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우병우 살리기'에 나섰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감찰누출 의혹을 '국기문란'으로 규정한 반면, 우병우 의혹제기에 대해선 '식물정부 만들기'라며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공영방송 KBS의 보도가 청와대 입장만을 대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9일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 특별감찰관의 감찰누출 의혹에 대해 “특정 언론에 감찰 내용을 유출하고 서로 의견을 교환한 것은 명백히 현행법을 위반한 중대 사안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특별감찰법 조항을 열거하면서 “국기를 흔드는 일”이라고까지 표현했다. 반면 우 수석에 대한 언급은 없어, 사실상 우 수석을 보호하며 이 특별감찰관은 찍어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16일 MBC의 감찰 유출 의혹 단독 보도 이후 방송사들의 보도를 분석한 보고서를 22일 내놓았다. 민언련에 따르면, 17, 18일 이틀 간 방송사 저녁종합뉴스는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 공사의 망명으로 뒤덮였다. 반면, 우 수석 관련 보도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특히, KBS는 북한 관련 보도를 우병우 수석 관련 보도보다 11건을 더 많이 냈다. 민언련은 “우 수석 문제에 대한 무관심은 KBS가 가장 심각했다”면서 “KBS가 우 수석 비위 및 ‘감찰 흔들기’ 논란을 ‘북풍’으로 은폐하며 청와대 의중을 뒷받침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KBS는 18일까지 우 수석 관련해 침묵을 지키다, 청와대 입장이 나온 19일 <“특별감찰 유출은 위법”... 청 정면돌파>란 제목의 기사를 냈다. 다른 언론사들이 특별감찰 유출을 지목한 청와대의 입장을 내건 반면, KBS와 YTN만 ‘정면돌파’라는 수식어를 명기했다. 민언련은 이에 대해 “우병우 수석의 비위 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채, ‘감찰 정보 유출’ 수사를 지시한 청와대의 ‘물타기’를 ‘정면돌파’라고 규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 수석 비위는 입증 어렵고 감찰 정보 유출은 입증됐다는 KBS

민언련은 방송사들이 청와대 입장 전하기에 급급할 뿐, 우 수석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KBS는 <현직 민정수석 수사…핵심 쟁점은?>(8/19)에서 우 수석의 비위는 입증되기 어렵고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감찰 유출’은 이미 입증된 혐의라고 보도했다.

KBS는 먼저 우 수석이 아들의 병역 보직 배치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직권남용 의혹에 대해 “직권남용죄가 성립하는가도 쟁점”이라면서 “대법원 판례는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와 관련된 권한을 불법 행사한 경우에만 직권남용죄를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우 수석의 횡령 혐의 수사 쟁점에 있어서도 “혐의를 입증하려면 검찰은 유용한 돈의 출처나 용처를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전했다. 청와대의 ‘가이드라인’이나 검찰 내부 ‘우병우 라인’ 등 검찰 구조에 개입된 청와대 권력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KBS는 우 수석 수사 쟁점을 이렇게 부실하게 전한 후 곧바로 ‘감찰 유출 수사’로 방향을 돌렸다. “이석수 특별감찰관 역시 검찰 조사를 받게 될 전망”이라면서 “기밀사항인 감찰 내용을 기자에게 유출한 혐의로 시민단체가 이 감찰관을 검찰에 고발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민언련은 KBS보도가 “이석수 특별감찰관 찍어내기’에 나선 청와대 입장을 충실히 따른 것”이라며 “KBS의 이런 태도는 청와대의 ‘우병우 살리기’ 기자회견을 마치 KBS가 ‘보도지침’으로 받아들인 것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게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비판에 앞장선 TV조선

16일 MBC의 ‘감찰 유출 의혹’ 단독 보도 이후 논란이 커진 상황에서 청와대에 비판적 태도를 보여온 것은 TV조선이었다. TV조선은 이틀간 6건의 보도를 내면서 ‘감찰 내용 유출 의혹’이 ‘우병우 감싸기’일 가능성을 타진했다.

TV조선은 우 수석 관련 적극적으로 비판을 제기했다. TV조선은 <“현직 수석을 어떻게 수사하나” 검찰 곤혹>(8/19)에서 “검찰 수사를 보고 받고 영향까지 줄 수 있는 민정수석을 누가 수사할 수 있겠냐는 이야기” “제대로 수사를 하더라도 국민들이 믿어주겠냐는 반응” 등 수사에 대한 여러 우려를 전했다. 특히 “'우병우 라인'이 여전히 검찰에 있기 때문에, 독립적인 특별수사팀을 꾸려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언급한 대목에서는 TV조선이 우병우 수석 비위 수사에 힘을 싣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청와대 기자회견이 있었던 19일 대다수 방송사는 청와대 입장만을 받아적을 뿐 비판 보도를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TV조선과 채널A는 달랐다. TV조선은 <청와대 “특별감찰관 국기 문란”>(8/19)에서 “민정수석 비위 감찰을 놓고 청와대와 특별감찰관이 정면충돌하는 초유의 사태”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도입한 특별감찰관을 스스로 무력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보도했다. 또한 “문제의 핵심인 우병우 수석의 비위 문제는 제쳐두고 우 수석을 감찰한 감찰관의 행위만 문제 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면서 보도 내내 청와대를 강력히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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