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가 심상치 않다. 8일 청와대를 비롯한 여야 정치권을 동시에 비판하며 '모두 까기'를 시도하더니, 9일에는 야권에 대한 비판의 비중을 대폭 늘렸다. 일각에서는 동아일보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보도에서 발을 빼고, 정부 여당의 국정안정화 프레임에 손들어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9일자 동아일보 1면 헤드라인 기사.

동아일보는 9일자 1면 헤드라인으로 <朴대통령 "국회 추천 총리가 내각 통할" 野 "권한 모호…2선후퇴 먼저" 또 거부> 기사를 배치했다. 해당 기사에서 동아일보는 "박근혜 대통령은 총리의 '실질적 권한'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고, 야당도 12일 민중총궐기대회를 앞두고 정국 해법의 구체적인 로드맵 없이 반대만 되풀이하는 모습"이라고 박 대통령과 야당을 동시에 비판했다.

문제는 제목이다. 얼핏 봤을 때 사실을 적시한 것처럼 보이지만, 어감이 내포하고 이는 내용의 문제는 분명해 보인다. 마치 야당이 국정운영 정상화를 반대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야당의 반대 이유로 '민중총궐기'를 내세운 것도 문제다. 동아일보는 8일자 사설에서도 야당이 민중총궐기를 통한 세 확장을 위해 김병준 총리 지명자 인선을 반대하는 것이라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 바 있다.

2면에서는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를 인터뷰해 <책임총리-거국내각, 現헌법으로 얼마든지 가능>이라는 기사를 작성했다. 동아일보는 해당 인터뷰에서 허 교수의 말을 빌어 "대통령 하야 주장은 무책임한 것이며, 야당은 정치공세만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인터뷰 기사 하단에는 <김병준 "야당이 주장하는 대통령 2선 후퇴는 위헌"> 기사를 배치했다. 해당 기사에는 김병준 총리 지명자가 "(박근혜 대통령의) 2선 후퇴가 어떻게 가능하냐. 대통령 서명권이 (헌법에) 살아있다"며 "이 (야당) 사람들은 국정운영을 제대로 안 해본 사람들"이라고 비판한 내용이 실렸다.

▲9일자 동아일보 3면 기사. <野, 정국수습 대안없이…"대통령이 국회상륙 기습작전">.

3면에는 <野, 정국수습 대안없이…"대통령이 국회상륙 기습작전"> 기사를 배치했다. 흘려보면 야당이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방문을 비판한 내용을 기사화 한 것처럼 보인다. 해당 기사에서 동아일보는 1면 헤드라인과 마찬가지로 박근혜 대통령이 권한 위임을 명확히 하지 않았다는 내용과 야당이 박 대통령을 비판한 얘기를 다뤘다.

기사 중반부부터는 야당의 박근혜 대통령 국회방문 비판에 대한 해설이 등장하는데, 동아일보는 이를 "'일면 협상, 일면 압박'이라는 투트랙 전략을 통한 시간벌기"로 평가절하했다. 해당 해설에서는 또 다시 민중총궐기가 등장한다. 동아일보는 야당의 행보가 "야당에 유리한 최순실 정국을 조기에 해소할 필요가 없는 만큼 민중총궐기대회에서 민심을 확인한 뒤 당의 행보를 결정하겠다는 속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동아일보는 "야당으로선 만족스럽진 못해도 영수회담 및 총리 추천 자체를 계속 거부할 명분은 약해지고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영수회담 등을 통해 차기 총리에 대한 명확한 권한 이양을 약속한다면 정국은 급속도로 '후임 총리 추천' 국면으로 옮아갈 가능성도 있다"고 해설했다. 이어 5면에 <야권성향 총리가 장관 물갈이땐 '국정 리셋'…靑 수용할까> 기사를 배치해 앞서 나왔던 '후임 총리 추천 국면'을 만들어가는 모양새를 보였다.

▲9일자 동아일보 5면.

물론 동아일보가 야당만 비판하지는 않았다. 1면에 <朴대통령 취임사에 막판 끼워넣은 '문화융성'>, 3면에 與탈당 언급 안한 朴대통령…또 찔끔 대책>, 4면에 <"정국 실마리 마련" "지도부 퇴진해야"…갈피 못잡는 새누리> 등의 기사를 배치해 청와대와 새누리당을 비판했고, 6면부터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자인 차은택 씨에 대한 내용을 대대적으로 다루기도 했다.

그러나 9일자 동아일보 보도는 모두를 비판하면서도 청와대에 중점을 맞췄던 8일과는 분명히 달랐다. 야당을 겨냥한 기사들이 각 면의 상단을 차지하고 있는 데다가, 1·2면에서 야당이 대안없이 반대만한다고 비판한 후, 3면에서 '후임 총리 추천 국면'을 언급하고 5면에서는 그를 뒷받침하는 경우의 수까지 소개했다. 동아일보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발을 빼고, 총리 추천으로 물타기를 시도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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