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민의힘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산하기관 결산 심사 전제조건으로 '우주항공청법 처리'를 내세웠다. 국민의힘은 당초 과방위 결산 일정에 합의했던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최종 합의는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야당에서 결산 심사를 방기하는 것은 여당의 자세가 아니라며 "이럴 거면 과방위 문 닫자"는 반발이 나왔다.

31일 민주당 요구로 열린 과방위 전체회의에 국민의힘 의원들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 등은 불참했다. 여권에서는 장제원 과방위원장과 여당 간사 박성중 의원만 참석했다.

31일 국회에서 여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회의가 열리고 있다 ()
31일 국회에서 여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은 방통위·과기정통부·원안위의 '2022 회계연도 결산'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과방위 여야는 애초 30일 전체회의를 개최해 결산안을 상정하고, 31일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이동관 방통위원장 인사청문회 일정과 함께 합의한 내용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청문회 종료 후 전체회의 일정을 다시 협의하자고 주장해 이날 과방위는 파행됐다. 

민주당 간사 조승래 의원은 "결산은 국회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다. 행정부가 진행하는 사업들에 대해 제대로 결산하고, 국정감사를 해 이를 기초로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하는 것"이라며 "충격적이게도 R&D(연구개발) 예산을 5조 2천 억원을 삭감해 현장은 심각한 상황이다. 출연연, 대학, 기업 등 모든 분야에서 심각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데 국회가 역할을 못한다는 것은 국민들 보시기에 정말 부끄럽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그래서 과방위원장과 국민의힘에 이런저런 문제 다 떠나서 결산을 진행하자고 요청한 것이다. '이동관 청문회' 준비할 때 여야 간사 간 합의를 했는데, 국민의힘은 회의 요청에 왜 답을 안 주나"라며 "국회의원의 결산심사권을 우리가 박탈해야 하느냐. 이런 식으로 일을 안 할 거면 차라리 과방위 문을 닫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국민의힘 간사 박성중 의원은 우주항공청법 처리에 협조하면 결산 심사에 협조하겠다고 주장했다. 우주항공청법은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다. 박 의원은 "우주항공청 답도 줘라. 그거는 별개로 하고 결산부터 하자고 한다"며 "(결산 일정은)합의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완전히 합의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저희도 (결산)하고 싶다. 그러나 먼저 진행할 것은 진행해달라"며 "우주항공청 실타래를 좀 풀어 달라. '문 닫자' 이런 최후적인 말 하지 말고, 우리도 결산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 알고 있다"고 했다. 또 박 의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결산심사가 이뤄지지 못한 적이 있었다고 했다.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우주항공청 문제를 해결해주면 결산을 하겠다는 것은 정부여당의 자세가 아니다. 그리고 결산을 요구하고 합의를 요청해야 하는 것은 야당이 아니라 여당"이라며 "결산내용 보면 UHD 어떻게 할 것인지, 규제 샌드박스 실적이 왜 저조한지, 기금의 적자·재무건전성 문제는 왜 심각한지 의원들이 따져 물어야 한다. 결산회의 소집이 안 됐으니까 묻지도 못한다고 하면 뭐하러 뺏지 달고 국회에 앉아 있나"라고 했다. 

무소속 박완주 의원은 "국민들이 보면 이해가 안 갈 것이다. 법안을 연계해 결산하자는 얘기, 과거에 안 했으니까 '지금 나도 못해' 이런 얘기는 우습다"며 결산 일정에 관해 양당 간사가 현장에서 공개적으로 협의할 것을 제안했다. 박 의원은 "산회하면 서로 연락도 안 한다. 카메라 앞에서 주장만 하다 회의가 끝난다"며 "오늘 국민들 앞에서 협상하라. 이게 무슨 국가기밀도 아니지 않나"라고 했다. 

지난 6월 2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성중 여당 간사가 산회를 선포한 뒤 회의장을 나서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6월 2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성중 여당 간사가 산회를 선포한 뒤 회의장을 나서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장제원 과방위원장은 "공개협상을 여기서 어떻게 하나"라며 "산회를 허락해주시면 산회하고 이후 제 방에서 양당 간사 모시고 이야기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변재일 의원은 장제원 위원장에게 적극적인 조정을 주문했다. 변재일 의원은 "여야 간사가 합의 안 되면 (개별 의원의)의정활동 권리는 박탈되어도 좋은 것인가"라며 "과방위는 '불량상임위'로 소문이 나 있다. 의원들 하나하나의 잘못이 아니라 상임위가 잘못 운영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개의요구를 하면 위원장은 여기와서 회의 진행하는게 답답하다"면서도 "지금 산회하고 나가서 양당 간사와 함께 오늘 내로 결산일정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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