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준상 기자] MBC가 김민식 PD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개최했지만 김 PD의 55쪽에 이르는 소명서 낭독 듣기를 포기하고 인사위를 정회했다.

MBC는 13일 오후 5시 김민식 PD의 징계를 위한 인사위원회를 진행했다. 인사위원회에는 인사위원장 백종문 부사장 등 임원들이 참석했다.

▲김민식 MBC PD가 13일 오후 상암MBC 경영센터 1층 로비에서 페이스북 라이브를 진행 중인 모습. MBC인사위원들은 이날 인사위에서 김 PD가 55쪽에 이르는 소명서를 낭독하자 정회를 결정했다.(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김 PD에 따르면 백종문 부사장은 김 PD가 55쪽에 이르는 소명서를 낭독하기 시작하자 김 PD의 말을 가로막으면서 ‘그만하라. 짧게 하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김 PD는 “제가 김장겸 사장을 물러나라고까지 얘기했는데, 그 소명이 5분에서 10분정도로 짧게 하고 만다면 버르장머리 없는 것”이라며 소명서 낭독을 지속했다. 그러자 백 부사장은 인사부 직원에게 ‘그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냐’고 물었고, 결국 인사위 ‘정회’를 결정했다.

김 PD는 인사위를 마치고 1층 로비에서 MBC동료들을 만나 “영화 베테랑을 보면 기업 임원들이 기저귀를 차고 회의에 참석한다. 회의가 길어질 것을 대비한 것”이라며 “저도 기저귀 투혼을 발휘하려고 했다. 55쪽의 소명서를 집에서 리허설 해봤는데 읽는 데만 5시간이 걸렸다. 시민들이 페이스북에 달아준 댓글들도 준비돼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드라마 PD가 제일 잘하는 게 밤새는 건데, 인사위원들과 밤새우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김 PD는 동료들을 향해 “인사위 올라갈 때 (1층 로비)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을 봤다. 지난 5년간 여러분들이 저기 위에 앉아 있는 임원들에게 하고 싶던 얘기를 내가 대신하고 싶었다”며 “저들이 제가 질문하는 걸, 소명하는 걸 막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 PD는 “오늘 인사위가 제가 MBC에서 근무할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했다. 해고는 며칠 미뤄진 것 같다”며 “김장겸은 물러나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앞서 김 PD는 인사위를 페이스북 라이브로 중계하겠다고 밝혔으나 인사부 직원이 “인사위는 대외비고 비공개”라며 김 PD의 라이브 방송을 가로막아 라이브 중계는 이뤄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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