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조선일보가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의 농지법 위반 의혹을 제기했다. 국민의힘은 곧바로 한 위원장에 대한 수사와 처벌을 거론했다. 조선일보와 국민의힘은 최근 한 위원장 등 독립기관장을 '문재인 정부 알박기 인사'라며 비판해왔다.

조선일보는 한 위원장이 동생들과 함께 작고한 부친으로부터 상속받은 농지에 '별장'에 가까운 건물이 들어서 있다고 보도했다. 농지에 별장이 세워져 있으면 불법이란 얘기다. 한상혁 위원장은 해당 건물은 '농막'이라며 부친이 생전 지자체에 신고를 마쳤고, 현재는 동생이 농지원부(농지대장)를 발급받아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조선일보는 농막이 '꿈의 별장'이라며 활용법을 홍보해왔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조선 "별장으로 불러도 손색 없을 건물"… 한상혁 "선친 때부터 법령따라 구청 신고"

15일 조선일보는 <[단독] 한상혁 방통위원장 농지법 위반? 작물 안보이고 바비큐그릴과 테이블만…>에서 "13일 오후 대전 유성구 덕명동 유성골프장 인근엔 초록색 울타리가 둘러쳐진 공터가 있었다"며 "겉으로 봐서는 ‘별장’으로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을 이 건물을, 땅 주인은 ‘농막’이라고 했다. 농지에 농막을 짓는 것은 합법, 별장을 짓는 것은 불법이다. 이 땅의 소유주는 한상혁 방통위원장"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현장을 찾아 농지법상 '농막'의 면적 기준과 해당 건물의 면적을 비교했다. 농지법 시행규칙상 '농막'은 '농작업에 직접 필요한 농자재 및 농기계 보관, 수확 농산물 간이 처리 또는 농작업 중 일시 휴식을 위해 설치된 가설건축물'을 의미하며 연면적은 ‘20㎡(약 6평) 이하’여야 하는데 이 기준에 부합하는지 확인한 것이다.

조선일보는 "건축물은 너비 약 7m, 폭 2m 남짓이었다. 2층까지 포함해 계산하면 연면적이 약 30㎡였다"며 "여기에서 테라스 면적을 빼면 20㎡ 안팎으로 추정됐다. 농막의 기준을 빠듯하게 맞춘 것으로 보였다"고 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집상에서 ▲덱(Deck) ▲진입로 설치 ▲잡석을 이용한 토지 포장 ▲주차장 조성 등은 농지법 위반 사항인데, 위반사항 대부분을 한 위원장 농지에서 찾을 수 있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농지를 농업 생산 또는 농지 개량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행위와 농수산업 연구시설, 농업인의 편의시설, 농업인 주택, 군사시설, 문화재, 공공시설 외엔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 적발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처해진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어 한 위원장에 대한 엄정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했다. 국민의힘 미디어특위는 "한 언론을 통해 한 위원장 농지법 위반 의혹이 제기됐다"며 "단순한 실수로 치부하기엔 장관급 인사의 법 위반 사건이라 그 심각성이 결코 가볍지 않다. 한 위원장은 의혹에 대한 명확한 입장표명은 물론,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 6월 15일 <[단독] 한상혁 방통위원장 농지법 위반? 작물 안보이고 바비큐그릴과 테이블만…> 갈무리

이날 방통위를 통해 확인한 한상혁 위원장의 입장은 "그 농막은 기준에 맞게 설치해 선친이 관리해 온 것으로 농지법령에 따라서 2018년 5월 10일 관할구청에 신고했다"는 것이다.

한 위원장은 "대전시 소재 전답은 2020년 1월 선친으로부터 공동상속을 받은 것"이라며 "현재 농막은 대전에 거주하는 동생들이 관리하고 있고 선친으로부터 받은 이후에는 시설변경 없이 그대로인 상황이다. 실제 영농이 가능한 동생 명의로 농지원부를 발급받아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농지원부는 중앙부처나 지자체에서 농지의 소유와 이용실태 등을 파악해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작성·비치하는 행정부 내부 자료다.

조선일보는 지난 9일부터 <한상혁·전현희·홍장표…文정부 기관장 69%, 임기 1년 넘게 남았다>(6월 9일), <與 “버티는 한상혁·전현희 몰염치” 野 “임기 보장돼야”>(6월 10일) 등의 기사를 통해 한 위원장을 '문재인 정부 알박기 인사'로 규정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조선일보에 한 위원장 등을 거론하며 "이들은 전임 정부 기조를 하나부터 열까지 수행했던 분들인데, 새 정부에서 여전히 버티고 있는 것은 몰염치한 일"이라고 말했다.

14일 국무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은 한 위원장과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에게 '국무회의 참석 대상이 아니다'라고 통보했다. 그동안 대통령직속 합의제 독립기구인 방통위의 장, 국무총리 직속 반부패 총괄 독립기구인 권익위의 장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관례적으로 국무회의에 참석해왔다. 대통령령인 '국무회의 규정'상 의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중요 직위에 있는 공무원이 배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은 15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방통위원장을 국무회의에 참석시키지 못하게 연락이 왔다. 물러나가라는 소리 아니냐"며 "권익위원장에게 물러나달라는 연락이 왔다고 한다. 누구인지도 제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 비대위원장은 "이 행위는 합법이냐 위법이냐, 불법이냐. 수사할 건가"라며 "한편으로는 수사하고, 한편으로는 자기들도 똑같은 행위를 하고 있는데 이게 지금 말이 되느냐"고 따져 물었다. 현 정부여당은 문재인 정부 시절 이른바 '환경부·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에 열을 올렸던 바 있다.

조선일보의 '꿈의 별장=농막' 홍보기사… 자회사는 '농막 노하우 전수' 특강

'농막의 기준'이라는 물음을 던진 조선일보는 그동안 '농막 활용법'을 홍보해 온 대표적인 매체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7월 6일 기사 <'나만의 자연 별장' 꿈이 현실로… 농막>에서 자회사인 부동산 미디어 '땅집고'의 '하루에 끝내는 농막설치의 모든 것' 원데이 특강을 홍보했다. 특강은 농막 제작과 설치, 관련 법규 등의 이론 수업을 받은 뒤 농막 제작회사를 직접 방문해 노하우를 전수받는 커리큘럼으로 짜여 있다.

이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농막은 일반 주택과 비교하면 건축비가 저렴하고, 규제도 거의 없는 편이다. 주택이 아니어서 각종 세금 문제에서도 자유롭다"며 '농막 분야 최고 전문가'라는 성진용 양문디앤씨 대표의 농막 활용법을 전했다.

지난해 조선일보 지면과 홈페이지에 실린 농막 홍보기사 갈무리

성 대표는 조선일보에 "농지법상 농막은 연면적 20㎡ 이하로만 지을 수 있지만 산지 농막은 연면적 50㎡까지 가능하다", "기왕에 돈 들여 농막을 짓는데 움막처럼 지을 이유는 없다" 등의 노하우를 내놓았다. 조선일보는 "과거에는 컨테이너를 개조한 농막이 대부분이었지만, 이제는 별장 같은 고급스런 농막을 짓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같은 해 7월 12일 조선일보는 기사 <3000만원이면 이룰 수 있다는 별장 꿈, 농막의 현실 모습>에서 '타이니 하우스'라는 이름의 농막을 소개했다. 조선일보는 6평 내외 '타이니 하우스'를 만드는 회사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농막을 3000~4000만원대의 '세컨드 하우스'로 소개했다. 해당 기사는 조선일보 사내벤처 '더비비드'의 유튜브 채널에 게재된 영상을 기사화한 것이다.

다음날인 7월 13일 조선일보는 기사 <‘꿈의 농막’ 직접 지으세요 잘 지으면 주택 전용도 쉬워>에서 "최근 나만의 작은 휴양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는 농막이 다양한 형태의 기능을 갖추면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며 농막 제작 전문업체 이가루의 이홍연 대표를 소개했다. 이 대표는 '땅집고' 특강의 실전 노하우 전달 강사였다.

조선일보는 "최근 농막은 일반적으로 사용하던 컨테이너에서 벗어나 외관을 크게 개선한 제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지붕이 열린다거나 통유리로 된 창을 설치한 농막이 대표적"이라며 "성능도 일반 주택 못지않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같은 해 11월 23일 <종부세 절세·농막·리모델링 잇단 강의>에서 다시 '땅집고'의 '농막 설치의 모든 것' 특강을 홍보했다. 조선일보는 "최근 개인용 미니 전원주택으로 주목받는 농막 실전형 강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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