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건희 회장 검찰에 소환될까.”

오늘자(28일) 한국일보가 묻고 있다. 한국일보는 가능성이 높다는 쪽에 비중을 두고 있다. 이 회장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와 삼성에 대한 강경한 분위기. 이 두 가지 이유를 들어 이 회장의 검찰 소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예상하고 있다. 같은 날짜 한겨레 역시 <출국금지 이건희 회장 이번에도 ‘소환’ 피해갈까>(4면)라며 질문을 던졌지만 답변은 유보했다. 다만 지금까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이 회장이 검찰 수사를 ‘잘 피해갔다’는 점을 강조했다.

▲ 한국일보 11월28일자 10면.
검찰의 ‘물증확보’ 능력에 회의적인 언론들

실제 이건희 회장은 지난 1995년 이른바 ‘노태우 비자금’ 사건 때 12명의 대기업 총수들과 함께 무더기로 기소된 것을 제외하고는 사법처리된 적이 없다. 이 회장 소환여부는 ‘삼성의 사법처리 불패신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언론이 관심을 가지는 이유다.

▲ 국민일보 11월28일자 8면.
이건희 회장 소환여부는 이 같은 ‘대중적 관심영역’ 외에 ‘삼성 비자금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의 성과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국내 최대기업의 총수를 소환하는데 검찰이 그냥 부를 수는 없는 노릇. 비자금 조성과 관련해 이 회장 개입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물증을 찾아내지 않은 상태에서 검찰이 이 회장을 소환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소환=물증확보’라는 등식이 성립될 수 있는 이유다.

그러니까 관건은 물증확보 여부에 있는 셈이다. 이는 그동안 제기돼 왔던 의혹들을 얼마나 입증할 수 있느냐가 검찰 수사방향을 좌우할 여지가 크다는 말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검찰의 ‘증거확보 능력’에 대한 언론의 믿음이 별로 두텁지 않다는 점이다. 국민일보가 오늘자(28일) 8면에서 <예상밖 초강수…성과 미지수>라는 제목을 뽑은 이유도 바로 검찰의 증거확보 능력에 대해서 의문부호를 찍었기 때문이다.

이 회장 소환 가능성에 조심스레 방점을 찍었던 한국일보도 이 회장 사법처리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직까지는 물증도 변변치 않은데다 △비자금 조성 등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 해도 이 회장이 “나는 몰랐다”고 하면 검찰로도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삼성 고위 임원들이 책임지는 선에서 사건이 마무리 될 수도 있다.

고개 드는 ‘경제위기론’ … 이건희 회장 정말 소환될까

▲ 한국경제 11월28일자 3면.
언론의 이런 부정적 평가는 어디에서 근거한 것일까. 두 가지 측면이 동시에 내재돼 있는 것 같다. 하나는 정말 말 그대로 물증확보 자체가 어려울 가능성. 또 하나는 검찰 수사의지에 대한 의문. ‘수사의지’와 ‘물증확보’가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언론의 부정적 평가는 검찰 수사의지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참 묘하다. 사실 검찰의 수사의지는 여론에 달려 있는 거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여론은 곧 언론에 의해 ‘만들어지는’ 측면이 강하다는 점에서 언론보도의 방향이 하나의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삼성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한 부정적 여론이 거세질 경우 검찰로서도 이를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언론 보도의 방향은 벌써부터 ‘다른 쪽’으로 향하고 있다. ‘경제위기론’을 부각시키는 쪽으로 지면배치를 하는가 하면 국력 낭비를 최소화하자는 사설을 게재하기도 한다. 진상규명보다는 경제를 위해 ‘덮고 가자’는 분위기다. 웃긴다. 검찰의 수사의지를 불신하는 것도 언론이고, 국익을 위해 검찰 수사 최소화하자는 쪽도 언론이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에게 수사의지를 북돋우며 현재의 난국을 돌파하라는 주문이 과연 먹힐까.

▲ 경향신문 11월28일자 만평.
오늘자(28일) 경향만평을 주목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검찰 수사향배에 있어 관건이 될 수밖에 없는 여론전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냉정하게’ 포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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