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현태 칼럼] 우리나라가 제조 강국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안정적이고 저렴한 에너지 공급이 있었다.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에너지를 대량 소비하는 산업은 값싼 에너지 공급 덕분에 성장했고, 이는 국가 경제 발전의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과거와는 다른 도전에 직면해 있다.

지구 환경 변화와 탄소중립이 주요 정책적 아젠다로 부상하며,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탄소 배출 감축이 경제와 산업 전반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이제 깨끗한 에너지 공급은 경제적 측면을 넘어 AI, 빅데이터, 전기차 등 미래 산업의 발전과 국내 제품의 해외 수출 경쟁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임을 재인식해야 한다.

탄소중립 (PG) [연합뉴스 자료사진]
탄소중립 (PG) [연합뉴스 자료사진]

과거의 에너지 공급과 현재의 과제

과거 석탄과 원자력 발전은 저렴한 에너지 공급을 통해 우리나라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 하였다. 그러나 오늘날 탄소중립이 글로벌 주요 아젠다로 자리 잡으면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필수적인 과제가 되었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은 자연환경에 의존하기 때문에 간헐성 문제가 발생하며, 안정적 전력 공급을 위해 기존의 원자력과 석탄 발전이 기저 전력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원자력 발전은 안정적인 기저전력을 제공하지만, 안전성 확보와 폐기물 처리 기술의 고도화가 필요하다. 석탄 발전은 CCS(이산화탄소 지중저장) 기술과 암모니아․수소 혼소 기술을 적용해 탄소 배출을 혁신적으로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석탄 발전에서 탄소 포집 기술에서 글로벌 상위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이를 활용한 지속 가능한 에너지 공급이 가능하다고 조심스럽게 진단해 본다. 그러나 원자력 발전에서의 안전성과 폐기물 재처리는 국제적인 역학관계와 연계되어 있는 복잡한 문제로 우리가 풀어야할 숙제이다.

재생에너지의 경제성: 해외 사례

재생에너지 확대의 비용 문제는 기술 발전과 대규모 투자를 통해 점차 해소될 수 있다. 독일은 초기 재생에너지 보급 단계에서 높은 보조금 정책으로 인해 단가가 비쌌지만, 기술 발전과 규모의 경제를 통해 비용을 크게 낮췄다. 2010년 독일의 태양광 발전 단가는 MWh당 약 350유로였지만, 2020년에는 약 50유로로 하락했다. 이는 태양광 설치 기술 발전과 대규모 프로젝트 추진이 가능하게 한 결과다.

해상풍력의 경우에도 유럽의 사례는 주목할 만하다. 영국은 2010년 해상풍력 발전 비용이 MWh당 140파운드였으나, 2022년에는 약 40파운드로 낮아졌다. 이는 대규모 해상풍력 단지 개발과 효율적인 기술 도입의 결과다. 영국은 북해 해상풍력 단지를 통해 전력 비용을 낮추는 동시에, 2030년까지 전체 전력의 40%를 해상풍력으로 충당하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TV 제공]

미래 산업과 RE100의 중요성

우리나라 제조업의 미래는 RE100(기업의 100% 재생에너지 사용 목표) 실현 여부에 달려 있다. RE100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생에너지 공급이 필수적이다. 2024년 미국의 사례는 RE100 실현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미국의 전력 수요는 전년 대비 128TWh 증가했으며, 이 중 95%를 태양광, 풍력, 천연가스로 충당했다. 특히 태양광 발전은 전년 대비 27% 증가하며 석탄 발전을 추월했고, 원자력 발전량의 96% 수준에 도달했다. 이는 AI, 데이터센터, 전기차 등 미래 산업의 에너지 수요가 재생에너지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우리나라의 해상풍력과 태양광 발전 전략

우리나라는 대규모 해상풍력 및 태양광 발전 시설을 구축해야 한다. 제주를 포함한 남서해안은 대규모 해상풍력 발전 단지 조성에 최적의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또한, 인구소멸 지역과 휴경지를 활용한 태양광 발전 시스템 구축은 재생에너지의 혁신적인 확대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서는 해외자본 유입과 인허가 절차 간소화를 위한 규제 개편이 전제되어야 한다.

신재생 에너지 (PG) (연합뉴스)
신재생 에너지 (PG) (연합뉴스)

재생에너지의 글로벌 경쟁력과 한국의 역할 

재생에너지는 단순히 국내 전력 수급 안정화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할 기회를 제공한다. 중국이 태양광 기자재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핵심 소재와 장비 국산화를 통해 동남아, 중동 등으로의 수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조선업 강국인 우리나라는 해상풍력을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발전시킬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실용적 에너지 정책의 필요성 

결론적으로, 에너지는 정치적 논쟁의 도구가 아니라 국민 생존권과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기 위한 국가적 자산이다. 에너지 정책은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며, 정파를 초월한 국가 에너지 전략이 필요하다. 정권 교체에도 흔들리지 않는 일관된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상기와 같은 논리로 분산 에너지 공급 시스템 기술을 확보하게 되면, 우리는 이를 에너지가 부족한 개발도국에 수출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고도화된 원자력 기술과 CCS 기술은 우리의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다. 정치권은 진영 논리를 떠나 전문가 집단이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계한 정책이 제대로 실행되도록 지원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정치적 구호가 아닌 실행 가능한 전략을 마련해야 하며, 한국은 이를 통해 글로벌 에너지 전환의 선두 주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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