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자정에 공개된 언니쓰 SHUT UP이 심상치 않다. 공개된 지 두 시간 만에 전 음원사이트를 올킬했다. 음원깡패로 불리는 자이언티마저도 언니쓰의 돌풍 앞에서는 잠시 숨을 죽여야 했다. 무한도전만 가능하리라 생각했던 일이 여자들의 예능 <언니들의 슬램덩크>에서 벌어지고 있다. 방송 중에 언니쓰에 욕심이 난다고 고백했던 박진영의 예감이 적중했다.

46초 분량의 뮤직비디오 티저와 함께 공개된 언니쓰의 SHUT UP은 일단 방송에서 짤막짤막하게 들었던 것과는 대단히 큰 차이가 있다. 역시나 녹음실의 믹싱은 마술과도 같았다. 물론 예외도 없지는 않았다. 홍진경의 파트는 오토튠으로도 해결이 안됐던지 아니면 언니쓰의 상징적 요소로 남겨뒀는지는 알 수 없지만 거의 방송에서 듣던 것과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언니쓰 SHUT UP의 음원차트 점령은 역시나 방송의 힘이 무섭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기도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 음원 사건을 계기로 <언니들의 슬램덩크>가 여자예능으로서 분명한 자기 위치와 존재감을 굳힐 수 있게 됐음에 있을 것이다. 또한 녹음실 악마 박진영과 그에게 맞추려는 언니들의 땀과 눈물의 결과라는 점에서 예능에서 진정성이라는 요소는 여전히 성공의 확실한 키워드라는 사실도 입증한 셈이다.

언니쓰의 'SHUT UP'

물론 언니쓰 SHUT UP의 차트 점령이 심야에 벌어진 일이고, 아직 첫날에 불과하기 때문에 어쩌면 하룻밤의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경향으로 본다면 방송에 의해 만들어진 음원 히트는 결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보면 언니쓰 SHUT UP은 분명 2016년 예능의 커다란 사건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무한도전만 가능했던 일이 어떻게 언니쓰에게 일어날 수 있었을까? 그 첫 번째 이유는 역시나 스토리에 있다. 소녀시대의 소학가부터 시작해서 최근의 트와이스까지 많은 아이돌 그룹들은 데뷔에 앞서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통해서 많은 것들을 대중과 공유해왔다. 그럴 경우 발표하는 노래는 단순히 하나의 음원이 아니라 이미 공유된 에피소드와 스토리로 인해 대단히 밀접한 공감을 갖게 된다. 히트는 따 놓은 당상이라 할 수 있다.

거기에다가 대한민국 특급 프로듀서임에 이견을 달 수 없는 박진영이 언니쓰에 적극 가담하여 단순히 흉내에 그치지 않는 열의와 성실함을 요구했다는 점이다. 또한 그럼에도 끝까지 되지 않아 눈물을 쏟은 홍진경의 존재는 역설적으로 언니쓰의 호감을 대폭 높이게 했다. 언니쓰가 계속 걸그룹으로 활동할 것이라면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겠지만 SHUT UP 한 곡으로 끝날 프로젝트 그룹이기에 홍진경의 절망은 오히려 감정이입의 기재로 작동한다.

마지막으로 언니쓰 SHUT UP의 히트의 가장 큰 전제 조건은 음원의 완성도다. 언니쓰의 SHUT UP은 박진영이 욕심을 낼 정도로 좋은 예감을 갖게 하기도 했지만, 그 이전에 대형기획사 JYP의 명예가 걸린 문제이기도 했다. 당연히 JYP의 온갖 기술이 동원됐을 것이고, 전반적으로 하나의 음원으로 듣기에 전혀 손색이 없는 완성도를 갖췄다.

KBS2 예능프로그램 <언니들의 슬램덩크>

물론 그렇기 때문에 라이브는 절대 불가능한 것이 하나 아쉬운 점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신생 예능이자, 낯선 예능인 여자들만의 예능에서 이런 성과물을 낼 수 있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그러나 언니쓰로만 보면 SHUT UP의 히트는 고무적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고민도 남기고 있다. 과연 이후의 어떤 콘텐츠로 언니쓰의 열기를 꾸준히 이어갈 수 있겠냐는 것이다.

아직 <뮤직뱅크> 출연 등 언니쓰의 클라이막스는 아직 남아 있지만 그도 결코 길지 않을 것이며, 곧 언니쓰 프로젝트는 다음 꿈계주로 넘어가게 된다. <언니들의 슬램덩크>는 언니쓰 프로젝트 하나로 단숨에 정상궤도에 진입할 수 있었지만 진짜 승부는 언니쓰 이후라고 할 것이다. 그 준비가 될 수 있는지가 진정한 성공의 조건이다.

한편 이번 언니쓰 SHUT UP 음원에 대한 수익금은 박진영과 멤버들의 바람을 모아 '꿈 지원비'로 기부할 예정이며, 7월 1일(금) 오후 5시 방송되는 KBS 2TV <뮤직뱅크>를 통해 첫 데뷔 무대를 가질 예정이다. 언니쓰의 데뷔가 <뮤직뱅크> 시청률에 힘이 될지 기대가 된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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