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검찰총장 시절 벌어진 대검찰청 총선 개입사건,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에 연루된 검사들이 조직적인 증거 인멸을 벌인 정황이 드러났다. 또한 윤 당선자가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허위 사실 유포 혐의에 대한 수사팀의 무혐의 의견을 뒤집고 기소를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티포렌식 앱'까지 사용한 조직적 증거인멸 정황

6일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 일부 공개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고발사주' 의혹 불기소 이유서에 따르면,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검사들은 의혹이 불거지자 컴퓨터 하드디스크, 휴대전화와 카카오톡·텔레그램 기록 등을 교체·삭제했다.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임 모 검사는 뉴스버스가 고발사주 의혹을 최초 보도한 지난해 9월 2일, 교체한 지 10일밖에 되지 않은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또 다시 교체했다. 9월 7일에는 텔레그램·카카오톡 대화 내역을 삭제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 (사진=연합뉴스)

공수처는 9월 10일 강제 수사를 개시해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손준성 검사의 휴대전화를 확보했다. 하지만 손 검사는 비밀번호 제공을 거부했다. 이후 손 검사는 9월 13일 자신의 텔레그램 계정을 삭제했다. 손 검사는 지난해 12월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풀고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구속을 면한 이후 건강상 이유를 근거로 공수처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임 검사는 ▲9월 16일 텔레그램·카카오톡 내역을 삭제하고 ▲9월 17일 서울중앙지검 조사를 앞두고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성모 검사와의 통화내역과 텔레그램 비밀채팅방을 삭제했으며 ▲9월 21일 디지털포렌식 복구를 방해하는 '안티포렌식 앱'을 자신의 휴대전화에 설치했다.

공수처는 9월 28일 성 모 검사 휴대전화를 확보했지만, 성 검사 역시 휴대전화 비밀번호 제공을 거부했다. 성 검사는 10월 초 자신의 휴대전화를 초기화하고 모든 내용을 삭제했다. 공수처는 11월 15일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의 하드디스크 등을 수색했지만 이미 포맷·초기화 작업이 진행되어 있었다. 임 검사와 손 검사가 주고받은 검찰 내부 메신저의 구체적인 대화 내용도 서버에 저장되지 않았다.

공수처는 "고발인의 주장에 부합하는 자료들은 피의자의 지시로 성 검사·임 검사 등이 고발장 작성 과정에 어느 정도 관여한 것은 아닌지 하는 강한 의구심이 들 정도에 불과할 뿐"이라며 "그와 같은 사정들만으로는 곧바로 피의자 손준성이 성 검사·임 검사에게 고발장 작성을 지시하고, 성 검사·임 검사가 등이 아닌 피의자 본인 또는 검찰 내 제3의 인물이 작성하였을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임 검사와 성 검사는 '고발사주' 의혹에서 '채널A 검언유착 의혹 제보자X'의 실명 판결문을 '주가' '주가조작' '주가사기' 등의 키워드를 통해 검색·조회·열람했다. '고발사주' 고발장에는 '제보자X'의 과거 범죄에 대한 실명 판결문이 담겼는데, 개인정보가 담긴 실명 판결문은 사건 당사자, 검사, 판사만이 출력할 수 있다.

또 이들은 수사와 관련없는 정치 유튜브 채널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왔다. 불기소 이유서에서 따르면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수사관은 성 검사 지시로 정치 유튜브 방송을 '보수·우파성향'과 '진보·좌파성향'으로 구분하고 1위부터 20위까지 순위를 정리한 뒤, 그중 순위가 높은 유튜브 채널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해 '유튜브 반응' 보고서를 작성했다. 임 검사와 성 검사는 '유튜브 반응' 보고서를 주기적으로 보고 받았다.

대검 모니터 대상이 된 '보수·우파성향' 유튜브 채널은 신의 한수, 펜앤드마이크, 가로세로연구소 등이다. '진보·좌파성향' 유튜브 채널은 노무현재단 알릴레오, 딴지방송국, 김어준의 뉴스공장, 팩트TV, 서울의소리 등이다. '고발사주' 의혹 고발장의 '고발이유'에는 '제보자X' 신원과 관련한 서울의 소리 방송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공수처는 "성 검사와 임 검사가 평소 수집해 온 자료를 활용하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9월 10일 오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관들이 대구고검에서 '고발사주' 의혹 핵심 인물인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 최강욱 '무혐의' 보고 뒤집고 '기소 지시'

최강욱 의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이 자신의 법무법인에서 인턴으로 일하지 않았는데도 팟캐스트 방송에서 실제 인턴활동을 했다고 말한 허위사실 유포 혐의를 받는다. 최 의원은 지난해 1심 재판에서 벌금 80만원 유죄를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을 진행 중이다. 해당 사건 검찰 수사는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고발로 시작됐다. 미래통합당이 대검에 제출한 최 의원 고발장은 '고발사주' 의혹 고발장 내용과 흡사해 '판박이 고발장' 논란이 제기됐다.

불기소 이유서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최 의원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혐의 없음' 의견을 냈지만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은 기소를 지시했다. 공수처 불기소 이유서에 "미래통합당이 고발사건을 수사한 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장검사는 2회에 걸쳐 대검찰청에 '혐의없음' 의견으로 보고했으나 대검 공안수사지원과장으로부터 '총장님은 기소의견이고 사건 재검토 지시'라는 연락을, 대검 공공수사부장으로부터 '총장님은 기소 지시'라는 연락을 각 받고, 서울중앙지검장의 지시로 공소시효 만료일인 2020년 10월 15일 기소함"이라고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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