 핵심으로 부상하면서, 초고압직류송전(HVDC)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HVDC는 높은 전압의 직류 전류를 이용해 전력을 장거리로 전송하며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기술로, 재생에너지 산업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직류로 생산되기 때문에, 이를 교류로 변환하지 않고 전송하면 에너지 손실을 줄여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HVDC는 교류 방식의 복잡성을 극복하며 대규모 재생에너지를 장거리로 전송할 수 있는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HVDC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서 글로벌 선도국에 비해 뒤처져 있어, 이의 국산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

제주시 삼양일동 한전 동제주변환소 내 초고압직류송전(HVDC) 전력 변환시설. (제주=연합뉴스)
제주시 삼양일동 한전 동제주변환소 내 초고압직류송전(HVDC) 전력 변환시설. (제주=연합뉴스)

글로벌 시장 동향과 국내 현황

현재 HVDC 기술의 글로벌 시장은 유럽과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 유럽은 HVDC를 활용해 북해(North Sea) 풍력 발전 단지와 대륙 간 전력망을 연결하고 있으며, 중국은 대규모 태양광 및 풍력 발전 단지에서 생산된 전력을 동부 대도시로 전송하기 위해 HVDC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인 스웨덴의 ABB와 독일의 지멘스(Siemens)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변환기, 제어 시스템, 초고압 케이블 등 HVDC 핵심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했으며, 대규모 실증 사업을 통해 기술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검증했다. 중국의 국가전망공사(State Grid) 또한 자국 내 대규모 프로젝트를 통해 자체 기술을 상용화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HVDC 기술 개발 단계는 초기이다. 한국전력공사와 일부 대기업이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핵심 부품과 시스템 대부분을 해외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또한, 국내 전력망이 교류(AC) 기반으로 설계되어 직류(DC) 기반 HVDC 시스템 도입이 구조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며, 이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효율화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적, 구조적 제약은 대한민국이 재생에너지 전환과 전력 수출을 통해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있어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HVDC 기술 개발에서 여러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예를 들면, 전력망 구조, 해외 기술 의존, 실증 기반 부족, 협력 체계 부재, 글로벌 진출 전략 미비가 주요 문제로 지적된다. 이를 좀 더 상세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교류 중심 전력망과의 시스템 이원화 문제가 있다. 국내 전력망은 교류(AC) 기반으로 설계되어 있어 직류(DC) 기반 HVDC 시스템과의 통합이 어렵다. 이에 따라 새로운 시스템 도입 시 추가적인 기술 개발과 비용 부담이 발생한다.

 

둘째, 해외 기술 의존도가 높다. HVDC의 핵심 기술인 초고압 변환기, 제어 시스템, 초고압 케이블 등 대부분을 외국 기업의 기술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는 높은 기술 비용과 국내 기술 독립성 부족으로 이어지고 있다.

 

셋째, 실증 사업과 테스트베드의 부족이 문제다. HVDC 기술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국제적으로 검증하려면 대규모 실증 사업이 필수적이지만, 이를 위한 국내 인프라와 체계가 부족한 상황이다.

 

넷째, 산업 생태계의 협력 부족이 있다. 대기업, 중소기업, 연구소, 대학 간의 협력 체계가 미비하며, 기술 개발과 상업화를 위한 명확한 로드맵이 부재하다.

 

다섯째,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의 부재가 문제다. 국제 표준 준수와 기술 검증을 통해 신뢰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글로벌 시장 진출은 물론 경쟁력 있는 입지 구축이 어려운 상황이다.

2040년 재생에너지 비중 최대 35%까지 확대 (CG) [연합뉴스TV 제공]
2040년 재생에너지 비중 최대 35%까지 확대 (CG) [연합뉴스TV 제공]

HVDC의 국산화 및 상업화 방안 

HVDC 기술의 국산화를 위해서는 먼저 국책연구개발을 통해 변환기, 제어 시스템, 초고압 케이블 등 핵심 기술을 독자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대규모 실증형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안정적인 예산 지원과 장기적인 로드맵을 수립해 기술 개발부터 상용화까지의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특히, 실증 사업은 대규모로 진행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기술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국제 표준에 맞게 검증해야 한다.

또한, 산학연 협력 생태계 구축이 필수적이다. 대기업은 대규모 설비 투자와 글로벌 시장 진출을, 공기업은 실증 사업과 기술 검증을, 중소기업은 핵심 부품 생산을, 연구소와 대학은 기초 연구와 인재 양성을 담당해야 한다. 각 기관은 자신의 역할을 상호 유기적으로 연결해 기술 개발과 상업화를 효과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글로벌 표준화와 시장 진출 전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국제 표준을 준수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국내 시범 사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해 기술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후 국제 기술 컨퍼런스와 협의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국내 기술력을 홍보하고,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 관계를 구축함으로써 시장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글로벌 경쟁자와의 차별화 전략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는 ABB와 지멘스는 대규모 실증 사업을 통해 오랜 기간 기술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입증했으며, 국제 표준화를 선도하여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핵심 부품의 상업화와 기술 고도화를 통해 높은 품질을 유지하고 있으나, 여전히 높은 생산 비용과 재생에너지 변동성 관리라는 한계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비용 효율성과 재생에너지 통합 기술에 초점을 맞춘 차별화 전략을 통해 이들과 경쟁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핵심 부품의 국산화를 통해 생산 비용을 낮추는 한편, 재생에너지 변동성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직류 송전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국내 성공 사례를 기반으로 신흥 시장을 공략하여 초기 입지를 강화하고, 이를 발판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러한 전략은 기술 개발과 상업화를 동시에 추진하며, 효율성과 신뢰성을 갖춘 차별화된 기술력을 통해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HVDC 기술은 재생에너지 시대에 필수적이며, 우리나라는 국산화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핵심 기술 개발, 대규모 실증 사업, 산학연 협력 체계 구축, 국제 표준화 준수, 신흥 시장 공략이 필요하다. 특히, 비용 효율성과 재생에너지 통합 기술을 차별화 전략으로 삼아 생산 비용을 낮추고 기술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 국내 성공 사례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초기 입지를 강화하고, 이를 통해 지속적인 성장과 경쟁 우위를 달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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