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바이든 날리면’ 논란 당시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이 ‘욕설 사과문’까지 준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 대면 보고 후, ‘바이든이 아닌 날리면’이라는 반박 기자회견으로 바뀌었다.
또 외교부가 MBC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청구 소송’은 대통령실의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고 한다. 외교부가 소송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자 대통령실 관계자가 질책했다는 전언이 나왔다.

17일 MBC ‘스트레이트’ <‘바이든과 날리면’의 진실은?> 편은 지난 2022년 9월 21일(현지시각) 오후 5시20분께 미국 뉴욕에서 열린 재정공약회의 참석 후 윤 전 대통령의 ‘욕설 논란’과 김은혜 전 홍보수석(현 국민의힘 의원)의 반박 기자회견이 나오기까지 16시간을 추적했다.
MBC ‘스트레이트’는 당시 해외 순방에 동행한 기자들은 윤 전 대통령의 ‘이 XX’ ‘쪽팔려서’ 등의 발언을 명확하게 들었다고 전했다. 기자들이 정확한 발언 내용과 비속어 대상이 누구였는지 물자, 대통령실은 “공식 석상이 아니었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데다 외교상 부담이 될 수도 있다"며 보도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비슷한 시간 김 전 홍보수석은 박성제 MBC 사장에게 전화를 시도했다. MBC를 비롯한 140여 개 언론사가 윤 전 대통령의 발언을 보도했고, 김 전 홍보수석의 반박 기자회견은 16시간 뒤인 22일 오전 9시 46분 진행됐다.
김 전 홍보수석은 기자회견에서 “지금 다시 한 번 들어봐 달라"며 "국회에서 승인 안 해 주고 '날리면'이라고 되어 있다. 여기에서 미국 얘기가 나올 리가 없고, '바이든'이라는 말을 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기자회견 전 대통령실 참모진은 윤 전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으고, 짤막한 사과문까지 작성했다. 당시 대통령실 관계자는 MBC에 “부적절한 발언이 노출된 것에 대해 빨리 사과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었고, 발언 내용에 대한 진위 여부를 따지는 것은 검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MBC는 “김 전 홍보수석이 이런 방안을 들고 대통령 대면 보고에 들어갔던 것으로 밝혀졌다”면서 “하지만 보고를 마치고 나온 김 수석의 회견 내용은 사과 대신, 반박이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수석을 보니까 결국은 엄청 혼나고 말도 못 꺼내고 왔던 것 같더라”며 “워낙 대통령이 격정적인 분이라 갑자기 화내고 그러니까, 평소에도 대통령을 많이 무서워했다”고 설명했다.
김은혜 의원은 ‘사과하자는 의견이 왜 그 당시에 묵살된 건가’ ‘날리면이라는 말은 언제 나온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일단 그 당시에 있었던 일은 제가 재판부에 제대로 사실대로 제출을 했다” “저는 대통령이 저한테 이야기해 준 걸 홍보수석으로서 기자들에게 그대로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대통령실이 외교부에 MBC 정정보도 소송에 나서라고 지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외교부 대변인단은 이 같은 지시에 따라 긴급 회의를 2022년 9월 28일 소집했고 ‘외교부가 MBC에 대한 소송을 하면 안 된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이 같은 보고를 받은 당시 박진 외교부 장관도 “언론사와 정면 충돌하는 건 오히려 문제를 더 키우는 대처”라며 동의했다고 한다.
MBC는 “박 장관이 이 같은 입장을 대통령실에 전달하고 얼마 뒤, 강한 질책이 내려왔다”면서 “외교부를 질책한 인물은 조선일보 기자 출신인 강훈 당시 대통령실 국정홍보비서관이었다”고 했다.
외교부 관계자 A 씨는 MBC에 “강훈 국정홍보비서관이 전화해서 '누가 이런 생각을 했느냐, 이 소송 반드시 외교부가 해야 한다'고 길길이 날뛰었다고” “'외교부가 쫙 달라붙어서 하는 맛이 있어야지, 대충하면 안 된다. 이럴 때 최선을 다해서 반드시 MBC를 응징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강훈 전 비서관은 MBC에 “수위를 넘어서는 잘못된 비판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얘기한 건 맞다”면서도 “MBC 응징이란 단어를 썼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더해 대통령실은 변호인까지 직접 결정했다. 한 외교부 관계자는 “언론 정정보도 소송을 잘하는 전문가라고 대통령실에서 찍으니, 선임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정정보도 소송을 맡은 변호인은 최태형 변호사로, 지난 2020년 윤석열 검찰총장 법무부 징계위원회가 열릴 당시 검사징계위원회 위원이었다. 최 변호사는 2020년 12월 10일과 15일 열린 징계위에 출석하지 않았다. 최 변호사는 윤 총장 징계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외교부가 최 변호사에게 지급한 비용은 성공보수를 포함해 5000만 원을 넘는다.
‘바이든 날리면’ 논란 이후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MBC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압박했다. 대통령실은 MBC에만 공문을 보내 보도 경위를 소명하라고 요구했고, 국민의힘과 보수 성향 단체들은 MBC 사장·보도국장·기자들을 무더기 형사 고발했다. 국민의힘은 MBC에 대한 광고 중단을 언급했으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MBC에 최고 수위 징계인 과징금 3000만 원을 부과했다. 또 MBC 취재진은 대통령 전용기에서 배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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