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윤석년 KBS 이사 해임제청 의결은 행정기관이 사법적 판단을 자처하고 나선 '기망행위'라는 비판이 야권 방통위원으로부터 제기된다. 현행법상 결격사유가 없는 공영방송 이사를 재판을 이유로 해임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김현 방통위 상임위원은 12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방통위는 합의제 행정기관임에도 사법적 판단을 자처하고 있다"면서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사진=연합뉴스)
김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사진=연합뉴스)

방통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윤 이사 해임제청안을 비공개 안건으로 상정해 의결했다. 윤 이사는 2020년 TV조선 재승인 고의감점 의혹으로 불구속 재판을 받고 있다. 윤 이사 해임제청안에 대해 여당 추천 김효재 방통위원장 직무대행과 대통령 지명 이상인 방통위원은 찬성, 야당 추천 김현 방통위원은 반대 의견을 냈다.

김현 위원은 "사법적 판단이 필요한 영역을 재량이라는 미명 아래 수적 우위를 앞세워 원하는 결론의 통과의례를 치르는 방통위로 전락시키는 기망행위는 결코 국민적 동의를 얻을 수 없다"며 "과거 방통위 KBS 이사 해임 논의 사례를 보면 논란은 있었지만 결격사유에 해당되거나 감사원 감사결과 이행이라는 명분이 있었다. 그럼에도 사법적 판단은 방통위의 잘못된 조치를 지적하고 있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 신태섭 이사 교체, 문재인 정부 강규형 이사 해임에 대해 법원은 이사들 손을 들어줬다. 방송법 제48조는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자'를 KBS 이사의 결격사유로 정하고 있다. 

김현 위원에 따르면 방통위의 윤 이사 해임 논의는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이 면직된 후 3인 체제 방통위 첫 회의에서 이상인 위원 제안으로 시작됐다. 제시된 윤 이사 해임사유는 ▲TV조선 재승인 심사점수 조작 사건 피의자 ▲구속기소로 인한 직무수행 장해 ▲직위해제 등 대안조치의 부재로 인한 부적절한 수당 수령 ▲KBS 명예실추와 국민의 신뢰저하 초래 ▲고의적인 중요사실 누락으로 인한 임용취소 가능성 등 5가지다. 

12일 과천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김현 상임위원이 회의 전 자료를 살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 위원은 "기소만으로 해임한다는 것은 유·무죄가 가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유죄로 추정하는 것으로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반돼 위헌소지가 있다"면서 "사무처는 언제든지 재구속 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재판 준비 등으로 이사 직무수행에 장해가 발생할 것이 명백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윤 이사는 이미 6월 7일 구속상태가 해소되었고 정상적으로 회의에 참석하는 등 이사회 업무에 복구했다"고 말했다. 

또 김현 위원은 윤 이사가 부적절한 수당을 수령한다는 해임사유에 대해 "KBS 이사회가 논의하여 관련 규정을 개선하면 될 사안으로 당사자의 책임이 아님에도 해임 사유로 적시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무리한 주장"이라고 했다. 

김현 위원은 "현실과 원칙이 아닌 가정에 입각해 해임을 추진하는 것은 비상식적 업무행태이며 행정기관의 횡포라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며 "과거 사례에서 보았듯이 향후 소송에서 패할 가능성이 높은 것을 알면서도 '묻지마 식'으로 밀어 붙인다면 정치·사회적 논란 야기, 언론장악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윤 이사가 해임되면 KBS 이사회는 현재 여야 4대 7 구도에서 5대 6 구도로 재편된다. KBS 이사회는 정치권 추천 관행에 의해 여권 우위로 구성돼 왔다. 현 KBS 이사들의 임기는 2024년 8월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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