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초거대 인공지능(AI)을 둘러싼 각국 주도권 경쟁이 아주 치열하다"며 초거대 AI 기업에 대한 지원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내년도 AI 연구 예산이 40%가량 대폭 삭감돼 한국의 미래 성장 동력을 크게 약화시킬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장관 이종호)가 돌연 전체 R&D(연구·개발)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불거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20차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대한민국 초거대 AI 도약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13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20차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대한민국 초거대 인공지능 도약 회의'를 열고 "우리나라 인공지능, 디지털 분야와 이를 기반으로 한 전 산업의 발전과 도약이 이뤄질 수 있도록 초거대 AI 기업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AI와 디지털 역량이 산업의 수준을 좌우한다"며 "초거대 AI는 반도체, 데이터, 플랫폼 서비스를 비롯해 전후방 산업뿐 아니라 국가안보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정부의 지원은 기업의 과감한 투자와 도전에 마중물이 되는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민간의 투자와 도전이 초거대 AI 경쟁을 좌우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인공지능의 발전은 우수한 인재 양성에 달려있고, 정부가 많은 물적 지원을 해야 한다"며 "광주에 AI 영재고등학교 설립을 추진하고 있고 AI 사관학교, 첨단 AI 반도체 산업을 중점적으로 지원해 왔다. 막대한 데이터를 관리하는 대형 클라우드에 대한 정부 투자와 지원 역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과기정통부 '2024년도 예산안' 내용에 따르면,  AI 분야 사업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정문 의원실이 과기정통부의 내년도 예산안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인공지능반도체 혁신기업 집중육성 사업 -90.2% ▲인공지능반도체 응용기술개발 -75.0% ▲인공지능중심 산업융합집적단지 조성 -35.8% ▲인공지능챌린지 선도기술 개발 -86.0% ▲사람중심 인공기능 핵심원천기술 개발 -9.6% ▲인공지능산업 융합기술개발 -55.0.% 등의 예산삭감 내역이 확인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4 예산안' 중 분야별 예산삭감 현황 (이정문 의원실 분석자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4 예산안' 중 분야별 예산삭감 현황 (이정문 의원실 분석자료)

과기정통부 소관 사단법인 한국인공지능협회는 12일 성명을 내어 "인공지능 관련 주요 예산 삭감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인공지능협회는 자신들을 1000여개 AI·데이터 전문기업이 회원사로 둔 비영리법인으로 소개하고 있다. 

인공지능협회는 내년도 AI R&D 예산은 올해 대비 약 3894억 원(43%)이 삭감됐다고 밝혔다. 특히 인공지능협회는 대다수 인공지능 스타트업이 참여하는 인공지능학습용데이터구축사업 예산의 경우 '100% 삭감'(0원)이 이뤄졌다고 했다. 인공지능협회는 "이러한 대폭적인 삭감 방향은 대한민국이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되게 만들 것"이라며 "미래 성장 동력을 크게 약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정부의 AI 산업 지원 사례로 든 광주시의 경우에도 내년도 AI 관련 예산이 삭감돼 우려를 표하고 있다. 광주시와 민주당은 11일 광주시청에서 예산정책협의회를 열고 내년도 국비예산 확보 등을 논의했다. 광주시는 정부예산안에서 AI·미래차 산업 예산이 38.3% 삭감됐고, 이 중 R&D 예산은 광주시가 요구한 예산의 74%가 삭감됐다고 설명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AI와 미래차로 대표되는 성장 기반 예산과 지역화폐·청년일자리·사회적경제 등 필수민생 3대 예산을 반드시 확보해 역사를 혁명했던 광주에서 '내 삶'을 혁명하는 광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민주당과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광주는 AI 선도도시로서 굉장히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야심차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꺼져가는 성장동력을 되살리고 민생을 보살피기 위해 최대한 살릴 것은 살리는 예산심의가 되도록 죽을 힘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0차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대한민국 초거대 AI 도약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0차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대한민국 초거대 AI 도약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윤 대통령은 AI 지원 방침을 밝힌 자리에서 '가짜뉴스' 문제를 거론했다. 윤 대통령은 "전 세계 정치인을 만나면 가짜뉴스가 AI와 디지털을 이용해 빛보다 빠른 속도로 확산하면서 자유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우리 미래를 망칠 수 있다는 얘기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어제(12일) 국무회의에서도 "가짜뉴스 확산을 방지하지 못한다면 자유민주주의가 위협받고, 또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시장경제가 위협받게 된다"며 "(G20 정상회의)모든 참여 국가의 정상들 역시 이러한 위협에 대해 적극 공감했다"고 했다. 대통령실과 정부여당은 최근 뉴스타파의 '김만배 음성파일' 보도와 관련해 "희대의 대선 정치공작"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폐간" "사형감" 등의 극언을 쏟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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