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독립기념관 개관 이후 줄곧 열렸던 광복절 경축식이 돌연 취소됐다. 독립기념관은 김형식 관장이 정부 주최 경축식에 초대돼 행사 개최가 어려워졌다는 이유를 들었다. 독립기념관은 매년 정부와 별개로 자체 광복절 경축식을 개최했다. 

광복회를 비롯한 25개 독립운동가선양단체는 ‘건국절 제정 추진 중단'과 '김 관장 임명 철회'를 요구하면서 정부 주최의 광복절 경축식 불참을 선언했다. 독립유공자단체의 불참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들 단체는 ‘백범김구기념관’ ‘용산 효창공원’에서 별도의 광복절 기념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 광복절 경축식 불참을 조만간 확정할 예정이며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은 이미 불참을 통보했다.

12일 독립기념관은 <독립기념관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 취소>를 공지하고 “기관 사정 등으로 인해 취소되었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독립기념관은 뉴스1에 “정부가 주최하는 광복절 경축식에 신임 관장이 초대됐다"며 "기관장이 없는 상황에서 경축식을 개최하기 어려워 취소하게 됐다"고 전했다.

독립기념관에서 광복절 경축식이 열리지 않은 것은 개관 3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정부 주관 광복절 경축식과 별도로 매년 독립기념관에서 광복절 경축 행사가 개최됐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독립열사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을 즉각 철회하고 무리한 인사 강행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면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대한민국 역사를 바로 세우고, 헌법정신을 지키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김 관장 임명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15일 광복절 경축식에 불참한다는 입장이다. 조국혁신당과 진보당은 이미 정부에 광복절 경축식 불참을 통보했다. 

광복회는 11일 보도자료를 내어 “15일 오전 10시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제79주년 광복절 기념식을 37개 단체로 구성된 독립운동단체연합과 함께 자체적으로 거행키로 했다”고 밝혔다. 광복회가 정부의 광복절 기념식에 불참을 선언한 것은 1965년 창립 이후 처음이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10일 광복회학술원이 운영하는 청년헤리티지아카데미 특강에서 “'1948년 건국절’을 추진하려는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대통령 초청 영빈관 행사뿐 아니라 광복절 경축 기념식에도 나갈 뜻이 없다”면서 “용산(대통령실)에서, 보훈부에서 여러 회유책을 들어 행사에 참석하라는 회유가 왔으나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 광복회장은 “한국에 있는 반역자들이 일본 우익과 내통한다는 위기감이 들었다”며 “마지막 수단으로 결단한 것이 경축식 불참”이라고 말했다. 

25개 독립운동가선양단체로 구성된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회(항단연)도 김형석 관장이 사퇴하지 않을 경우 정부의 광복절 기념식에 불참하고 ‘백범김구기념관’ ‘용산 효창공원’ 등에서 별도의 기념 행사를 열 것이라고 선언했다. 항단연은 오는 14일 윤석열 대통령 초청으로 열리는 독립운동가 후손 오찬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고, 독립기념관 앞에서 김형석 관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을 가리켜 “독립기념관을 변질시켜 1948년도 건국기념관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것”이라며 “일제 강점을 합법화하는 친일족”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 광복회장은 “인사가 이런 식으로 가는 건 용산 어느 곳에 일제 때 밀정과 같은 존재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뉴라이트는 현대판 밀정”이라고 비판했다.

이 광복회장은 윤석열 대통령 대학교 동창인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부친으로 지난 대선 때 윤 대통령 지지 시국선언을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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