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이성구 TBS 대표이사 직무대행이 국민의힘 위성정당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했던 유튜버를 진행자로 하는 '일본어 방송' 제작을 거부할 경우 '해고'하겠다고 발언해 논란이다.
이 직무대행을 방송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TBS 양대노조는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이 직무대행 해임을 요구했다. TBS 양대노조는 이 직무대행의 친일적 사고가 일본어 방송 편성 종용의 배경이 아니냐고 의심했다. 이 직무대행은 과거 블로그 글에서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를 이완용과 비교한 바 있다.

TBS노동조합·전국언론노동조합 TBS지부는 17일 성명을 내어 "광화문광장에 태극기를 꽂으려던 오세훈 시장은 왜 TBS에 일장기가 꽂히는 상황을 방관하고 있나"라며 "35년 역사의 개국 이래 처음으로 일본어 방송이 편성될 위기에 처했다"고 비판했다.
지난 15일 TBS PD협회는 이 직무대행이 ▲일본어 방송 편성 종용 ▲본인 출연 프로그램 제작 지시 등 부당한 편성권 침해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TBS PD협회는 특히 이 직무대행은 일본어 방송 진행자로 국민의미래(국민의힘 위성정당)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했던 유튜버를 지목했다. TBS 양대노조는 해당 유튜버가 개그맨 출신 김영민 씨라고 밝혔다.
TBS 양대노조는 "이 직무대행은 편성위원회의 편성불가 결정에도 불구하고 일본어 방송 편성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으며, 직접 출연자 섭외에까지 관여한 정황이 여러 루트로 확인되고 있다"며 "이 직무대행은 지난 5일 라디오PD들과 만나 일본어 방송 강행 의지를 밝혔다. 이후 라디오제작본부장 대행이 거듭 일본어 방송의 편성 불가 의사를 밝히자 편성책임자를 교체해서라도 강행하겠다는 발언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TBS 양대노조는 이 직무대행이 "제작 거부하는 PD는 자르겠다"고 말하며 일본어 방송 편성을 강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TBS 양대노조에 따르면 제작PD들은 이 직무대행과 만난 자리에서 TBS가 진행자 편향성 논란이 있었던 만큼, 정치 성향이 뚜렷한 유튜버의 일본어 방송이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이 직무대행은 "오히려 노이즈 마케팅으로 청취자가 늘어날 수 있다. 국힘 쪽에서 좋아하는 인물"이라며 "김영민이라서 거부한다면 노동자로 볼 수 없고, 그런 PD는 정치적이기 때문에 해고할 수 있다. 양심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지난 3월 9일 중앙일보 기사 <"尹도 찾아본다"는 개그맨, 금배지 다나…총선 뛰어든 연예인>에 따르면 김영민 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내시십분'을 "윤석열 대통령도 본다"는 얘기가 여권에서 돌았다. '내시십분'에는 <문화계의 윤석열! 종북카르텔 척결하겠습니다>, <좌파를 위한 행동 '자위행위'>, <문재인이 만든 X같은 문화!>, <이재명이라는 시궁창>, <내 주변에 숨은 좌파 감별법!>, <좌파인증 연예인 BEST 5>, <지금 유튜버 정치인이 필요한 이유!>, <좌파스피커는 다단계 사기꾼이다!!> 등의 영상이 게재돼 있다.
이 직무대행은 일본어를 할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하다는 제작진의 의견에 "원자력을 이야기하려면 원자력 PD가 있어야 하고, 환경 이야기를 하려면 환경 PD가 있어야 하냐. PD가 일본어를 못 해도 문제없다"며 편성 강행을 종용했다고 한다.
TBS 양대노조는 "TBS eFM은 거주 외국인을 위한 방송을 주로 해왔다. 2008년 영어 eFM이 개국하고 2013년에는 중국어 방송을 개시하며 여러 채널을 아우르는 종합방송사로 성장했다"며 "TBS는 방송의 전문성을 위해 영어 PD, 중국어 PD를 정식 채용했다. 일본어 방송을 개시하겠다면 정식으로 이를 논의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고 했다.
또 TBS 양대노조는 이 직무대행이 '슬기로운 서울생활, 나선홍입니다'에 김누리 중앙대 독문학과 교수가 출연하자 라디오본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왜 정부 정책에 반하는 인물을 섭외했느냐"고 크게 화를 내는 모습이 복수의 구성원에 의해 목격됐다고 전했다.
TBS 양대노조는 "왜 서울시는 검증 안 된 인물을 아무렇게나 내리꽂은 것인가. 툭하면 해고하겠다 윽박지르고, 부당한 업무를 거부하는 간부를 내리고, 마음에 들지 않은 직원들을 표적 감사해 TBS를 자신만의 왕국으로 만드려는 직무대행을 언제까지 두고 보려는가"라며 "TBS를 우익 유튜버의 놀이터, 친일방송사로 만들 의도가 없다면 하루빨리 이 직무대행을 해임하라"고 했다.

한편, TBS 양대노조는 이 직무대행이 일본어 방송 편상을 종용하는 배경에 그의 친일적 사고가 있는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TBS 양대노조는 "이 직무대행은 SNS를 통해 공개적으로 친일적 성향을 드러내 왔다"며 "그래서일까? 편성위원회의 편성불가 결정에도 불구하고 일본어 방송 편성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했다.
이 직무대행은 2021년 10월 2일 자신의 블로그에 <이완용도 부러워할 이재명의 후안무치>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이 글에서 이 직무대행은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 대장동 개발사업을 비판하면서 "이재명의 말대로면 이완용도 무덤에서 뛰어 나와 수구 기득권 세력이 외세에 거저 나라를 바치려고 했던 것을 자신의 힘으로 그나마 왕실을 보전하고 대신들도 귀족으로 변신하는 형태로 공익환수에 성공했다고 주장할 것"이라며 "아니 이완용은 실제로도 독립협회의 최대 후원자였고 학부대신으로서 이 땅에 의무교육 제도를 처음으로 도입한 공까지 있다고 하니 이재명에 비하면 훨씬 훌륭한 분이라고 한들 이재명 씨는 할 말이 없을 듯"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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