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정치권 인사가 특정 MBC 사장 후보에 대한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공영방송의 정치적 후견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투명한 절차와 시민참여를 강조한 MBC 사장 선임 절차가 얼룩지는 모양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이하 언론노조 MBC본부)는 3일 성명을 내어 "조합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국회의원 출신 한 인사는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공공연히 밝히고 다니고 있다"며 "또 다른 정치권 유명 인사 역시 특정 후보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는 식으로 여론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밝혔다.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사진=연합뉴스)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사진=연합뉴스)

언론노조 MBC본부는 "이들 정치인들이 아무런 이유나 계산 없이 온전히 그릇된 오지랖만으로 특정 후보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며 "당장 오는 7일로 예정된 후보자 3배수 압축을 앞두고, 특정 후보가 정치권의 뒷배를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 합리적 추론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언론노조 MBC본부는 "말 그대로 구태 중의 구태이자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할 행태"라며 "그런 식으로 정치 권력에 기대 사장이 된다고 하더라도, MBC 구성원들에게 그리고 국민에게 절대 사장으로 인정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그동안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하 방문진)가 정치적 후견주의에 따라 은밀히 MBC 사장을 선임해 온 역사가 적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정치 권력에 기대려는 유혹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사장 자리에 오른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봐왔고, 그들이 어떻게 MBC를 망가뜨렸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노조 MBC본부 관계자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방문진의 1차 심사가 13명의 후보자를 3명으로 압축하는 것이지 않나. 후보자가 자신의 비전을 보이고, 시민들이 경쟁력 있는 후보를 선택해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 정치권이 주가 돼 특정 후보가 3명 안에 올라간다면 시민 참여를 통한 MBC 사장 선임의 정신이 흔들리는 것"이라며 "정치적 후견주의를 극복하자고 시민 참여를 도입했는데 그렇게 되면 눈속임"이라고 지적했다. 

5일 아이뉴스24는 정봉주 더불어민주당 교육연수원장(전 국회의원)이 유튜브 채널 '새날'에 출연해 '권OO 앵커'에 대한 노골적인 지지를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13명의 MBC 사장 후보 중 권 씨는 권순표 MBC 선임기자뿐이다. 정 원장은 권 기자가 최근까지 진행한 MBC '뉴스외전'에 패널로 출연해왔다. 

정 원장은 "권 앵커가 출마선언을 했다. 한 달 동안 집중적으로 의논하다가 MBC를 살리기 위해 출마선언을 하고 난 다음에 MBC에 폭풍이 불고 있다"며 "평가가 좋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3배수 후보 안에 들어가면 권 후보가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면서 연임에 도전한 박성제 사장보다 권 앵커가 여권의 표적에서 벗어나기 용이하다고 주장했다.  

정 원장은 "박 사장이 연임하게 되면 3년 동안 활동을 잘했지만 많이 노출돼서 트집을 잡을 게 많다"며 "박 사장이 연임된다면 9월에 방통위원장이 바뀌면서 방문진 이사 구성도 바꿔 빠른 시간 안에 무력화시키려고 할 것이다. (중략)권OO는 노출이 안 돼 있는데, (여당이) 당장 MBC를 무력화시킬 명분이 없다"고 했다. 

정 원장은 "박 사장 연임이 우리에게 독이 될 수 있다. 저쪽(여당)에서는 박 사장 연임을 반기는 분위기"라며 "(박 사장)개인적인 비리도 잡아놨다는 거다. 그런데 권순표 사장이 되면 바로 못 건드린다. (권 앵커는)특히 방송국 내에서 중도층에서도 지지가 높다"고 말했다. 아이뉴스24 보도 이후 '새날'은 해당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정치권·MBC 안팎에서는 정 원장 외에도 민주당 국회의원 출신의 한 인사가 권 앵커를 차기 MBC 사장으로 밀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봉주 교육연수원장이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연수원 발대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언론노조 MBC본부는 방문진에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적 뒷배를 이용하는 후보자를 철저히 걸러내라"고 요구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정치적 계산 하에 부당한 압박을 거스르지 않는 것은 MBC를 관리할 방문진 이사로서의 책임 방기"라며 "국민이 MBC 사장 선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시민평가단을 도입한다고 해놓고, 결국 정치적 입김에 따라 사장을 결정한다면 이는 자기모순"이라고 했다. 

방문진은 이번 MBC 사장 선임 절차에 시민평가제를 도입했다. 방문진은 오는 7일 응모자들을 대상으로 면접평가를 실시, 정책발표회에 참여할 후보자 3인을 결정한다. 18일 시민평가단이 참여하는 정책발표회가 개최된다. 시민평가단은 외부 여론조사 기관을 통해 150명 내외로 구성된다. 시민평가단은 후보자 2인을 방문진에 추천할 예정이다. 이후 방문진은 21일 이사회를 열고 후보자 2인에 대한 면접을 실시, 투표를 통해 신임 MBC 사장 내정자를 선임한다. 

이번 MBC 사장 공모 응모자는 (가나다순)▲강재형 현 MBC 아나운서국 소속 국장 ▲권순표 현 MBC 뉴스룸 선임기자실 소속 국장 ▲김석창 전 MBC 문화사업국장 ▲김원태 현 MBC 감사 ▲문호철 현 MBC 심의팀 소속 부장 ▲박성제 현 MBC 사장 ▲안형준 현 MBC 메가MBC추진단 소속 부장 ▲유재용 현 안동MBC사장 ▲이윤재 전 MBC 아나운서국 소속 부장 ▲이은우 현 MBC 심의팀 소속 국장 ▲이재명 현 MBC 송신팀 소속 부장 ▲조창호 현 MBC 뉴스포맷분석파트 소속 부장 ▲허태정 현 MBC 콘텐츠협력2팀 소속 국장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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