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한겨레>의 단독보도로 대기업들이 수백억 원을 출연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청와대 비선 실세 의혹을 받았던 정윤회 씨의 전 부인 최순실 씨가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 숱한 논란을 낳고 있다.

<미디어스>는 이번 논란이 불거진 20일부터 22일까지 지상파 방송(KBS·MBC·SBS) 및 JTBC의 메인뉴스를 모니터링 및 분석했다.

침묵, 또는 정부 말만 옮기는 KBS, MBC

20일 20대 국회 첫 대정부 질문이 시작됐다. 이날 대정부질문에서 관심을 끌었던 이슈는 ‘미르-K스포츠 재단’이었다. 그러나 지상파 뉴스 중 대정부질문 관련 보도를 하지 않은 SBS를 제외하고, 공영방송 KBS<뉴스9>과 MBC<뉴스데스크>는 이 문제에 대해 침묵했다.

21일 <뉴스9>과 <뉴스데스크>는 야당과 정부가 관련 사안을 두고 벌인 공방을 각각 1꼭지씩을 보도했다. 그러나 보도에서 관련 의혹에 대한 분석은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에서 ‘기계적 중립’을 지키려고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뉴스9>은 <野 “미르·K스포츠 권력형 비리”…靑 “정치 공세”>(9월21일, 정연우 기자)에서 “대기업들이 수백억 원을 들여 설립한 미르와 K스포츠 재단을 놓고, 정치권이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며 “야당은 정권의 비선실세가 개입했다며 권력형 비리의혹을 제기했고, 여당과 청와대는 근거없는 정치공세라고 반박했다”고 보도했다. 보도내용에서 의혹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나 분석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같은 날 <뉴스데스크>가 보도한 <야권 "'비선 실세' 진상규명", 靑 "사실 아니다">(9월21일, 구경근 기자) 또한 <뉴스9>과 유사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2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무책임한 폭로 정치”를 비판했다. 이는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최순실씨가 미르-K스포츠 재단의 설립과 운영을 주도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는 것에 대한 발언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날에도 KBC와 MBC는 박 대통령의 말을 전하는 수준에 그쳤다.

<뉴스9>는 <박 대통령 “대화 위해 준 돈 핵개발 자금 돼”>(9월22일, 최동혁 기자)란 제목의 기사에서 “박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며 박 대통령의 말을 전했다. 이어 가장 마지막 부분에서 “박 대통령은 북핵 위기에 지진까지 겹친 비상시국에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발언과 비방이 사회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면서 단합과 협심으로 위기를 극복하자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뉴스데스크>는 <미르·K스포츠 '공방' 박근혜 대통령 "미확인 폭로, 사회 혼란 가중">(9월22일, 박성준 기자)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이른바 비선실세 의혹에 대해 사실확인 없는 폭로라며 직접 차단에 나섰다”며 “야권은 오늘도 기업들의 기부 경위를 밝혀야 한다며, 의혹을 제기를 이어갔다”고 보도했다.

각종 언론·방송에서는 관련 의혹들을 쏟아내는 상황에서 KBS는 북핵과 박 대통령의 의혹차단 발언을 엮어 대통령의 말에 힘을 실었다. 또 MBC는 박 대통령의 발언을 중심에 놓고 언론과 야당의 의혹제기를 덧붙였다. 이정현 전 청와대 수석의 보도개입 사건, 백종문 녹취록 등으로 공영방송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다시 또 ‘정부 감싸기’란 비판이 제기될 법하다.

▲JTBC<뉴스룸> 21일자 '앵커브리핑' 화면 갈무리

관련 의혹 대대적으로 보도한 JTBC

지상파 SBS는 메인뉴스에서 KBS와 MBC에 비해 비교적 관련 이슈를 더 많이 다뤘다. 하지만 제기된 의혹을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반면, 종합편성채널 JTBC<뉴스룸>은 3일 동안 관련 논란을 16꼭지나 보도하며 이슈화했다.

‘미르와 K스포츠 재단’ 의혹이 불거진 첫날인 20일 <뉴스룸>은 이날 <미르와 K스포츠…논란 휩싸인 '닮은꼴 재단' 실체는?>(9월20일, 이지은 기자)란 제목의 리포트를 첫 꼭지에 배치했다. 손석희 앵커는 “오늘 대정부질문에서 뜨거운 관심을 끌었던 이슈는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 재단”이라며 “특히 최순실 씨의 이름이 언론과 야당에 의해 본격적으로 거론되면서 크게 뉴스가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논란의 두 재단…800억 끌어모은 '보이지 않는 손'?>(윤영탁 기자)에서는 ▲최순실씨와 관련 있는 이사장 선임 ▲정부 하루 만에 재단 허가(평균21일) ▲부실한 제출 서류 등 제기된 의혹에 대해 설명했다.

<뉴스룸>은 21일 관련 논란을 보도·인터뷰·앵커브리핑을 통해 총 9꼭지 배치,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특히 손석희 앵커는 이날 ‘앵커브리핑’에서 폭염·취업난·남북관계·지진 등으로 “사람들은 결정적으로 지쳐버린 것 같다”면서 “그렇게 지쳐버린 사람들의 머리 위로 미르-K스포츠 재단 의혹이 또다시 무겁게 내려앉았다”고 개탄했다.

이어 재단 관련 의혹들을 거론한 뒤 “사람들은 또다시 ‘배후’를 떠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언급할 만한 일고의 가치도 없다’, ‘찌라시보다 못한 폭로를 자꾸 하고 있다’는 청와대의 해명에 대해 “얼핏 명쾌해 보이는 해명을 누구보다도 믿고 싶은 것은 바로 우리들이 아닐까”라고 꼬집었다. <뉴스룸>은 22일에도 이 관련 제기되는 의혹들을 4꼭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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