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문화진흥회의 김장겸 MBC 사장 선임에 대해 언론시민단체와 MBC구성원들은 투쟁을 예고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김연국)는 ‘무자격 방문진’이 뽑은 김장겸 사장은 인정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23일 오후 7시께 서울 마포구 상암MBC 앞에서 ‘MBC 분노의 날’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17개 지역 MBC조합원 및 해직언론인들을 포함해 총 350여명이 참여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23일 오후 7시께 서울 마포구 상암MBC 앞에서 ‘MBC 분노의 날’ 촛불집회를 열었다.(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이들은 “‘무자격 방문진’이 끝내 사장선임을 밀어붙인 점을 강력히 비판한다”며 “MBC를 극소수 극우세력의 보루로 삼겠다는 야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장겸 내정자를 MBC 구성원들의 수장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공영방송 MBC를 국민과 시청자들께 돌려드리기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연국 본부장은 이날 집회에서 “오늘은 언론자유와 민주주의가 바닥을 친 날이고, MBC 분노의 날”이라며 조합원들을 향해 “바닥에서 다시 시작하자”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 바닥쳤으니 지금부터 올라갈 것이다. 서두르지 않겠다. 한 계단 한 계단 딛고 올라서겠다”며 “우리 모두의 투쟁으로 MBC를 대한민국 최고의 방송사로 다시 신뢰받는 방송사로, 국민의 품으로 돌려놓겠다”고 다짐했다.

도건협 수석부위원장은 “김장겸 씨가 사장이 되면서 전국에 흩어진 언론부역자들 전부 한자리에 모아놓을 것”이라며 “전국 17개 지역, 제주부터 경남에서 울산을 거쳐, 대구를 지나 서울까지 태풍이 올라올 것이다. 이 태풍이 김장겸 씨를 비롯한 MBC 언론부역자들 한 순간에 쓸어버릴 것”이라고 투쟁을 각오했다.

다음 주면 해고 만 5년을 맞는 박성호 MBC 해직기자(전 기자협회장)는 “2012년 170일 싸워놓고 5년을 지옥 속에 사는데, 또 무슨 싸움이냐 이런 얘기를 가끔 듣는다”면서 “하지만 이 싸움은 일회용도 아니고 과거형도 아니고, 또다시 현재형”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영방송 MBC의 정상화, 시민을 위한 매체 복원 등의 가치를 위해서라면 용감하게 대들 수 있어야 한다”며 “김장겸을 거부한다. MBC를 살리겠다”란 구호를 외쳤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김장겸 사장의 첫 출근날인 24일 아침 8시30분 상암동 본사 로비에서 피케팅 시위를 열 예정이다.

언론시민단체들도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방문진 앞에서 집회를 열고 “문화방송을 망가뜨린 방문진이 차기 사장을 뽑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 ‘언론장악방지법’ 통과 등으로 반드시 이를 심판하겠다”고 규탄했다. 김환균 전국언론노조위원장은 “국민들로부터 탄핵당한 박 대통령이 임명한 방문진 이사들이 문화방송의 차기 사장을 뽑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언론 개혁’은 촛불 민심의 명령”이라고 강조했다.

▲23일 오후 1시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 건물 앞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시민단체들이 '방문진의 MBC 사임 규탄집회'를 개최했다. (사진=미디어스)

한편, 김장겸 신임 사장은 이날 소감문을 내고 “나라가 혼란한 시기에 엠비시를 흔들려는 세력이 많은 상황 속에서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 신임 사장은 1987년 MBC 기자로 입사, 김재철 전 사장 시절 정치부장을 맡았고, 2013년에는 보도국장으로, 2015년에는 보도본부장으로 승진했다. 김재철 전 사장 때부터 안광한 사장 때까지 보도 책임자로 일하며, MBC 뉴스의 시청률·신뢰도 추락의 장본인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작년 국정농단 사태 당시 편파·왜곡·축소 보도를 지휘하며 MBC구성원들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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