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28일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지율 그래프 왜곡 논란이 제기된 KBS <뉴스광장> 5월 16일 방송분에 대해 행정지도를 의결했다.
KBS <뉴스광장>이 ‘여론조사 결과 보도에서 후보자 지지율 그래프 크기를 실제 비율과 다르게 표시해 지지율 격차를 왜곡했다’는 취지의 민원이 제기됐다.
<뉴스광장>은 KBS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KBS는 중도층의 대선 후보 지지도를 막대그래프로 전하면서 지지율 격차를 잘못 표시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 55%,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22%,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9%의 지지율이 나타냈다. 하지만 막대 그래프 상에서 김문수 후보가 이재명 후보의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처리됐다. 이준석 후보의 지지율 그래프는 실제 수치와 일치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KBS가 막대 그래프를 왜곡한 것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됐다. 한 네티즌은 “일부러 김문수(후보)와 이준석(후보)간의 차이를 크게 만들면서 특정 후보를 노골적으로 밀고 있다. 그래프의 높이만 보면 김문수 후보는 22(%)가 아니라 40(%)”라고 지적했다.
KBS는 방송 이후 문제가 된 그래프를 수정하고 관련 기사 하단에 “위 기사에서 중도층 대선 후보 지지도 그래픽에 오류가 있어 바로잡는다”는 글을 덧붙였다. 선방심의위 사무처는 앞서 유사한 사례에 대해 행정지도 ‘권고’ 제재가 내려진 바 있다고 설명했다.
송인덕(한국소통학회 추천) 위원은 “그래프를 잘못 작성할 때는 전체적인 비율이 틀어지는데, 이 사안은 한 후보자의 지지율만 다르게 표기됐다”면서 “수정 전과 수정 후가 너무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단순 실수라기보다, 실수를 가장한 다분한 고의성이 있는 게 아닌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반면 방송사 출신 위원들은 단순 실수로 보인다고 말했다. SBS 논설위원 출신 이형근 위원(한국방송협회 추천)은 “저의 방송제작 경험에 비추어보면 의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그래픽 제작 방식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수동으로 바(막대) 그래프를 만들고, 그 위에 수치를 넣은 것 같다. (수정 전 그래프에)숫자가 분명히 나와 있는 상황이고 방송 직후 수정했다면 권고나 의견제시 정도가 적당하다”고 말했다.
MBC 보도본부장 출신 오정환 위원(국민의힘 추천)은 “8시 뉴스라고 하면 방송 1시간 30분 전에 (그래프가)올라오는데, 하다 보면 저런 일이 벌어진다. 잘한 건 아니지만 고의성을 추정하기에는 실무를 맡아본 사람으로서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한균태 위원장(방송통신심의위원회 추천)은 “형평성의 원칙에 따르면 권고를 해야겠지만, 고의성이나 실수는 보는 사람의 각도에 따라 다를 수 있다. KBS가 신속하게 수정했기 때문에 권고보다 의견제시로 재발을 방지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미정 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은 “신속하다는 기준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지금같이 이슈가 넘쳐나는 시기에 (수정을) 조치했다는 이유로 감경 사유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권고 의견을 밝혔다. 결국 다수의 위원이 제시한 행정지도 의견제시가 결정됐다.

한편 정미정 위원은 전날 이준석 대표의 ‘여성 성폭력 재현’ 발언에 대한 심의 필요성을 지적했으나, 정식 안건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이준석 후보가 문제적 발언을 내뱉은 토론회가 방송사 주관이 아닌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이기 때문이다. 선방심의위의 제재 대상은 방송사다.
정미정 위원은 “이준석 후보 발언이 상당히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방송사 주관 토론회였다면 최고 수준의 법정제재까지 가능한 정도”라며 “시청자 반발이 매우 크고 여러 단체에서 고발 등이 이뤄지고 있는데, 방송사가 아닌 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하는 토론회다 보니 방송사를 대상으로 하는 선방심의위 제재 대상으로 볼 수 있을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한균태 위원장은 “선거방송심의위는 선거 관련 방송 내용을 심의하는 곳이지 방송사와 전혀 관련이 없는 후보자 개인이 발언한 것에 대해 (심의를)할 수 없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형근 위원도 “선거법상 공식 토론회이고 생방송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방송사가 해당 발언을 즉각적으로 제지한다거나 개입할 여지가 많지 않았다”고 했다.
이날 방통심의위는 현재까지 이준석 후보 발언과 관련한 민원이 수백 건 접수됐으며 민원 신청이 이어지고 있어 정확한 집계는 어렵다고 전했다.
기사에 언급된 여론조사는 KBS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지난 13일부터 15일간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방식으로 실시했다. 응답률은 18.3%이며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는 ±3.1%p다.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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