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보수우파 신문인 요미우리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일제 강제동원 피해 배상 '해법'이 뒤집어질 가능성은 없고, 일본의 반격능력 보유를 이해한다고 말했다. 전범기업의 배상을 결정한 대법원 판결을 무시한 발언이자 동북아 군비경쟁에 기름을 붓는 위험천만한 인식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반면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의 요미우리 인터뷰 내용 중 '한일 산업협력'에 집중해 "경제 매듭을 다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 인터뷰로 지면 대부분을 채운 요미우리신문에 대해 '일본 최다부수 신문이 윤 대통령 방일에 맞춰 파격적 보도'를 했다는 등의 기사를 쓰면서 윤 대통령의 '저자세' 논란을 비켜갔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 단독 인터뷰를 15일 조간신문 1면 머리기사로 실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오이카와 쇼이치(老川祥一) 요미우리신문그룹 대표이사·회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한 단독 인터뷰를 15일 조간신문 1면 머리기사로 실었다. (사진=연합뉴스)

요미우리 신문은 15일 윤 대통령과의 인터뷰를 9개 면에 걸쳐 보도했다. 윤 대통령은 요미우리에 ▲한국 정부의 강제동원 배상 해법은 정권 교체 후에도 구상권 행사로 이어지지 않을 만한 해결책이다 ▲일본 피고기업이 한국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배상하도록 한 2018년 대법원 판결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과 모순된다 ▲일본 정부의 반격능력 운용 방침을 충분히 이해한다 등의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은 윤 대통령의 발언은 대법원 판결을 부정하는 불법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사법 처벌의 대상"이라고 비판했다. 정 전 장관은 16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윤석열 정부가 법치주의를 깔아뭉갰다. 일본기업이 배상하라고 대법원이 판결했다"며 "이것은 사법 처벌 대상이지 정치적으로 삼권분립 국가에서 덮을 수 없다. 사법부 판결을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뒤집을 수 있나"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우리 기업은 대법원 판결과 상관이 없는데 그것을 제3자를 위해 돈을 내면 정확하게 배임에 해당한다. 기업 입장에서 배임죄"라며 "이것을 지시한 사람은 우리 기업으로 하여금 의무가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으로 정확하게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 이것은 국정농단"이라고 했다. 정 전 장관은 향후 일본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윤 대통령의 발언에 "본인의 일방적 희망사항을 이야기 한 것이다. 본인의 역사의식이 최종적이라고 말하는 것인데 그런 법이 어딨나"라고 했다. 

이어 정 전 장관은 일본의 반격능력을 인정한 윤 대통령에 대해 "큰 사고를 쳤다. 대단히 위험천만하다"며 "북한이 쏜 탄도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넘어가면 일본이 평양을 때릴 수 있다는 이야기 아닌가. 윤 대통령 생각에 지금 일본이 북을 공격하면 우리도 함께 북을 치겠다는 함의인지, 정말 위험한 사고"라고 우려했다. 정 전 장관은 "책임감이 수반되지 않는 열정은 개인적 자기도취이고, 이것은 결국 객관성의 상실과 무책임성으로 이어진다는 100년 전 막스 베버의 지적은 윤석열 정부 외교에서 드러나는 문제와 일치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한겨레, 경향신문, 한국일보 등은 사설을 통해 윤 대통령 요미우리 인터뷰에 대한 비판과 우려를 전했다. 한겨레는 사설 <대법 판결은 부정하고, 일본에는 “걱정말라”는 대통령>에서 "한국의 대통령이 한국 사법부의 최종 판단까지 부정하면서, 강제동원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도 않는 일본 쪽에 서 있는 것을 보고 있다"며 "윤 대통령은 자신이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방일 앞두고도 여론과 동떨어진 대일 인식 보인 윤 대통령>에서 "청구권협정만 지키고 대법원 판결은 희생해놓고 양자 간 모순을 ‘조화롭게’ 해결했다니 이건 또 무슨 궤변인가"라며 "윤 대통령의 위험한 인식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 평화헌법 폐기는 일본 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높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게다가 일본의 군비증강은 동북아시아 군비경쟁에 기름을 부을 중대사안이다. 이렇게 함부로 동의할 사안이 절대 아니다"라며 "만약 현재까지 알려진 것과 같은 수준과 내용으로 한·일 정상회담을 마친다면 윤 대통령은 두고두고 그 후과를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尹 저자세 논란 안고 방일, 성과 없이 국민설득 어렵다>에서 윤 대통령의 요미우리 인터뷰에 대해 "'빈손 외교'를 우려해야 할 상황이건만 정부는 일본을 향해 되레 몸을 더욱 낮췄다"고 총평했다. 한국일보는 구상권 행사는 없을 것이라는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 "피해자들이 대위변제의 유효성을 문제 삼으며 법적 다툼을 예고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자칫 대통령 발언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공수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다수가 정부 입장에 반대하는 한국민 여론, 비인도적 과거사에 대한 국가의 무한책임을 두루 감안하길 바란다"며 "보수우익 여론과 정권의 이해관계만 의식했다간 한일관계는 회복하기 힘들 만큼 후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선일보 15일 기사 갈무리 (빅카인즈)

반면 조선일보는 사설 <윤 대통령 방일, 한일 경제협력 복원도 미룰 수 없다>에서 "높은 부가가치가 있는 미래 신산업 분야에서 한국과 일본이 서로 장단점을 보완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 분야가 매우 많다"는 윤 대통령 요미우리 인터뷰를 전했다. 조선일보는 "미·중의 첨예한 전략 경쟁과 더불어 급속히 진행되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움직임 속에서 한일의 경제협력 복원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 문제"라며 "일본도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 경제 매듭을 다 풀어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의 윤 대통령 요미우리 인터뷰 관련 기사 제목은 <日요미우리, 9개면에 걸쳐 尹 인터뷰 실었다... 방일 맞춰 파격 보도>, <尹 “좋아하는 일본음식은 모리소바·우나쥬”...만찬은 스키야키집서>, <“尹, 어릴때 부친 따라 도쿄에 와… 메밀국수·장어덮밥 가장 좋아해”>, <韓日, 수출규제 해제 논의… 미래준비위 발족> 등이다. 

조선일보는 "일본의 최다 부수 신문인 요미우리신문이 15일 윤석열 대통령과 인터뷰를 1,2,3,4,7,8,9,11,37면에 걸쳐 보도했다"며 "무려 9면에 걸친 지면 보도는 이례적인 편집으로, 16일 열리는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중요성을 그만큼 높게 보고 있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총 38면 발행면에서 광고와 증권주식 시세, TV프로그램, 스포츠면 등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지면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을 전달하는 것으로 보일 정도"라며 "한국에 비판적인 논조였던 요미우리신문이 이번 인터뷰를 계기로, 한일 관계 개선의 지지로 확연하게 자세를 바꾼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고 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눈에 띄는 건 37면(사회면)에 '소년기에 아버지 따라, 도쿄에 왔었다'는 박스 기사. 일본에 대한 윤 대통령의 친근한 인상을 전달하는 기사였기 때문"이라며 "일본 신문들이 해외 정상의 호감을 느낄 때 나오는 기사다. 이 기사는 윤 대통령이 ‘지금도 히토쓰바시대학이 있는 구니타치시의 거리가 눈에 선하다’고 말한 내용을 전달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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