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민의힘이 "나는 100년 전 일을 가지고 일본이 '무조건 무릎 꿇어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를 더불어민주당과 언론이 '오역'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이 한국의 사과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해석해야 맞다는 것이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 기사에서 윤 대통령 발언은 'I can’t accept the notion'(나는 그 생각을 받아들일 수 없다)로 번역됐으며 일본인은 'they'(그들은)로 처리됐다. 해당 기사를 작성한 워싱턴포스트 기자는 SNS에 윤 대통령의 발언 원문을 실어 '오역'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4일 <대통령의 발언마다 가짜뉴스 선동에 이용하는 민주당. 제발 이성을 되찾으라>는 논평을 냈다. 유 대변인은 "일부 언론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 내용에 대해 '100년 전 역사 때문에 일본 용서 구해야 한다는 인식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소식을 전했다"며 "그러나 대통령실이 공개한 한국어 인터뷰를 보면 윤석열 대통령은 유럽의 미래지향적 협력을 강조하며, 주어를 생략한 채 해당 문장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유 대변인은 "그리고 해당 문장은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무릎 꿇어라라고 하는 것은 (일본이) 받아들일 수 없다'로 해석해야 한다"며 "바로 뒤에 '이는 결단이 필요한 것이다'라고 말한 것을 보면 이것이 상식적"이라고 했다. 이어 유 대변인은 "아무리 민주당의 상황이 지금 경각에 달렸다지만, 일본 이야기만 나오면 보고싶은 것만 보는 확증편향에 빠져 완전히 이성을 잃은 모습"이라고 비난했다.
부산일보 사장 출신 국민의힘 안병길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성공적 정상회담을 위해 정상보도부터 필요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안 의원은 일부 언론이 윤 대통령의 워싱턴포스트 인터뷰를 자의적으로 편집해 "매우 심각한 왜곡보도"를 하고 있다며 "언론 취재 윤리에도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국익을 해칠 수 있는 중대한 과오"라고 주장했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5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메시지가 있는 그대로 고스란히 잘 전달이 안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워싱턴포스트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을 갖다가 썼을 텐데 대통령의 발언을 진의 있는 그대로 가지고 썼는지에 대해서도 한번 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평상시 알고 있는 윤 대통령의 내용, 또 그동안 역사인식을 바탕으로 국민들께 해왔던 메시지들이 있지 않나. (중략)시종일관 같은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단어 하나하나 뭔가 잘못 오해의 소지가 있게 인터뷰가 나가는 건 아쉽다"고 했다.
이어 김 최고위원은 "앞으로 외신 인터뷰를 하거나 했을 때는 혹시 모르는 일들을 대비하기 위해 관련된 내용들을 다 정리해놓고, 혹시나 잘못 나갔을 경우에는 이런 취지였다는 내용의 해명들까지 나오면 더 국민들에게 설득력 있겠다 싶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윤 대통령을 인터뷰한 워싱턴포스트 미셸 예희 리(Michelle Ye Hee Lee) 도쿄·서울지국장은 25일 트위터에 "번역 오류에 대한 질문과 관련해 오디오를 다시 확인해봤다"며 윤 대통령 발언 원문을 게재했다.
"정말 100년 전의 일들을 가지고, 지금 유럽에서는 전쟁을 몇 번씩 겪고 그 참혹한 전쟁을 겪어도 미래를 위해서 전쟁 당사국들이 협력하고 하는데 100년 전에 일을 가지고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무릎 꿇어라'라고 하는 이거는 저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24일(현지시각) 보도에서 윤 대통령이 "유럽은 지난 100년 동안 여러 차례 전쟁을 경험했지만, 그럼에도 전쟁을 치른 국가들은 미래를 위해 협력할 방법을 찾았다"며 "100년 전 일로 일본인들과의 협력이 절대 불가능하다거나, 일본인들이 용서를 구하기 위해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생각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윤 대통령은 워싱턴포스트에 한국의 안보 문제가 일본과의 협력을 미루기에 너무 급박했다면서 결단이 필요한 문제였다면서 일부 비판론자들은 자신의 결단을 결코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 윤 대통령은 자신이 국민들을 설득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 기사 원문은 다음과 같다.
“Europe has experienced several wars for the past 100 years and despite that, warring countries have found ways to cooperate for the future,” he said. “I can’t accept the notion that because of what happened 100 years ago, something is absolutely impossible [to do] and that they [Japanese] must kneel [for forgiveness] because of our history 100 years ago. And this is an issue that requires decision. … In terms of persuasion, I believe I did my best.”
한편, 윤 대통령은 지난 2021년 9월 11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서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를 만나 "일본의 사과를 반드시 이끌어내고, 할머니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았던 것들을 다 해드리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이 할머니는 "국제 사법 재판소를 가서 완전한 판단을 받아야 하고, '위안부' 문제를 해결해줄 사람을 찍겠다. 공약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윤 대통령은 "꼭 사과를 이끌어내겠다"며 손가락을 걸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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