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12층 버튼이 안눌려지네.”
“왜 못들어갑니까?”
“신분확인 후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19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4대강살리기 지역설명회’가 지역 시민단체들과 시민들의 참여를 원천봉쇄한 채 이뤄져 ‘대운하 밀어붙이기’를 위한 시도가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국토해양부 주최로 부산시청 12층에서 열리는 ‘4대강 살리기 지역설명회’에 관계당국이 행사장 출입을 막고 경찰과 공무원, 관계자 등만 선별적으로 들여보내는 ‘대대적인 봉쇄작전’이 펼쳐진 것이다.

관계당국의 이같은 조치에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들과 시민들은 ‘지역설명회 원천무효’를 선언하고, 11층 엘리베이터 복도에서 연좌농성을 벌이며 자체적으로 ‘시민공청회’를 가지는 등 파장이 끊이지 않았다.

▲ 19일 4대강 살리기 부산설명회가 열리는 부산시청에 경찰병력이 배치되어 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 기자
▲ 부산시청에서 열리는 '4대강살리기 설명회'에 반대의견을 가진 시민단체들과 시민들의 참가를 봉쇄하기 위해 12층 엘리베이터 버튼이 눌러지지 않게 되어 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 기자
“공무원증 보여주세요” 부산시청 계단통로, 엘리베이터 모두 봉쇄…“독재시대 관제행사냐“

오전 9시경. 이미 부산시청 1층과 2층은 경찰병력으로 출입구가 봉쇄된 상황이었다. 경찰은 시청을 드나드는 모든 사람들을 샅샅이 살펴보며 출입을 통제했다. 뭔가 미심쩍어 보이는 40대 남성에게는 아예 3명의 전경이 달라붙어 어디를 가는지 꼬치꼬치 캐묻기도 했다.

심지어 12층으로 가는 엘리베이터 버튼도 누를 수 없게 조치해 일부 공무원들까지 노골적인 불만을 터트렸다. 결국 지역설명회를 듣기 위해 온 모든 사람들이 11층에 몰리면서 11층 로비가 경찰과 시민, 시민단체 관계자, 기자들, 공무원들로 아수라장이 됐다.

부산시 관계자들과 경찰은 엘리베이터 뿐만 아니라 11층과 13층에서 12층으로 향하는 모든 계단통로를 봉쇄하고 신분확인을 한 뒤에야 들여보냈다. 일부 취재기자들은 12층으로 가는 길이 막히자 들어갈 방법을 찾느라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도 이미 12층 국제회의실은 참가자들로 가득차 있었다. 시청 공무원들과 4대강 살리기 사업과 관련된 건설업계 관계자들, 부산시가 허용한 일부 시민들만 행사장소를 가득 메웠다. 부산시는 이를 위해 오전 8시부터 내부방송을 통해 ‘4대강 살리기 지역설명회’를 공지했다.

결국 참석하려던 상당수의 부산시민들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일부 시민들은 “지금이 7~80년대 관제행사 할 때냐”며 부산시를 질타했다.

부산환경운동연합 정현정 간사는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공무원증을 보여야 들어갈 수 있다는 데 이게 말이나 되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시민단체 관계자는 “해도해도 너무하다. 지역설명회를 공무원들만 채워서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이해를 할 수 없다”며 “독재시대 관제행사도 아니고 이럴 수 있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 부산시 관계자가 12층으로 통하는 계단입구에서 신분을 확인하고 있다. ⓒ 민중의소리 김보성 기자

▲ 1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통로도 봉쇄되어 있다. 신분확인을 한 뒤 관계자나 공무원들만 출입이 가능했다. ⓒ 민중의소리 김보성 기자
▲ 관계당국의 ‘대강 살리기 부산설명회’ 참가봉쇄 대작전에 어리둥절하는 시민들이 계단에 서 있다. ⓒ 민중의소리 김보성 기자
“지역설명회를 공무원들로만 채워서 대운하 정책 밀어붙이겠다?”

결국 관계당국의 이같은 조치에 부산환경련, 부산 YMCA등 50여개 시민사회단체들로 이루어진 운하반대낙동강지키기부산운동본부 회원들과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반대하는 시민 70여명은 11층 복도에 주저앉아 ‘지역설명회 원천무효’를 선언하고, 즉석에서 ‘시민공청회’를 열었다.

김상화 낙동강살리기네트워크 상임대표는 “지역설명회를 공무원들만 채워서 누구에게 설명하려는 것이냐”고 되물으며 “부산시와 국토해양부가 방침을 하달해 반대하는 측의 의사개진을 철저하게 불가능하게 만드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며칠 전 낙동강을 탐사했다. 12년간 (낙동강을) 찾던 두루미 수천마리들이 대구에서 쫒겨났다”며 “2.6미터나 강바닥을 준설해서 대운하사업을 펼치려는데도 아무 탈이 없다는 이나라 정권을 용서할 수 없다”고 분노했다.

이 상황을 모두 지켜보고 있던 김영희 민주노동당 시의원도 시민들 앞에 섰다. 김영희 시의원은 “공무원들만 모아놓고 4대강 사업을 대운하 정책으로 이끌고 가려는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가 갈수록 말이 통하지 않고 너희들 해볼 테면 해봐라는 식으로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오늘 같은 광경은 4대강 살리기가 아니라 대운하 밀어붙이기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며 “무엇이 걱정되고 떳떳하지 못하기에 이런 작태를 보이는지 해명하라”고 부산시에 촉구했다.

각계각층의 발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우연찮게 11층에 내려온 부산시 4대강사업 관계자가 해명을 하고 나섰다. 이 관계자는 “(행사에)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같은 조치를 했다”며 “대표분들 몇명이라도 지금 들어갈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부산시 관계자의 발언은 11층 복도에 앉은 ‘뿔난’ 시민들에게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이 관계자의 ‘불상사 방지’ 발언에 시민들은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 “시장실로 가서 항의하자”, “무슨 불상사를 이야기 하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 19일 부산시청 11층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역설명회 원천무효’를 선언하고 즉석 ‘시민공청회’를 열 준비를 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 기자

▲ “4대강살리기 지역설명회 원천무효”ⓒ 민중의소리 김보성 기자
▲ 국토해양부와 부산시등 관계당국의 원천봉쇄로 4대강사업설명회에 들어가지 못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11층에서 연좌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 기자
국토해양부 “용수공급능력 증대 위해 낙동강 일대에 보와 중소규모 댐 설치”

같은 시간 12층 국제회의실에서는 3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국토해양부 주최로 프리젠테이션 상영과 관련 정부 부처별 설명 등 낙동강 유역을 중심으로 한 ‘4대강 살리기 사업’ 지역 설명회가 개최됐다.

국토해양부는 이날 행사를 통해 용수공급능력을 증대하기 위해 낙동강 일대에 8개의 보(함안보 등)와 중소규모 댐 2개 등을 건설한 뒤 10억1천만톤의 용수를 확보하는 등의 종합계획안을 설명했다.

또 홍수조절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강바닥 퇴적토 4.2억㎥을 준설하고, 노후제방 313km 보강, 하구둑 배수문 6개 증설 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부산시도 ‘낙동강 살리기 사업’과 관련해 하도 준설과 노후제방 보강 계획 이외에도 생태하천을 조성하는 하천환경정비 사업과 4.77km에 이르는 자전거 길 조성 등에 대한 계획을 추가로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4대강 사업’ 지역설명회가 반대의견을 가진 시민단체들의 참가를 원천봉쇄하고, 공무원들로만 자리를 채워 ‘파행’ 논란을 비롯해 ‘시민없는 지역설명회’ 비판도 피할 수 없게 됐다.

▲ 경찰이 부산시청 1층 정문에도 배치되어있다. 이날 경찰과 관계당국은 12층에서 열리는 국토해양부 주최의 ‘4대강 살리기 부산지역설명회’ 행사에 시민단체의 참가를 원천적으로 봉쇄해 물의를 빚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 기자
▲ 국토해양부 관계자가 부산시청에서 가진 설명회에서 하도준설 등 ‘4대강 살리기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 기자
▲ 12층에서 공무원 등 관계자들만 대거 참가한 가운데 열리고 있는 4대강살리기 부산설명회ⓒ 민중의소리 김보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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