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7일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노동유연성 문제는 올 연말까지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국정 최대과제”라며 “경제위기에서 노동유연성을 확대하지 못하면 국가 간 경쟁에서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사실상 해고의 자유를 뜻하는 ‘노동유연성’을 최고 국정과제라 밝혀 근로기준법 개정이나 노사관계 로드맵 등을 올해 안에 마무리 하겠다는 뜻이다. 노동계는 이런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또 비즈니스 프렌들리냐”는 반응이다.

이승철 민주노총 대변인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이미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훌쩍 뛰어넘었는데 ‘노동유연성’을 ‘해고의 자유’로 해석하는 정부의 시각대로 보자면 이미 우리나라는 노동유연화 선진국인 셈”이라고 비꼬았다.

이 대변인은 “우리나라 제조업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율은 IMF 구제금융을 기점으로 10% 밑으로 떨어져 이 비용을 줄여도 기업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실효성도 없다는 설명이다.

정승희 한국노총 부대변인도 “이미 노동부 장관이 올초에 근로기준법 개악을 언급하기도 했었지만 경제위기가 유연화를 안 해서 온 것도 아니고 오히려 몇몇 학자들은 유연화가 경제위기를 불러왔다고 한다”며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과감히 보여준 것”이라고 비난했다.

노동부는 지난 6일 올 4월말까지 산업현장에서 노사 양보교섭과 협력선언이 크게 늘었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노동부 노사협력정책과는 임금반납·삭감, 무파업, 기업내부 유연성 증대 등 노사 양보교섭·협력 선언이 126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83건에 비해 3.3배나 늘었다고 발표했다.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의 양보교섭·협력 선언도 111건으로 지난해 보다 4.8배 늘었다. 노동부는 양보교섭·협력 선언 증가, 임금동결·삭감 사업장 증가 등은 지난 2월 노사민정 합의 이후 산업현장 전반에 노사 상생의 협력문화를 반영한다고 주장했다. 일자리 나누기라는 노사민정 합의에 힘을 싣는 보도자료였지만 그대로 일자리 나누기 근거로 보기는 어렵다.

노동부 관계자도 “이번 발표자료는 사실 일자리 나누기와 직접 상관은 없으나 회사가 어렵다 보니 양보교섭을 했다는 간접지표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노동부 고용정책과도 지난 4월 13일에 임금 동결 삭감 등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가 늘고 있다고 발표했다. 노동부는 이때도 노사민정 합의와 일자리 나누기를 언급했다.

정부는 이렇게 주 단위, 월 단위로 일자리 나누기를 위한 노사화합을 모범사례로 발표하고 노사민정 합의정신을 강조하지만 정작 대통령이 강하게 언급한 노동유연성 강화는 노사분규를 더욱 자극한다.

실제 최근 굵직한 노사분규는 무리한 노동유연화 정책이 불러왔다. 대표 사례가 이랜드 뉴코아 노동자들의 해고에 따른 장기파업이다. 이랜드 뉴코아 사태로 계약기간 만료(기간제)를 통한 노동유연화가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기간제 비정규직 문제는 최근에도 7월부터 100만명 대량 해고설 논란에 휩싸이는 등 노동문제에 가장 큰 쟁점이기도 하다.

민주노총이 전면전을 선포한 화물연대 소속 노동자 박종태씨 자살도 특수고용직이라는 노사분규의 불씨가 존재했기 때문에 생겼다. 화물연대, 학습지 교사 노조 등 특수고용직 문제도 노동유연화 전략의 일환이다.

한편 공공부문에선 노사 협력을 외치는 동시에 대량 해고를 단행하고 있어 모순이다. 이승철 민주노총 대변인은 “노동부가 최근 경제위기 속에서 일부 노사협력적 분위기만 부풀려 발표하면서도 정작 공공부문이나 철도, 쌍용자동차 등의 고용불안에는 노동부가 제기하지도 않고 노사합의 성과 부풀리기만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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