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그저 흉내나 내고 말 것이라고 생각했던 민효린의 꿈이 심상치 않다. 이 꿈의 계주인 민효린이 처음 가졌지만 좌절됐던 걸그룹으로 무대에 서보기는 사실상 무리한 것이었다. 어느덧 걸그룹 대모가 된 소녀시대 티파니와 최강 래퍼 제시가 있어서 나름 경쟁력을 갖췄지만, 40대가 팀의 절반인 언니쓰의 걸그룹 프로젝트는 그 자체로 불가능한 일로만 보였다.

게다가 막상 시작을 하자 40대라는 나이보다 더 큰 장애물이 등장했다. 바로 춤도, 노래도 정말 안 되는 홍진경이 문제였다. 물론 <언니들의 슬램덩크>에서 줄곧 에이스였던 라미란은 언니쓰에서도 그 에이스 본능을 숨기지 못했다. 그 점은 정말 다행이었다. 만약 라미란과 김숙 둘 중 하나라도 홍진경처럼 힘들었다면 언니쓰의 걸그룹 프로젝트는 정말 난항을 겪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KBS 2TV <언니들의 슬램덩크>

누구보다 화려한 신체조건을 타고난 홍진경이었지만 언니쓰 프로젝트에서는 시작부터 고난이었다. 걸그룹이라는 전제에서는 결코 어려운 안무가 아니었음에도 홍진경은 따라잡기가 버거웠다. 춤만 해도 홍진경에게는 매우 벅찬 도전이었는데 진짜 문제는 노래였다. 급기야 다른 멤버 모두가 녹음을 할 때에도 홀로 뒤쳐졌다.

반면 다른 멤버들의 녹음은 의외로 순조로웠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박진영은 어쩐 일인지 언니쓰 멤버들의 녹음을 아주 빠르게 끝냈다. 소문이 무색할 지경이었다. 홍진경 다음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김숙까지도 아무 어려움 없이 녹음을 마칠 수 있었다. 티파니와 제시가 쉽게 녹음을 끝낸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홍진경이다. 아니 어쩌면 언니쓰가 음원을 내고, 실제 음악방송에 서기 위해서는 홍진경이 얼마큼 나아지느냐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홍진경이 결국 다른 멤버들을 따라잡지 못한다면 언니쓰 프로젝트는 실패할 것이다. 그래서 답답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한데 사실은 이런 홍진경의 어려움은 일종의 흥행 보험이라고 할 수 있다.

KBS 2TV <언니들의 슬램덩크>

녹음을 마칠 즈음 박진영은 매우 만족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심지어 욕심이 난다고 했다. 히트 예감이 든다는 것이다. 긴 세월 많은 히트곡을 만들어낸 박진영의 감이니 단순한 설레발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언니쓰 멤버들의 노래에 대한 만족감만은 아닐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프로젝트 부적격자 홍진경이 박진영에게 흥행 욕심을 내게 하는 이유라는 예상을 하게 된다. 홍진경의 고생은 이 프로젝트의 끝이 감동적일 것을 보장한다. 물론 아직 홍진경이 극복해야 될 것들이 많지만, 그것들을 해결해나가기 위한 노력과 눈물이 많아질수록 언니쓰의 첫 무대가 본인 스스로는 물론이고 시청자에게도 뭉쿨한 감동을 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KBS 2TV <언니들의 슬램덩크>

언니쓰의 걸그룹 프로젝트는 사실 무한도전에서 익숙한 전개다. 그럼 점에서 언니쓰의 모습이 아주 신선하지는 않고, 식상할 수도 있다는 함정은 있지만 그래도 홍진경의 고생이 시청자에게 공감을 가져다줄 경우의 결과는 생각지도 못한 성공을 기약할 수 있다. 지금까지 예능의 감동코드는 모두 그렇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최종 결과물이 좋아야 한다.

박진영이 욕심을 내는 것처럼 제작진도 욕심을 내고 있다. 서태지와 아이들로부터 오렌지 카라멜까지 아이돌 스타일을 성공시켜온 마이더스의 손 정보윤 스타일리스트까지 언니쓰에 투입했다. 비록 있던 의상을 재활용하는 것이지만 이런 전문인력을 개입시킨다는 것 자체가 심상치 않은 것이다. 게다가 가요계 최초로 JYP와 SM의 콜라보라는 흥미로운 요소도 존재한다. 그러나 여전히 홍진경이 문제다. 대박과 쪽박의 키를 쥔 홍진경의 변화와 성장이 기대된다. 여성 예능의 미래를 결정지을 수도 있는 언니쓰 프로젝트가 박진영의 예감대로 성공할지 기대 반 응원 반의 심정이 된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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