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홍열 칼럼] 지난 6월 2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지방법원의 윌리엄 앨섭 판사는 작가들이 인공지능 개발사 앤스로픽(Anthropic)을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AI 기업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렸다. 앤스로픽이 작가들의 책을 허락 없이 AI 훈련에 사용한 것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소송이 제기됐다. 법원은 AI가 책을 통해 훈련한 것이지, 텍스트의 복제나 유통을 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 결정은 AI가 창작물로부터 학습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일정 부분 인정한 것이며, 향후 기술 발전과 저작권 간 충돌을 둘러싼 논의에 하나의 이정표가 될 수 있다.
![앤트로픽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cdn.mediaus.co.kr/news/photo/202507/313663_223069_2331.jpg)
그러나 이 판결이 모든 논란의 끝은 아니다. 현재 미국 유력 언론사 뉴욕타임스는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저작권 관련 소송 진행 중이다. 뉴욕타임스는 ChatGPT가 자사 기사의 핵심 문장을 그대로 복원하거나 요약해 제공한다며, 이는 단순한 AI 학습이 아니라 실질적인 콘텐츠 복제이자 무단 배포 행위라고 주장한다. 이 재판은 AI의 결과물이 원저작물과 얼마나 유사한가에 따라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재판의 결과에 따라 AI 활용이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 저작권의 경계를 어떻게 다시 설정해야 하는지 하나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앤스로픽 사건과 뉴욕타임스 소송은 모두 AI와 저작권의 충돌을 다루지만, 그 초점은 다르다. 전자는 AI가 책을 학습 데이터로 입력한 과정 자체의 정당성을 따진다면, 후자는 AI가 생성한 출력물의 형식과 유사성을 문제 삼는다. 다시 말해 하나는 AI가 ‘무엇을 배웠는가’를, 다른 하나는 ‘무엇을 말했는가’를 쟁점으로 삼고 있다. 이 차이는 향후 AI 관련 저작권 논쟁에서 매우 중요한 선별 기준이 될 수 있다. 학습의 자유와 창작물 보호 사이에서 법은 어떤 균형점을 찾을 수 있을까? 두 사건은 신기술이 등장할 때 불가피하게 부딪치는 기존 법률과 제도 사이의 갈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오픈AI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cdn.mediaus.co.kr/news/photo/202507/313663_223072_2459.jpg)
이러한 갈등을 피할 수 있는 해법은 없을까? 가장 현실적인 방안 중 하나는 AI 기업이 언론사나 작가들과 정당한 계약을 맺고 콘텐츠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오픈AI는 실제로 영국의 Financial Times, 미국의 The Atlantic, 독일의 Axel Springer 등과 파트너십을 체결해 콘텐츠를 유료로 활용하고 있다. 이는 AI가 저작물을 학습하는 과정에서 일정한 윤리적, 상업적 책임을 지는 모델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이 방식은 대형 언론에만 국한되는 한계를 지닌다. 수많은 중소 언론사와 독립 창작자들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으며, 그들의 콘텐츠는 무단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언론사나 작가가 AI의 콘텐츠 활용을 우려하는 이유는 단지 ‘대가’를 받지 못해서가 아니다. 그들은 AI가 자신의 창작물을 어떻게 해석하고 재구성하는지를 중요하게 본다. 뉴스를 포함한 모든 콘텐츠는 단지 정보의 나열이 아니라, 맥락과 판단, 편집 의도가 결합된 결과물이다. AI가 이러한 구조를 무시한 채 텍스트를 요약하거나 혼합할 경우, 왜곡된 정보가 생산되고 언론의 신뢰성도 훼손될 수 있다. 창작자는 단지 창작물의 소유자가 아니라, 그것의 의미에 대해 책임지는 주체이기도 하다. 책임지지 않는 AI가 자신의 콘텐츠를 동의 없이 사용하는 것에 환호할 사람은 하나도 없다.

AI가 저작권이라는 법적 경계를 넘나들며 진화하고 있지만, 그것이 기술의 자유를 무제한으로 허용한다는 뜻은 아니다. 기술은 늘 사회의 규범과 충돌하며 자란다. 진보적 관점에서 보면, 지금 필요한 것은 창작자의 권리를 후퇴시키지 않으면서도 AI 기술이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게 만드는 사회적 메커니즘이다. 뉴욕타임스와의 재판에서 패하게 되면, AI는 모델 훈련에서 뉴스 콘텐츠 비중을 축소할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이전보다 품질이 낮은 대답을 생산하게 된다. 사회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갈등이 있는 곳에는 늘 해결책도 따라온다.
앤스로픽에 대한 이번 판결은 AI 시대 저작권 논쟁에 하나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작가의 책을 정당하게 구매했다면, 작가 동의 없이 AI 훈련에 사용한 것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은 이후 유사한 저작권 논쟁에 의미 있는 판례로 활용될 수 있다. 오픈AI가 뉴욕타임스에 적절한 사용료를 지급하고, 왜곡이나 거짓 정보, 기사를 통째로 인용하는 사례 등을 막을 수 있는 기술적 완성도를 제안한다면 적절한 선에서 타협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 타협을 사회적 합의로 확장하면 된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기술의 역사를 거시적 관점에서 봤을 때 발전의 흐름이 잠시 멈춘 적은 있지만, 대부분 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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