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준상 기자] 뉴스타파의 단독 보도로 6년 만에 '민주당 도청의혹 사건'이 재점화 되자 핵심 증언자인 KBS 전 보도국장이 관련 보도가 나간 지 하루 만에 말을 바꿨다. 하지만 보도를 낸 뉴스타파 기자는 논리적으로 어긋난 해명이라고 반박했다.

8일 ‘민주당 도청의혹 사건’ 당시 KBS가 한나라당에게 커넥션이 있었다는 <뉴스타파>의 단독 보도가 나가고 논란이 일자, 관련 증언을 한 임창건 전 KBS보도국장이 자신의 발언이 왜곡됐다며 입장문을 내고 “납득할만한 조치가 없을 경우 법적인 절차를 밟아 사실관계를 바로 잡겠다”고 반발했다. 최경영 뉴스타파 기자(전 KBS 기자)는 “임 전 국장의 해명은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된다”면서 관련 사건을 재조사하면 다 나오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임창건 전 보도국장(현 KBS아트비전 감사)은 9일 사내 게시판에 입장을 내고 “KBS가 전화기를 통해 녹음했다는 내용에 대해 저는 결코 이를 인정한 적이 없다. 혹시 도청이란 것을 했다면 취재기자 전화기를 제3자에게 맡기는 방법을 썼을 것으로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일반적인 추측을 제 입장에서 정리해 전달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임창건 전 KBS 보도국장(현 KBS 아트비전 감사). 8일 탐사보도전문언론 <뉴스타파> 보도 화면 캡쳐.

임 전 보도국장은 “KBS가 불법 녹취록과 비슷한 발언록을 작성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고, “KBS가 한선교 의원에게 문건을 전달했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는 “당시 어떤 인터넷 기사에서 관련된 내용을 본 기억이 있어서 당시에 우리가 이를 인정한 것 아니냐는 취지로 얘기한 것”이라며 “당시에 어떤 문건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전달됐는지 여부는 모른다”고 부인했다. 또 “뉴스타파 보도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납득할만한 조치가 없을 경우 법적인 절차를 밟겠다”고 경고했다.

최경영 뉴스타파 기자는 9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뉴스타파가 왜곡 보도했다는 임 전 보도국장의 입장에 “만약 신문기사였다면 기자가 전화인터뷰 내용을 분석할 때 편집·왜곡할 수 있는데, (뉴스타파 보도에서는) 임 전 국장의 말이 6~7분 나갔다면 제 말은 30초정도 뿐 나오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최 기자는 임 전 국장이 자신의 발언을 돌연 전면 부인한 것에 대해 “심적인 압박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최 기자는 뉴스타파 보도가 나간 이후 통화에서 임 전 국장이 “(KBS가 한나라당 쪽에) 발언록을 건네줬다는 부분과 발언록을 실제로 봤다는 것에 대해서 재차, 삼차 인정했다”고 말했다. 또 “임 전 국장에게 KBS가 도청을 했냐고 물어봤을 때, 자기가 종합적으로 볼 때 그런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며 “내가 그 부분을 확정적으로 썼다고 임 전 국장이 반발했는데, 확정적으로 쓰지 않고 임 전 국장의 말을 그대로 전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최경영 뉴스타파 기자(전 KBS기자). 8일 탐사보도전문언론 <뉴스타파> 보도 화면 캡쳐.

‘민주당 도청의혹 사건’의 담당 수사관은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도청을 하지 않았다면 민주당 회의실에서 나온 발언 내용을 상세히 옮긴 녹취록 작성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당시 민주당은 당 대표 회의실에서 문을 닫은 채 비공개 회의를 진행했는데 다음 날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이 폭로한 민주당 회의 ‘녹취록’은 4~5페이지에 달했고 이 녹취록 내용은 회의 내용과 조사까지 일치했다.

최 기자는 “임 전 국장은 논리적으로 말이 안되는 얘기를 하고 있다”면서 “KBS가 ‘발언록’을 만들고 한나라당에 전달했다면, 도청을 하지 않고서는 그렇게 자세한 내용을 기록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임 전 국장이 법적 싸움까지 고사하지 않겠다고 한 것에 “(뉴스타파의 보도가 왜곡됐다고) 주장하면 언론중재위나 법원에서 정리하면 된다”면서 “KBS와 관련해서는 수사 기록을 검토하거나 사건을 전면 재조사하면 다 나오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한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는 8일 성명을 내고 “뉴스타파 보도는 KBS기자의 도청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당시 수사 결과를 뒤집기에 충분한 내용”이라며 “핵심적 증언이 나온 이상 검경의 전면적인 재수사는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공영방송과 여당 정치인의 유착은 사실이라면 그 자체로 언론사에 남을 부끄러운 스캔들”이라며 “고 사장은 당시 KBS 보도본부장으로서 재수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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