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공영방송의 보도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불만족스럽다’는 의견이 높게 조사됐다. 이번 사태 관련 주 시청 매체를 묻는 질문에는 JTBC가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로 1위를 차지했고 TV조선과 MBN이 각각 3위와 4위에 올랐다. 종편채널은 선전하는 반면 공영방송은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과 그 원인이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때문이란 지적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공영방송 혁신을 위해선 국회에 계류 중인 ‘공영방송지배구조 개선법’이 통과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12일 열린 '언론단체비상시국회의' 주관 '민중총궐기 언론단체사전결의대회'에서 언론노조 김환균 위원장이 MBC 안광한 사장, 박근혜 대통령, KBS 고대영 사장 등의 모형 인형을 잘라버리는 퍼포먼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날 KBS, MBC본부 및 언론시민단체 관계자들을 '박근혜 대통령 및 언론 부역자'들을 잘라버리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사진=미디어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공공미디어연구소는 28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공영방송 보도 관련 여론조사>를 실시, 분석 리포트를 내놓았다. 이번 조사는 이달 21일부터 23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의 성인 1,000명 대상으로 유선 전화면접을 통해 이뤄졌으며 응답률은 19.5%였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이다.

‘공영방송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보도의 만족도’를 묻는 문항에서 ‘대체로 불만족, 매우 불만족’ 등 ‘불만족하다’고 의견을 낸 응답자는 전체의 53.5%로 ‘대체로 만족, 매우 만족’이라고 응답한 29.8%에 비해 높았다. 연령대별로는 30대가 60.5%로 가장 높은 ‘불만족’ 비중을 보였으며, 60대 이상의 연령층에서도 51.7%가 불만족 의견을 제시했다. 전체응답자 중 반 이상이 이번 사태 관련 공영방송의 보도에 ‘불만족’을 표시한 것이다.

▲공공미디어연구소·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실이 공동으로 내놓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공영방송의 위기> 리포트 자료.

공영방송 보도의 불만족이 높아지는 가운데, 종편채널은 이번 사태를 통해 시청자들의 관심을 더 끌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주 시청 매체’를 묻는 문항에서 종편채널 JTBC가 1위에 올른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응답자 45.7%가 JTBC를 ‘주 시청 매체’로 꼽았는데, 이는 타 매체와 비교하면 압도적인 수치다. 마찬가지로 종편 채널인 TV조선(7.5%), MBN(7.1%)이 3위와 4위에 올랐으며 공영방송인 KBS(16.3%)는 2위, MBC(5.8)는 5위에 그치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공공미디어연구소는 “KBS를 주 시청 매체라고 응답한 이들 중에는 60대 이상의 연령대(40.5%)가 많았다. 이는 매체 이용 습관에 영향 받은 것”이라며 “공영방송 뉴스의 시청자들이 특정 연령층에 집중됐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같은 국면이 시청자들의 매체 이용 습관의 변화 계기를 제공할 것”이라며 “KBS를 비롯한 지상파 방송사들의 주 시청자 층 이탈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고, ‘공영방송의 위기’를 더 빠르게 앞당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공미디어연구소·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실이 공동으로 내놓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공영방송의 위기> 리포트 자료.

이번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10명 중 7명이 넘는 응답자가 ‘공영방송 보도의 문제 원인’을 묻는 문항에 ‘대통령·청와대·여당의 언론통제, 언론사 고위 간부들의 통제 때문’이라고 답했다. 반면, ‘기자들의 노력이 부족해서’라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 응답자의 5.2%밖에 되지 않았다. 공공미디어연구소는 “언론 통제’라는 단어가 당대 권력의 핵심을 연상시킨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파장이 공영방송에 대한 청와대의 언론 통제 의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공영방송의 위상이 종편채널에 밀리는 상황에서 공영방송·지상파 방송사의 혁신을 위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공공미디어연구소는 “공영방송·지상파 방송사의 혁신을 위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방송법 외 3개 법안의 본회의 통과가 조속한 시일 내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에 대한 찬반 의견’은 찬성 비중이 59.6%로 반대 의견 25.2%보다 상당히 높게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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