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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도 바꾸지 않으면 개헌도 소용없다"[인터뷰] 하승수, "정책 만든 정치, 정치 만든 선거제도 배워야"
전혁수 기자 | 승인 2017.02.22 12:37

[미디어스=전혁수 기자]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태의 원인 중 하나로 제왕적 대통령제를 지목하며 개헌을 주장하고 있다. 권력 집중을 막기 위한 개헌안으로 분권형 대통령제, 이원집정부제, 의원내각제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개헌에 앞서 선거제도부터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분명히 있다. 미디어스는 선거제도 개혁에 앞장서고 있는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를 만났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연합뉴스)

-개헌보다 선거제도 개혁이 우선순위에 있다고 늘 얘기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대의민주주의가 잘 되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이 있다. 일단 선거제도가 좋아야 하고, 아무리 선거제도가 좋아도 직접민주주의로 보완을 해야 한다. 민주주의가 잘 되는 나라는 대체로 잘 설계된 선거제도와 보완장치로서의 직접민주주의 요소를 갖추고 있다.

물론 국민발안, 국민소환, 국민투표 등의 직접민주주의 요소 부분은 도입 근거가 명시돼야 하기 때문에 헌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실현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선거제도는 헌법에 굳이 세부적으로 명시하지 않아도 법률에서 다룰 수 있는 문제다. 개헌을 하더라도 선거제도를 먼저 정비하고 개헌을 하는 것이 순서상 맞다는 의미다.

개헌이라는 게 더 큰 틀을 논의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선거제도라는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으면 개헌을 해도 효과가 부정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의원내각제든 이원집정부제든 분권형대통령제든 결국 핵심은 대통령의 권력을 국회로 가져오는 것인데 선거제도가 정비돼있지 않은 상태에서 국회로 권력을 가져오면 영국이나 일본과 같은 제왕적 총리가 탄생할 수도 있다. 과거 영국의 마거릿 대처나 현재 일본의 아베 같은 경우에는 대통령에 못지 않은 권력을 누리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역사적 경험을 보더라도 선거제도 개정이 우선되는 것이 맞다.

또 한 가지 덧붙이자면, 정치권과 국민의 인식 차이다. 국회의원들은 개헌을 하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은데, 국민들은 개헌의 필요성을 많이 느끼지는 않는다. 국민들은 정치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이런 사람들은 선거제도 개혁이 더 중요하다고 느낀다. 그런데 국회는 선거제도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다보니 이러한 불일치가 발생한다. 지금 국회의원들이 말하는 것처럼 개헌만 하는 방향으로 가고 선거제도 개혁을 먼 미래의 일로 미뤄버리면, 개헌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 얻지 못할 것이다.

-국회 내에서 개헌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는 있지만, 정작 선거법 개정에 대한 얘기는 거의 없다. 국회의원들이 개헌에 우선적으로 관심을 갖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사실 지금 개헌을 하면 지방분권, 직접민주주의 확대, 기본권 강화 등을 모두 다뤄야 한다는 걸 국회의원들도 알고 있다. 국회의원들의 1차적 관심사는 대통령 권력을 국회로 가져오자는 거고,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첫째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불리는 대통령 중심제의 문제점이 드러났고, 둘째 대통령 감이 없다는 것이다. 일단 한국은 정치지도자를 양성해 내는 구조도 아닌데다가. 그나마 과거에는 정당에 보스가 존재하고, 이 보스가 대통령이 되는 시스템이 존재했는데 지금은 대통령 감이 없다. 최근 보수 쪽이 특히 더 심한데, 그러니까 대통령제를 계속하는게 맞는 것이냐는 현실적인 얘기가 나오는 거다. 그래서 국회의원들이 권력구조 개편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 현실적인 이유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권력 분산이라는 얘기 자체는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의원내각제를 예로 들어보면 권력을 오히려 더 집중시키는 면이 있을 수 있다. 특정 정당이 국회에서 과반을 차지하면 오히려 국회에서 입법과 행정을 모두 장악하게 된다. 현행 선거제도 하에서는 더욱 그럴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국회의원들의 권력 분산이라는 문제의식이 좋은 의미에서 시작됐다면 당연히 선거제도 개혁을 먼저 말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선거제도 개혁의 모델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얘기하는 것으로 안다

일단 선거제도를 살펴보면 전 세계 선거제도는 크게 두 가지다. 지역구에서 다수 표를 얻은 사람이 당선되는 지역구 1위 대표제와 정당 득표대로 의석을 나눠주는 비례대표제다.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도 얘기하고, 이론적으로도 대부분의 학자들이 맞는 방향이라고 하는 제도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독일과 뉴질랜드의 경우에는 지역구 의원도 뽑지만, 결국 정당 투표를 통해 득표에 따라 의석수를 맞춘다. 지역구 선거를 하지 않는 나라도 많다. 네덜란드나 덴마크의 경우에는 우리 식의 지역구 선거를 하지 않는다. 최근 개헌 모델로 국회에서 오르내리고 있는 오스트리아의 경우도 지역구 선거를 하지 않고, 오로지 정당득표로 의석을 배분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어떤 장점이 있는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정책선거가 정착될 것이다. 지역구보다 정당투표가 훨씬 중요하다보니, 어떤 사람을 대표하려는지를 밝히고 정책을 갖고 표를 얻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당의 지도부 입장에서는 선거를 이기려면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정당 지도부가 공천을 잘해서 지역구에서 많이 이기면 선거에서 이기는 거였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뀔 경우 당의 정책을 어떻게 잘 내세워 정책과 그 정책을 대변할 수 있는 정당대표를 모아야 선거에 이길 수 있다. 당의 정책이 뭐냐, 사회가 나아갈 방향이 어디인가, 내게 도움이 되는 정책은 있는가, 이런 것들을 보고 투표를 하게 되니 유권자들 입장에서는 좋다.

선거제도가 정말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이 다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교육, 복지, 환경 등 모든 것들이 연결돼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나라들은 민주주의가 잘 되고 삶의 질이 높다. 실제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민가고 싶어하는 나라들은 대부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 실시하고 있다.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등 스칸디나비아 반도 3국,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이 모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고 있다. 캐나다 정도가 소선거구제인데, 캐나다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해 노력 중이다. 현재 캐나다 총리의 공약이 연동형 비례대표 도입이었다.

교육 정책이 우수하다는 덴마크에 가서 배워오면 뭘 하겠나. 아무리 좋은 덴마크 정책을 가져와도 통과가 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국회의원들 대부분은 정책을 가지고 의정활동을 평가받는 게 아니라 지역구 관리가 더 중요하다. 어떤 나라의 좋은 정책이 부럽다면, 정책을 도입할 수 있게 만들었던 그 나라의 정치를 배워야 하는 것이고, 그 정치를 만든 선거제도를 배워야 한다.

-2015년에 중앙선관위가 선거제도 개혁 권고안을 내놨었다

좋은 제안이었는데 지난해 총선 전에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이 강하게 반대하면서 무산됐다. 당시 선관위가 내놓은 안은 기존의 300석을 가지고 지역구 200석, 비례대표 100석으로 나누는 권고안이었다.

현실성은 떨어졌다. 현재 253석인 지역구 의석을 감안했을 때 200석으로 줄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런데 이 권고안의 핵심은 지역구, 비례대표가 2:1 정도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석수 부분은 중앙선관위 입장에서 얘기하기는 부담스러운 측면이 작용했을 것이다.

우리나라 국회의 문제는 제 역할을 못하는 데 있는데,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외국에 비해 국회의원이 적은 편이다. 국회의원 숫자를 360명으로 늘리고 지역구, 비례대표 비율을 2:1까지 맞추면 충분히 중앙선관위 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고 본다.

-국회 의석수를 늘리는 부분이나, 비례대표 비율을 높이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이 있을 것 같은데 해결방안이 있는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가장 큰 난관이 바로 그 부분이다. 먼저 국민들이 의석수를 360명으로 늘리는데 동의해 줄 것이냐는 문제가 있다. 이 부분에서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발의한 안에서 바로 그런 부분을 얘기했다. 박 의원이 제안한 게 14만 명 당 국회의원을 1명씩 두는 기준을 제시한 안이다. 우리가 지금 16만7000명 당 1명인데 독일이 14만 명당 1명, OECD 평균은 약 10만 명당 1명 정도다. 독일이 인구 8000만 명에 의원이 630명 정도이고, 우리나라가 5000만 명에 300명이다. 한국에도 국회의원 숫자를 늘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게 국민들을 위해 훨씬 좋은 일이 될 것이다.

뉴질랜드가 1993년에 선거제도 개혁을 할 때 뉴질랜드 시민단체들이 내세웠던 슬로건이 '99명의 독재를 택할 거냐, 120명의 민주주의를 택할 거냐'였다. 뉴질랜드 국민들이라고 국회의원을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뉴질랜드 시민단체들이 99명을 거대 양당이 권력을 나눠가지는 구조로는 뉴질랜드 시민들의 생활 문제를 풀 수가 없으니,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더라도 제대로 구성된 국회, 지지율대로 다양한 정당이 국회에 들어가 정책선거를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자고 설득했다. 한국도 이러한 과정이 필요하다.

비례대표 부분도 정당이 국민들에게 신뢰를 얻지 못한 부분이 크다. 국민들은 정당 자체를 불신하고 정당 지도부를 불신한다. 우리나라 비례대표 공천이 민주적인 게 아니니까 당연한 것이다.

사실 비례대표 중에 모범적인 의정활동을 한 경우가 꽤 있다. 지난 국회에서 인상적인 의정활동을 했던 은수미, 장하나, 김광진 의원 등이 다 비례대표였다. 문제는 공천 과정인데 요즘 중앙선관위에서도 얘기하는 게 독일 같이 당원들이 비밀투표로 뽑은 후보자가 아니면 후보 등록을 받아주지 않게 선거법으로 공천의 민주성을 강제하자는 것이다.

현재 정당의 공천은 정당에 맡겨 두는데, 정당 자체도 국민의 세금으로 국고 보조금을 받는 곳이고, 거대정당 후보자는 선거에 나와 일정 득표를 하면 선거 비용까지 보전받는다. 이런 정당의 공천과정에 대해 아무런 규제를 하지 않는 것은 입법의 미비다. 이런 것들이 해결되면 공천과정의 민주성이 보장이 되고, 비례대표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해소될 것이다.

하승수 대표는 ▲참여연대 실행위원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제주대학교 법학부 교수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운영위원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한겨레신문 사외이사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등을 지냈고, 현재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전혁수 기자  wjsgurt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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