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이틀에 걸쳐 진행된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증인·참고인 없이 의혹을 해소할 자료 제출이 되지 않았다는 기록을 남겼다. 진보·중도 성향 언론에서 국민의 눈높이와 이재명 정부에 대한 기대감에 미치지 못하는 청문회였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25일 파행으로 막을 내렸다. 자료 제출 문제가 청문회 파행의 도화선이 됐다. 청문회는 이날 오후 4시 30분경 정회됐다. 국민의힘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위원들은 김 후보자가 재산 관련 의혹에 대한 핵심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며 밤 8시 30분까지 자료제출을 요구했다. 김 후보자는 제출할 성격의 자료가 아니라며 거부했다. 여야 대치 상황이 이어지면서 청문회는 이날 자정 이후 자동 산회됐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25일 서울 국회에서 이틀째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정회가 선포되자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25일 서울 국회에서 이틀째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정회가 선포되자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은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 심사경과보고서 채택이 불발되더라도 인준 절차를 밟는다는 방침이다. 국무총리 인준안은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동의를 필요로 한다. 민주당은 의석수 167석을 확보하고 있어 단독으로 인준안 처리를 할 수 있다. 김 후보자 인사청문특위 민주당 간사인 김현 의원은 SNS를 통해 "민주당은 김 후보자 인준안을 6월 국회 안에 처리한다는 방침"이라며 "여야 합의가 안 되면 이달 30일이나 추경 처리 시점인 다음 달 4일 이전까지는 의결한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최근 5년간 수입보다 지출이 6억 원가량 많다는 의혹과 관련해 빙부상 부의금(1억 6천 만원), 출판기념회 2회(2억 5천 만원), 장모로부터 받은 생활비(2억 원)라고 해명했다. 구체적 증빙 자료는 제출하지 않았다. 장모로부터 받은 생활비의 경우 증여세 납부 여부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지 못했다. 

김 후보자는 미국 유학 시절인 2005년 10월부터 2008년 9월까지 후원자 강신성 씨로부터 매달 450만 원을 받았다. 김 후보자는 전세금 가운데 2억 원을 빼 강 씨 배추사업에 투자, 수익금으로 받은 돈이라고 해명했다. 2억 원의 투자금은 전 배우자가 돌려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를 입증할 자료는 제출하지 않았다. 

김 후보자의 성소수자 혐오발언은 국회 검증대에 오르지도 않았다. 25일 오마이뉴스는 청문회 정회 중 김 후보자에게 '청문회에서 따로 얘기가 나오지 않은 차별금지법 찬반에 대한 지금의 입장'을 물었다. 김 후보자는 "이미 제가 다른 자리에서 말씀드렸으니 청문회에서 위원들이 질문 주시면 답변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오마이뉴스가 '차별금지법에 대한 사회적 대화와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국무총리로서 어떤 역할을 할 생각이냐'고 묻자 김 후보자는 "저는 그냥 막연하게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보단 실제로 사회적 대화가 이뤄지도록..."이라고 답한 뒤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오마이뉴스가 답변을 마저 듣기 위해 김 후보자에게 접근하자 관계자들이 "그만하시죠" "나중에 타겠습니다"라며 기자를 제지했다고 한다.

김 후보자는 지난 2023년 11월 '사학법인 미션네트워크' 주최 행사에서 자신을 '기독교적 세계관을 가진 민주주의자'라고 소개하며 "현재 발의되어 있는 보편적 차별금지법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동성애의 문제는 모든 인간이 동성애를 택했을 때는 인류가 지속 가능하지 못하기 때문에 보편적 가치가 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성소수자를 연구하는 3개 학회는 지난 23일 국회에 김 후보자의 명백한 혐오발언과 정교분리 원칙 위반을 검증하라고 촉구했다. (관련기사▶ 성소수자 연구3학회 "국회, 김민석 혐오발언 검증하라")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6일 한겨레는 사설 <말끔한 의혹 해소 기대 못 미친 김민석 인사청문회>에서 "김 후보자는 자신의 말을 입증할 객관적 자료를 거의 제출하지 않았다. 애초 '청문회에서 다 소명될 것'이라고 자신했던 것에 비하면 미진하다는 평가를 피하기 힘들다"고 했다. 

한겨레는 수익 6억 원에 관한 김 후보자 해명에 대해 "행사들이 있었던 건 사실이고, 밝힌 수입 액수도 정치권의 통상적 관례를 크게 벗어나진 않는다"면서 "다만 국민 눈높이와는 거리가 있고, 또 구체적 증빙을 하지 않은 만큼, 지금이라도 겸허하게 양해를 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한겨레는 출판기념회 수입 내역 제출 거부, 공직자재산신고 현금 수입 누락 등에 대해 "가릴 건 가려서라도 돈이 들어온 시점과 납부 시점 등을 자료로 제시했다면, 불필요한 의혹을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검증 실력 부족을 지적했다. 한겨레는 "전 부인 증인 출석을 요구하고 낡은 색깔론 공세를 펴는 등 무리수와 헛발질로 의혹 제기의 정당성을 스스로 훼손하기도 했다. 자료 제출 미비를 비난했지만, 역으로 의혹을 입증할 근거 또한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며 "장관 후보 검증도 이런 식이어선 곤란하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새 정부 변화 기대 부응하지 못한 김민석 청문회>에서 "모든 면에서 실망스럽다"며 "국민을 대표해 인사 검증을 맡은 여야는 수준 낮은 정치 공방만 벌였고, 김 후보자는 재산 증식 의혹 등 논란을 성실하게 해명하지 않았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김 후보자가 재산 증식 의혹 추궁에 대해 '제2의 논두렁시계' '털렸다' 표현을 사용한 데 대해 "증빙자료 제출 등 인사청문 대상자의 의무는 소홀히 한 채 피해자를 자처한 것부터 부적절하거니와, 국회 검증 권한을 존중하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여야 합의 불발로 증인·참고인이 한 명도 나오지 않은 데 대해서는 "2000년 인사청문회 도입 이래 처음이다. 제3자 증언이 없으니 이틀간 도돌이표 같은 문답만 반복됐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다수당인 민주당의 책임이 크다. 입법부의 행정부 견제 책임은 제쳐 두고 김 후보자 엄호에만 몰두한 것도 볼썽사나웠다"며 "청문회는 야당이 된 국민의힘의 첫 시험대였지만, 청문회 전략부터 불분명했고 송곳 질문이라고는 없었다. 이런 실력으로 어떻게 '슈퍼 여당'과 경쟁하며 견제하겠나"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인사청문회가 요식행위로 전락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8월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이 대화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8월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이 대화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중앙일보 김정하 논설위원은 칼럼 <높은 대통령 지지율 믿고 문제 인사 밀어붙이다 낭패>에서 "이재명 정부도 피해갈 수 없다"며 "김민석 총리 후보자는 재산 형성, 석사학위 의혹, 자녀 특혜 논란 등으로 곤욕을 치렀다. 오광수 전 민정수석은 부인의 차명 부동산 논란으로 임명 닷새 만에 물러나 이재명 정부에서 차관급 이상 고위직 낙마 1호를 기록했다"고 했다.  

김 논설위원은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 정부 모두 집권 초 인사에 실패했다며 인사검증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신중하게 인사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짚었다. 김 논설위원은 집권 초 인사실패 전례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으로 ▲인사검증 시스템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높은 대통령 지지율에 취해 인사를 밀어붙이면 낭패를 본다 ▲대통령이 낙점한 인사에 검증팀과 참모들이 직언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대통령 최측근 그룹이 밀실 인사를 주도하면 내부자 편향이 생기므로 크로스체크가 필수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김 후보자 청문회에서 불거진 정치인 출판기념회 모금 문제를 제도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민주당이 앞장서라고 주문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뇌물 모금회'처럼 된 정치인 출판기념회>에서 "출판기념회는 국회의원이 국민에게 의정 성과를 알리고, 정치 신인은 자기 이름과 소신을 밝힐 기회라고 하지만, 음성적인 정치자금 모금 통로가 된 것이 사실"이라며 "민주당이 출판기념회 제도 개선에 앞장선다면 국민의 시선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김 후보자가 출판기념회 수입·지출 내역 공개를 거부하면서 '출판기념회 자체를 불가능하게 제도를 개선한다면 깊이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며 "법안 개정은 민주당이 추진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여야는 평소 원수처럼 싸우다가도 의원 특권과 돈을 지키는 데는 뭉친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출판기념회 제도 개선 시도는 여러 번 있었지만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의원들이 통과시켜줄 리가 없었다. 의원들은 연간 1억5000만원 한도인 후원금으론 의정 활동이 어려워 출판기념회 개최가 불가피하다고 한다"며 "선거에 드는 돈은 기본적으로 국가가 대주고, 정당 운영도 나라에서 책임진다. 그런데도 돈이 더 필요하다면 정치가 아니라 돈 버는 다른 일을 하는 것이 맞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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