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현태 칼럼] 재제조는 사용후 제품을 신품 수준으로 성능을 복원하거나 향상(스펙업)시켜 타용도로 전용이 가능한 일종의 제조업이다. 재제조 제품은 신품 대비 성능은 90% 이상이며, 가격은 2/3 이하로 저렴한 반면, 제조 과정에서 탄소저감효과는 80% 이상으로 좋고, 일자리 창출도 기존 제조업에 비해 3배 많다. 이때, 재제조 제품은 녹색제품으로 품질인증을 해줌으로써 고객 신뢰구축이 가능하다. 따라서 재제조 산업은 대표적인 탄소중립 산업이며, 일자리 창출이 유리한 산업이다.
재제조, 왜 개도국인가?
우리나라는 7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제조강국으로 재제조의 핵심기술인 에코디자인, 이종소재 용접기술 및 ICT/AI 등 기술력을 갖추었고, 오랜 역사로 인해 재제조 대상인 사용후 기계가 엄청나게 발생(창원 기계산업단지, 시화공단 등)하고 있어 재제조 사업을 추진하기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국내 재제조 산업은 대부분 중소기업이 담당하고 있으나, 자본력 및 시장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개도국(개발도상국)은 많은 인구와 풍부한 자원으로 경제 성장 잠재력이 매우 커 신흥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기술력이나 자금력 부족은 신흥 시장이 넘어서야 할 하나의 과제이다. 과거 우리나라도 산업개발 초창기에 선진국의 중고 기계를 도입하여 현재와 같은 제조 강국이 되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성능은 신품 수준으로 양호하나 가격이 저렴한 재제조 제품은 개도국에 적합한 제품이다. 게다가 재제조 제품은 탄소중립형 제품이라는 부가적인 이점이 있어 개도국이 선택하기에 좋다.

무엇부터 해야 할까?
재제조 산업은 선진국에서 쇠퇴기에 있는 제조업의 일정 부분을 제조 기술 역량으로 보존하기 위해 도입된 개념이다. 대표적인 재제조 산업은 자동차, 전기전자제품, 의료기계, 건설기계, 공작기계, 선박 및 항공기 등 전통 산업은 물론 전기차(배터리 포함), 드론, 로봇 및 UAM 등 미래산업을 포괄한다.
과거 국내 재제조 산업은 자동차 부품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는데, 최근에는 건설기계 및 공작기계 등으로 그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기계분야 대표적인 재제조 해외사례는 건설기계 부분을 예로 들을 수 있다. 글로벌 최대 건설기계 제조사인 캐타필라는 자사 매출액의 약 20% 정도를 재제조 비즈니스로 달성하고 있다. 캐타필라의 ‘24년 기준 총매출액이 650억 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재제조 매출액 규모는 약 130억 달러에 이른다.
한국에는 10년 이상된 건설기계가 27만대, 공작기계가 50만대가 국내 중대재해법강화와 개도국의 중고기계 수입규제로 인해 단순히 고철로 폐기해야 하는 실정에 놓이게 되었다. 이를 재제조할 경우 총 경제적 가치는 57억 달러 정도이고, 순이익은 약 39억 달러에 이른다. 이를 국내 중소기업이 재제조하여 수출할 경우 큰 경제적 이익과 많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나, 시장 창출이 필요한 실정이다. 또한 재제조로 인해 감축된 탄소저감 효과는 ’23년부터 본격 시행되고 있는 SDM(Sustainable Development Mechanism)에 의해 개도국과 나눌 수 있다.
우크라이나 및 튀르키예는 전쟁과 지진피해 복구시장이 존재하고, 인도네시아, 베트남 및 브라질 등은 신수도 건설 및 자원개발사업 활성화로 인해 대규모의 품질은 양호하나 가격이 저렴한 건설기계가 필요하다.
국내외 산업 현황을 고려해 볼 때, 국내 재제조 산업은 개도국 시장을 대상으로 국내 유휴 건설기계와 공작기계를 대상으로 먼저 추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 외에도 우리나라는 재제조하기에 적합한 조건을 갖춘 나라로 재제조 산업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산업 영역은 많다. 예를 들면, 미군 해군 선박을 대상으로 한 MRO 사업은 현재 가장 큰 성과가 기대되는 산업이며, 전통 자동차는 물론 전기자동차(배터리 포함) 등도 국내에서 조기에 성과도출이 가능한 분야이다.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영국은 CRR(Center for Remanufacturing and Reuse), 싱가포르는 ARTC (Advanced Remaufacturing and Technology Center) 등은 해외의 대표적인 재제조 전담기관이다. 이들 기관은 재제조 핵심기술 개발, 품질인증 기준 마련, 전문인력양성 및 시장개척을 위한 글로벌 네트웍 구축 등을 추진함으로써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 재제조 산업을 시장기능에 맡겨 본 결과, 중소기업들에게 많은 기회창출이 가능해질 수 있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다. 따라서 영국이나 싱가포르와 같은 재제조 산업으로 성공한 재제조 전담기관을 설립하여 추진하는 방법이 성공률을 높이기에 좋을 것 같다.
재제조 전단기관은 다음과 같은 절차를 통해 업무를 추진해야 한다. 첫째, 개도국 정부와 공동으로 재제조 관련 세미나 및 전시회 개최해야 한다. 둘째, 실증형 현지 재제조 R&D를 추진해야 한다. 셋째, 시범사업으로 완성된 기술은 타지역(타국가 포함)으로 확대 재생산해야 한다.
이 같은 사업추진을 통한 성공적인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탄소중립형 재제조 산업육성을 위한 정책자금(조사사업, R&D 기금, ODA 사업 등)의 대폭 확대는 물론 민간 투자가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는 민간금융(펀드 등)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또한 관련 규제 완화를 위한 제도적 개선과 같은 정책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탄소중립 (PG) [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cdn.mediaus.co.kr/news/photo/202504/312701_220989_3145.jpg)
어떤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재제조 산업은 개도국과 함께하는 지속 가능한 미래 시장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착한 산업이다. 만약, 건설기계 및 공작기계 중심의 재제조 산업을 개도국과 함께 협력하여 성공시킬 수 있게 되면, 약 57억 달러에 이르는 매출액과 약 10만명 규모의 신규 일자리 창출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들 제품의 재제조로 인해 절감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는 수천톤 규모에 이르기 때문에 일정 부분의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달성에도 기여가 가능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같은 기계산업에서 얻은 성과를 국내 타산업 전반으로 확장할 수 있다면, 재제조 산업은 미중 패권전쟁의 심화로 인해 글로벌 시장이 블록화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국내 중소기업의 새로운 먹거리와 일자리 창출의 확실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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