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워싱턴포스트 인터뷰 발언이 오역이라는 주장을 펼쳤던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인터뷰 원문이 공개되자 “사실관계 파악에 미흡했다”고 입장을 바꿨다. '주어 논란'과 관련해 당 지도부와 대통령실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다. 

유 수석대변인은 25일 “사실관계 파악에 미흡했다”며 “조금 더 신중한 태도로 논평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 대변인이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 대변인이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4일 워싱턴포스트는 윤 대통령과 진행한 인터뷰를 공개했다. 윤 대통령은 "나는 100년 전 일을 가지고 일본이 ‘무조건 무릎 꿇어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발언했다.

이를 두고 야당에서 '역사를 잊은 대통령'이라는 비판이 이어지자 유 수석대변인은 “‘무조건 무릎 꿇어라라고 하는 것은 (일본이) 받아들일 수 없다'로 해석해야 한다”며 “영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오역을 가지고, 민주당은 실제 발언은 확인하지도 않고 반일 감정을 자극하고 나섰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의원들도 워싱턴포스트가 오역했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KBS라디오에서 "워싱턴포스트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갖다가 썼을 텐데 대통령의 발언을 진의 있는 그대로 가지고 썼는지에 대해서도 한번 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비난했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YTN라디오에 출연해 "인터뷰를 하다 보면 영어를 또 한국어로, 한국어로 영어로 하는데 구어체로 하다 보면 주어나 목적어 같은 것들이 문맥 속에서 파악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걸 보니까 일본이 무조건 무릎을 꿇으라고 하는 것은 일본이 받아들일 수 없다. '일본'이라는 주어가 해석에서 빠진 것 같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 4월 24일 기사 갈무리

‘주어 논란’이 이어지자 윤 대통령을 인터뷰한 워싱턴포스트 미셸 예희 리(Michelle Ye Hee Lee) 도쿄·서울지국장은 25일 트위터에 "번역 오류에 대한 질문과 관련해 오디오를 다시 확인해봤다"며 윤 대통령 발언 원문을 게재했다. 

“정말 100년 전의 일들을 가지고, 지금 유럽에서는 전쟁을 몇 번씩 겪고 그 참혹한 전쟁을 겪어도 미래를 위해서 전쟁 당사국들이 협력하고 하는데 100년 전에 일을 가지고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무릎 꿇어라'라고 하는 이거는 저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워싱턴포스트도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주어 논란'에 대해 “우리는 우리의 보도를 고수한다”고 밝혔다. 

‘주어 논란’이 일단락된 가운데 당 지도부와 대통령실은 서로에게 책임을 돌렸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는 해당 논란에 대한 취재진의 질의에 “대통령이 한 발언 내용을 당 대표가 설명하는 건 아니잖나, 대통령 비서실에 물어봐야 할 것 같다”고 답변을 회피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여당 의원이 한 이야기를 직접 보지 못해, 제가 해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책임을 국민의힘에게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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