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대한 심의 의결을 연기했다. 위원 의견이 나뉘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 위원 불참을 이유로 미뤄진 바 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 출연자가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관련해 사실과 다른 내용을 발언했다는 이유에서 심의가 제기됐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지난 3월 21일 방송에서 여석주 전 국방정책실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여 전 정책실장은 국방부 헬기장과 관련해 “우리 국방부 소유가 아닌 미국에 공여된 땅”이라며 “2월에 국방부로 소유권 이전 합의가 이루어졌으나 시행 일자는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여 전 실장의 발언은 한겨레 기사 <[단독] 집무실 국방부로 옮기면 대통령 헬기 비행 주한미군이 통제>를 근거로 했다.
그러나 한겨레 보도는 오보였다.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따르면 해당 부지는 지난 2월 한국 측으로 소유권 이전 합의가 이루어졌으며 3월 2일부터 한국이 운영·통제하고 있다. 한겨레는 해당 기사를 삭제하고 정정보도문을 게재했다. 해당 프로그램 심의에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13조 1항·5항, 제14조, 제51조 3항이 적용됐다.

지난 6월 방통심의위 방송심의소위원회는 다수 의견으로 해당 프로그램에 대해 법정제재 ‘주의’로 의견을 모았다. 제재 수위에 대한 확정은 전체회의에서 결정된다. 지난달 25일 방통심의위는 전체회의에서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제재를 확정할 예정이었으나, 정민영 위원의 불참을 이유로 논의를 일주일 뒤로 연기했다.
방통심의위는 1일 전체회의를 열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3월 21일 방송)>에 대한 심의를 재개했으나, 위원들의 의견이 나뉘어 결론을 내지 못했다. 합의제 기구인 방통심의위는 다수결에 따라 제재수위를 결정한다.
이날 회의에서 법정제재 ‘주의’ 의견을 낸 김우석 위원은 "한겨레가 정정보도와 사과를 했음에도 김어준 씨는 사과하지 않고 모른 척 버티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방송 후 3개월이 지나, 방통심의위에 안건이 상정된 후에야 형식적인 정정방송만 했다”며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재발의 우려가 커 ‘법정제재’ 의견"이라고 말했다.
반면 행정지도 ‘의견제시’ 의견을 낸 윤성옥 위원은 “인터뷰의 주된 내용은 미군에게 헬기장 소유권이 있든 없든 헬기장 주변에 고층 건물이 있기 때문에, 장소 노출을 우려하는 것”이라며 “헬기장 소유권이 미군에 있어 미군의 통제를 받는다고 방송한 것이 아니다. 한겨레의 경우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할 경우 대통령 헬기가 미군 통제 받게 될 것’이라는 기사를 냈다가 삭제하고 사과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위원은 "또 '타인에 대한 조롱' 관련 조항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우리나라에서 정치 풍자가 금지될 것"이라며 "해당 조항을 국회의원이나 고위공직자에게 엄격하게 적용해서는 안 된다"라고 했다.

정연주 방통심의위원장은 “해당 프로그램의 경우 논평의 영역에 있어서 표현과 언어 선택에 아쉬움이 있더라도 제재의 대상까지는 아니라는 생각”이라며 “여 전 실장과의 인터뷰는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기 때문에 시도는 좋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다만 여 전 실장이 변화된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정확하지 못한 보도였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법정제재 이를 정도의 엄중한 위반은 아니라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이광복 부위원장·황성욱·김우석·허연회 위원은 법정제재 '주의', 정연주 위원장·김유진·옥시찬·정민영 위원은 행정지도 '권고', 윤성옥 위원은 행정지도 ‘의견제시’ 의견을 내 의견이 모아지지 않았다. 이에 방통심의위는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심의를 회의 마지막으로 미뤘다.
재개된 논의에서 김유진 위원은 “법정제재와 행정지도로 나눠서 보면 4대 5로 행정지도가 더 많은 상태”라며 “행정지도가 다수인 상황에서 소수 의견인 윤성옥 위원에게 ‘권고’를 해달라고 말하는 것은 다수가 강제하는 느낌이 있어 조심스럽다. ‘주의’ 의견을 낸 위원이 ‘권고’로 바꾸는 게 자연스러운 결론을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이에 김우석 위원은 “행정지도 내에서 조정하는 것과 법정제재에서 행정지도로 제재를 내리는 것은 천지차이"라면서 "(소수 의견을) 존중하자면서 법정제재에서 행정지도로 수위를 낮추라는 의견은 법정제재를 한 사람의 입장에서 굉장히 불쾌하다”고 말했다.
재논의 후에도 합의에 이루지 못하자 정연주 위원장은 “일단 오늘은 의결 보류를 하고 한 번 더 모여 조정을 시도하겠다”며 “다음에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의결불성립’에 대한 위원들의 의견을 듣겠다”고 밝혔다. ‘의결불성립’은 위원들이 제재 수위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을 말한다. 현재까지 방통심의위가 ‘의결불성립’ 결정을 내린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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